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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로 저상버스 차량 시내버스 노선 도입 4년째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서울 시내 저상버스 비율은 5%에 근접했지만 정작 가장 기대를 모았던 휠체어 장애인의 버스 이용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휠체어 장애인의 저상버스 이용 체험에 이어 그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기사 두번째입니다. [편집자말]
현재 서울특별시에는 400여대의 저상버스가 운행중이며, 전국적으로는 800여대의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저상버스는 2억원 정도의 많은 구입비용이 드는데, 이 때문에 도입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어 왔다.
▲ 서울 160번 노선 저상버스 현재 서울특별시에는 400여대의 저상버스가 운행중이며, 전국적으로는 800여대의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저상버스는 2억원 정도의 많은 구입비용이 드는데, 이 때문에 도입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어 왔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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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일반시내버스 노선에 저상버스가 투입된 지 4년이 흘렀다. 그동안 저상버스는 총 800여대로 증가했다(서울특별시 면허 400여대를 포함). 저상버스가 일반버스보다 2~3배 정도 비싸다는 점에 비춰보면 눈에 띄는 증가세로 긍정적 변화임에 틀림없다.

특히 서울시의 15대 이상의 차량을 운행하는 노선 중 10개가 저상버스차량을 1/3 이상 투입하면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 김포시 역시 일찌감치 20대가 넘는 저상버스차량을 운행하고 장거리 운행노선 중심(8번·67번·68번)으로 전 차량 저상버스차량 운행노선을 구성하는 등 모범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운행되고 있는 저상버스 현황에도 분명 문제가 존재한다. 이에 지난 8월 30일 기사(휠체어 5대 싣는 시내버스 보셨어요?)와 9월 4일 기사(저상버스 4년, 휠체어 승차는 '무한도전')에 이어 대중교통 및 후생복지 분야 전문가, 실무담당자 및 지체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의견을 들어보고 더 나은 저상버스차량 운영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상버스 내부에서 바라본 바깥 모습. 바깥 인도의 높이와 차량 높이간 큰 차이가 없어, 장애인을 비롯 노인, 임산부, 유아 등 교통약자는 물론 짐이 많은 비장애인에게도 불편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저상버스 내부에서 바라본 바깥 모습. 바깥 인도의 높이와 차량 높이간 큰 차이가 없어, 장애인을 비롯 노인, 임산부, 유아 등 교통약자는 물론 짐이 많은 비장애인에게도 불편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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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 확대 및 차량 증차 '한 목소리'

질문에 참여한 8명 명단(가나다순)
 * 김시형
지체장애인, '대구대학교장애인학생이동권쟁취연대회의' 대표
* 박성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대리
* 원정연
교통약자 대중교통 편의시설 정보구축사이트 '나지막이' 팀장)
* 이정석
복지교통전문가, 복지교통연구모임 '마이낮은버스' 대표
* 이형문
달구벌버스 승무원, 대구 북구3번 시내버스 저상버스 기사
임미원
서울정민학교(지체부자유아 공립특수학교) 유아부 교사)
* 한우진
교통평론가, 공공교통연구가,  '미래철도DB' 운영자
* 허정관
경산버스 승무원, 경산 840번 시내버스 저상버스 기사 

답변자들이 한 목소리로 시급한 개선 사안이라고 지적한 점은 저상버스 확대 문제였다.

박성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대리는 "비장애인이 버스를 타는 목적은 몇번을 갈아타건 목적지에 가기위해서다, 그러나 장애인의 경우 저상버스가 목적지를 경유하지 않으면 대중교통이 무용지물이 된다"라는 말로 장애인의 불편한 교통상황을 설명했다.

임미원 서울정민학교 교사도 "지체장애인 특수학교 인근에 여러 시내버스 노선이 운행되지만 저상버스 운행 노선은 하나도 없다"며 "저상버스 구매시 정부 지원에 있어 예상 이용자 현황도 적극 고려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시형 대구대장애인학생이동권연대 대표는 "서울에서는 저상버스를 종종 볼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저상버스가 많지 않다"며 "노선별로 저상버스가 50% 정도까지는 확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우진 '미래철도DB' 운영자는 "저상버스가 간선버스 노선 중심으로만 투입되면 오히려 교통약자의 간선교통기능 접근권을 제한한다, 교통약자가 많이 거주하는 곳 혹은 교통약자가 이용하는 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지선버스에도 저상버스 투입이 필요하다"라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하지만 노선 확대를 위해 기존 저상버스를 다른 노선으로 이전시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각 버스노선의 운영업체가 다르고 구입시 보조금을 지원한 지방자치단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저상버스 증차 또한 공통적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답변자들이 내놓은 저상버스 증차 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원정연 '나지막이' 팀장은 "현재 저상버스 구입 보조금은 총 1억원으로, 연간 도입계획에 따라 지자체가 지원금 예산을 책정 후 지출조건이 구비되면 정부에서도 같은 비율로 지원금(5000만원)을 보조하는 매칭펀드(Matching Fund) 방식이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의 경우 자금 부족으로 연간 도입계획에 반영한 예산이 준비되지 않아 정부 예산은 책정됐지만 미집행된 경우도 있다"고 말하며 "지자체별로 세수(稅收) 차가 있는 만큼 매칭펀드 부담비율을 지자체 재정에 따라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우진 '미래철도DB' 운영자는 "저상버스가 비싼 게 큰 문제인데, 교통문제이면서 동시에 복지문제이기도 한 만큼 현재 저상버스 도입에 각종 지원을 시행하고 있는 건설교통부는 물론 보건복지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하며 "투자비용이 부족할 경우, 유류세 등으로 구성되는 교통시설특별회계로 저상버스 구입 비용을 보조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일본·유럽 등 전 세계 버스제작업체가 참여하는 국제입찰로 저상버스차량 단가를 낮추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 실제 시행시 A/S 문제만큼은 가격 조건과 동일 수준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실제 저상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대구 달구벌버스 이형문·허정관 기사는 유지보수비 지원과 유지보수 전문화 및 활성화를 촉구했다.

