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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수묵 SF 만화
▲ 항쟁군 독특한 수묵 SF 만화
ⓒ 청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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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는 만화는 ‘재밌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작가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하며, 어떤 작가는 ‘사회에 울림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여기에 넣어보면 <항쟁군-평행우주>(청년사)을 그린 김홍모는 만화란 사회에 울림이 되어야 한다는 쪽이지 않을까.

수묵은 붓에 가하는 힘에 따라 선 굵기가 달라진데다 물 농도를 잘못하면 순식간에 번져 세밀한 그림은 힘들다. 알다시피 만화는 인물들 표정과 동작이 꽤 다양하게 펼쳐지는데 그런 만화를 수묵으로 표현하는 건 그만큼 힘들다.

만화가 김홍모씨가 ‘수묵 SF 만화’를 내놨다. 몇 해 앞서부터 이 작가 그림을 봐서인지 낯설지 않다. 그렇지만 대중성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많이 팔린다고 해서 꼭 좋은 만화가 아니듯이 팔리지 않는 만화가 나쁜 만화도 아니다. 사실 이 만화는 팔리지 않을 거라며 출판사 세 곳에서 퇴짜를 맞았다는데, 이런 만화도 독자들이 좋아해 준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주제 의식 명확한 만화, 재미는 있을까?

그는 이 작품 첫머리에서 ‘평행우주’라는 걸 끄집어낸다. 앨리스(G. F. R. Ellis)는 만약에 우주가 무한하다면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한 우주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가설을 내어놓았다. 저마다 세계는 나머지 모든 세계와 똑같고 시간도 동일하다. 이러한 평행우주 개념은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물리학자들은 양자론 세계에서는 가능하다고 한다.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평행우주 선상 어느 지구, 그곳에서 살고 있는 독립 운동가들의 삶과 투쟁을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본다.

작가가 책표지에 쓴 글이다. <항쟁군>은 이론물리학 최신이론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접합시켰는데,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독특한 소재를 높이 평가해 이 만화를 제작지원작으로 선정했다.

어떤 이들은 미군이 없었으면 우리나라 독립도 없었다고, 그래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늘 고마워해야 한다고 지금까지도 말한다. 작가는 그렇게 알려진 독립이 맘에 들지 않았나 보다. 그가 꿈꾸는 진정한 독립이 바로 이 작품에 있다.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반도. 일본은 각종 로봇을 만들어 한국인들을 억압한다. 할아버지로부터 민족 고유 무술을 배운 여학생 소희는 절친한 친구가 치안로봇에게 목숨을 잃자 3·1만세대회에 참가한다.

조선총독부는 전투로봇을 동원해 진압하고, 소희는 여기에서 한쪽 손을 잃고 만다. 만주로 건너간 소희는 조선독립군에 합류하고 민족 독립이란 목표를 위해 조선공산주의혁명군과 힘을 합치는데….

3년 동안 작업한 결과물로 붓으로도 인물 표정이 다양하고 세밀할 수 있다.
▲ <항쟁군> 한 장면 3년 동안 작업한 결과물로 붓으로도 인물 표정이 다양하고 세밀할 수 있다.
ⓒ 김홍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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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화들은 주제의식이 너무 명확하다 보니 재미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해서 읽다 보면 그냥 만화답다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작가가 그간 보여준 역사의식에 비추어보면 그리 쉽게 말하지 못한다. 

이 작품에서 요즘 일어나고 있는 버마 시위가 보인다. 그 나라 국민 스스로 이루어내지 못하면 영원히 자유라는 봄을  빼앗기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작가 김홍모씨는 2004년 ‘나의 지구를 지켜줘-태권브이편’과 ‘여고생 소희편’을 선보였다. 작품마다 꼭 나오는 ‘소희’라는 인물은 그림을 그리는 아내 임소희씨이기도 하다.

어찌 됐건 한국만화 밥상 위에 먹음직스런 반찬이 올라왔다. 요리하는 건 작가이지만 맛을 보고 평가하는 건 독자들이다. 만화는 쉬워야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역사의식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 <항쟁군>이라는 작품과 작가를 주목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



항쟁군 평행우주 Episode 1 - 항쟁의 서막, 김홍모 수묵 SF 만화

김홍모 지음, 청년사(2007)


태그:#버마 시위, #김홍모, #SF, #수묵 만화, #평행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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