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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탐방 마지막날 한강변을 달리는 이재오 의원
 자전거 탐방 마지막날 한강변을 달리는 이재오 의원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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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뜰 때마다 그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로 졸음을 쫓을 때면 그의 이름을 부르며 한숨을 토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이미 다 까져 쓰라린 사타구니를 다시 자전거 안장에 얹을 때마다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 그는 이렇게 추석 연휴 4박 5일 동안 내게 원망스런 존재였다.

추석 연휴 동안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 한강 여의도까지 560km 물길 자전거 탐방. 이런 계획의 이 의원을 따라가기로 작정한 건 연휴 바로 전날인 21일이었다. 생각이 많으면 삶이 피곤하다고 했던가. 결정을 하고 곧바로 자전거를 구입했다. 그리고 부산으로 떠났다.

부산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생각했다. '60이 넘은 이 의원이 4박 5일 동안 정말 560km를 달리겠어?', '중간에 슬쩍 차 타고 이동하겠지'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함께 떠나는 선배 김병기 기자도 웃었다. 그리고 우린 "환갑 넘은 이 의원을 우리가 너무 괴롭히는 거 아냐"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재오, 그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22일 새벽 부산 을숙도 공원. 쫄바지에 붉은 헬멧, 그리고 푸른색 손수건을 두른 이 의원의 패션은, 집에서 입던 반바지와 반팔 셔츠를 그대로 두르고 나온 우리의 복장과 달랐다. 그리고 그의 자전거 실력은 대단했다.

우리가 잠시 머뭇거리면 그는 곧바로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는 오랫동안 그를 찾아 헤매야했다. 4박 5일 동안 그런 숨바꼭질은 반복됐다. 그런 반복 속에 나는 몇 차례 이 의원을 보고 놀랐다.

 이재오 의원과 함께 4박 5일 560km를 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재오 의원과 함께 4박 5일 560km를 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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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탐방 3일째인 24일 월요일 새벽엔 많은 비가 내렸다. 뻐근한 허벅지 하나만으로도 자전거를 멀리하고 싶었는데, 비까지 내리다니. '오늘은 이 의원도 좀 쉬지 않겠어?'라는 생각을 갖고 그의 숙소로 찾아 가는 길에 그를 만났다. 

벌써 이 의원은 비가 내리는 새벽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는 우비를 입고 "아자 아자!", "파이팅!" 고함을 지르며 빗길을 뚫고 우리 앞을 스쳐 지났다. 그런 이 의원을 보고 순간 정신이 멍했다.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

이 의원이 4박5일을 보낸 숙소는 호텔도 모텔도 아니었다. 그는 늘 마을 회관에서 잤고, 그곳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식사도 다른 일행들과 똑같이 했다. 자전거를 타는 내내 선두에서 일행들을 이끌었다. 그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으면 그는 늘 웃으며 "이 정도 갖고 뭘"이라고 답했다.

자전거 탐방 넷째 날. 충주에서 잠시 쉬며 이 의원은 자신의 허벅지를 자랑스럽게 탁탁 치며 "이 정도는 해야 국민들이 우리를 믿고 정권을 맡기지 않겠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이 의원은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정권을 잡겠다는 이재오의 열정

 오이를 먹으며 생각에 잠겨 있는 이재오 의원.
 오이를 먹으며 생각에 잠겨 있는 이재오 의원.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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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을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만든 1등 공신은 이재오 의원이다. 그래서 현재 한나라당 '넘버2'는 이재오 의원이라는 말도 있다. '넘버1' 이명박 후보의 제1공약 경부운하를 위해 몸으로 뛰는 '넘버2'의 열정은 대단했다. 이런 '넘버2'를 측근으로 두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분명 행복할 것이다.

이 의원은 560km 자전거 탐방을 끝내고 "경부운하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확신과 신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내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에 이제 자신 있게 경부운하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자전거 탐방 초반 낙동강을 가리키며 "버려진 강이고, 쓸모없는 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국의 하천을 모두 손 봐야 한다"며 국토개조론을 주장했다.

앞서 말했듯 이 의원과 함께한 4박 5일은 힘들었다. 달리면서 사진을 찍어야 했고, 휴대폰 문자로 기사를 송고해야 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는 기사를 써야했고, 밤에는 동영상을 편집해야 했다. 이 의원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4박 5일 동안 10시간도 자지 못했다.

이 의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내게 6mm 카메라를 들이대며 소감을 물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재오 의원의 열정과 신념은 대단했다. 그는 정말로 560km를 꼬박 달렸다. 이제 본격적인 경부운하 싸움은 시작됐다. 경부운하가 이땅의 축복이라는 쪽과 재앙이라는 쪽의 열정 대 열정, 그리고 신념 대 신념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오마이뉴스>도 열심히 하겠다."

이재오 의원에게 선물하는 한 장의 사진

이 의원은 560km 낙동강-한강을 달리며 포크레인으로 팔 곳과 삽질로 다듬을 곳을 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아름다운 이 땅의 자연을 봤고, 그 안에 기대어 살고 있는 많은 생명을 확인했다.

4박 5일 동안 800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이 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 하나를 함께 달린 이 의원에게 선물하고 싶다.

경북 점촌 영강에서 찍은 것이다. 영순교 아래, 세 아낙이 영강에 낮게 엎드린 자세로 다슬기를 잡고 있다. 강의 수심은 낮고 바닥이 보일만큼 맑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 위로 아파트가 보이고 골프 연습장도 보인다.

도시와 강이 서로 어우러지고, 사람과 강이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 공존.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건, 바로 이런 모습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은 이런 맑은 영강을 파헤쳐 시멘트를 바르고, 그 위에 배를 띄우는 것이다.

560km를 달려온 '넘버2' 이재오 의원이 이 사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경북 점촌 영순교 아래의 풍경. 세 아낙이 맑은 영강에서 다슬기를 잡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에 따르면 이곳을 파헤치고 배를 띄워야 한다.
 경북 점촌 영순교 아래의 풍경. 세 아낙이 맑은 영강에서 다슬기를 잡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에 따르면 이곳을 파헤치고 배를 띄워야 한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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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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