마지막 희망은 현장판매 300장. 이마저도 사지 못한 시민들은 먼발치에서나마 영화제를 즐길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희망은 현장판매 300장. 이마저도 사지 못한 시민들은 먼발치에서나마 영화제를 즐길 수 밖에 없었다. ⓒ 정민규

'영화의 바다'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4일 저녁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개막식장은 이른 아침부터 개막식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간간이 비가 뿌리는 굳은 날씨에도 팬들은 영화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영화의 바다 부산국제영화제, 그 개막식 이모저모를 정리해본다.

 

현장판매분 300장을 구해라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예매분을 제외한 당일 현장판매분을 따로 두고 있다. 17분 만에 매진돼버린 개막식 표를 구하지 못한 영화팬들은 300여 장밖에 준비되지 않은 현장판매분을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새벽 6시 20분에 도착했다는 한 영화팬은 이제 곧 개막식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해협을 건넌 열혈 일본팬들

 

유명 영화배우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개막식을 찾은 일본인 관람객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개막 하루 전날 입국해 아침 11시부터 줄을 서 겨우 현장판매분 티켓을 손에 쥐었다는 와카코 에크리(37)씨는 "강동원씨를 만나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어보였다(안타깝게도 이날 강동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수많은 일본팬들은 배우들이 입장할 때마다 입을 모아 "스고이(굉장해)"를 연발하며 저마다 축제를 즐겼다.

 

 강동원이 보고싶어 홀로 입국했다는 한 일본팬은 직접 만든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강동원이 보고싶어 홀로 입국했다는 한 일본팬은 직접 만든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 정민규

소매치기 조심하세요!

 

수많은 인파가 넋을 놓고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순간, 반갑지 않은 불청객들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4일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행사를 지켜보던 관람객들의 지갑을 훔친 혐의로 정아무개(48)씨 등 2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남포동 피프(PIFF)광장에서 열리던 전야제 행사에서 32만원이 든 관람객 전아무개씨의 지갑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아! 자막이 안 보여요"

 

설원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많았던 개막작 <집결호>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흰색 글씨로 처리된 자막이 배경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연발했다. 한 영화팬은 "영어 자막은 상대적으로 굵은 글씨로 처리되어 보기 편하게 만들어졌지만 한글 자막 같은 경우는 측면에 쏠려있어 흰 바탕 화면에서는 읽기가 어려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일본인 관객은 "영어와 한국어에 익숙하지 못한 관람객들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막식이 끝나고 난 뒤 배우들이 앉았던 자리라도 앉아보려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개막식이 끝나고 난 뒤 배우들이 앉았던 자리라도 앉아보려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 정민규

귀빈들은 개막식만 보고 '쏙' 빠져나가

 

초대권을 받아 참석했던 게스트 상당수가 개막식이 끝나고 무대가 어두워지자 조용히 자리 떴다. 이 때문에 개막작 상영이 끝난 후 북적북적한 일반인 관람객석에 비해 앞쪽에 위치한 게스트 석은 적막한 기분까지 감돌았다. 날씨가 굳은 탓에 일부 게스트들은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아 군데군데 빈 좌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영화제를 찾은 대선 후보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당히 레트카펫을 밟아 눈길을 끌었다. 각기 후보들의 지지의원들은 후보 뒤를 따르며 시민들을 상대로 지지세 확산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2007.10.05 11:19 ⓒ 2007 OhmyNews
부산국제영화제 PIFF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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