허정관 기사는 "저상버스는 여러 부분에 걸쳐 일반버스에 비해 유지보수비가 배 이상 든다"며 "저상버스가 고장날 경우 버스업체 내의 자체정비는 대부분 불가능하며 버스제조업체 정비소로 가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해당업체의 거점 정비소에 가야 수리할 수 있어, 각 운수업체가 저상버스 도입을 꺼리는 매우 중요한 사유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상버스는 장애인뿐 아닌 모두를 위한 것"

저상버스는 교통약자 뿐만 아니라 짐이 많은 일반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이다.
 저상버스는 교통약자 뿐만 아니라 짐이 많은 일반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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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은 저상버스차량 운행과 관련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서울특별시를 중심으로 저상버스 문화가 점차 정착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저상버스를 꺼리고 좋지 않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체장애인인 김시형 대구대장애인학생이동권연대 대표는 "저상버스차량을 타고 학교 밖으로 나가 보면 많은 사람들이 저상버스가 '장애인버스'라고 생각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저상버스는 '장애인을 위한 버스'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교통편의를 위한 버스'"라고 말했다.

임미원 교사는 "지체장애인 고아 학생을 위해 월 1회 나들이를 하고 있는데, 휠체어를 체어락에 고정하려 해도 그 위치 보조의자에 앉은 사람들이 양보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안전문제와 결부된 만큼 일반인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우진 '미래철도DB' 운영자는 "외국의 신형노면전차가 모두 저상구조를 택하는 이유는, 애초에 노면전차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빠르게 타고 내릴 수 있기 위한 것"이라며 철도의 예를 들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저상버스에 대해 '장애인만 타는 버스' '비장애인이 타면 불편한 버스' '바닥이 낮아 땅에 긁힐까 느리게 운행하는 버스' '구입비용이 비싸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버스' 등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같은 선입견을 깨야 한다"며 "저상버스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노약자·유아·임산부에게도 편하며, 짐이 많은 승객의 경우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실제 저상버스는 일반버스와 지상 높이는 동일하며 승객들의 승하차 속도가 빨라 일반버스에 비해 느리게 운행해도 배차간격 안정화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저상버스가 대부분인 노선을 구성할 경우 버스의 운행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정연 팀장은 "저상버스 운행 과정에서 장애인이 승차할 경우,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느린 승차시간에 인상을 찌푸리는 승객들이 많다"며 "이는 운행승무원의 대처능력 부족과 슬로프가 인도가 아닌 차도에 닿게 만드는 도로의 주·정차 차량 등에도 원인이 크지만, 외국과 달리 조금만 늦어도 조급하게 닥달하고 신경질적으로 접근하는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에도 큰 문제 요인이 있다, 이러한 조급한 교통문화는 서로간의 불편함을 공존하게 하는 요인으로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석 대표 역시 "저상버스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두루 포용하는 차량"이라며 "일반인은 교통약자와 함께하는 마음으로, 교통약자는 일반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 예의를 갖추며 다함께 올바른 저상버스 이용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구조 바꾸고 불법 주정차차량 단속 강화해야

교통약자의 편리한 버스 이용을 위해 노선 확대 및 차량 증차도 중요하지만 정류장 구조 개선과 불법 주·정차차량 단속 등 저상버스 관련 인프라의 정비 및 이미 시행 중인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 등 관련 법규와 정책 확충도 절실하다. 이에 따른 의견 또한 다양했다.

이정석 대표는 현재의 인도(人道) 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상당수 인도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요철이 있는 블록을 설치해 놓은 곳이 많으며 버스정류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저상버스의 슬로프가 일부 인도에 온전하게 닿지 못하거나 닿더라도 수차례에 걸친 조작으로 겨우 닿는 상황을 만드는 원인"이라며 "전국 모든 인도의 교체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저상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정류장의 인도는 시각장애인과 타 교통약자 모두에게 편리한 개선된 인도가 건설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시형 대표, 이정석 대표, 이형문 기사, 임미원 교사 등은 버스정류장의 주·정차차량 단속을 강력히 주장했다. 김시형 대표는 "버스정류장의 주·정차차량으로 인해 저상버스가 세울 틈이 없고 장애인들이 차도에서 타고 내려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다"라고 지적했다.

임미원 교사는 "학생과 함께 휠체어를 끌고 시내에 나갈 때면 편리한 전동휠체어 대신 수동휠체어를 이용한다. 주정차차량 때문에 인도 밖으로 나갈 상황이 많은데 건장한 남자 셋이서도 들기 힘든 전동휠체어를 탈 경우 차도로 내려 버스 슬로프로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체장애인들이 이용하는 휠체어는 대부분 전동휠체어로 이동이 편리한 대신 성인남성 2인이 들기에도 힘들 정도로 무겁다. 이 때문에 인도에 슬로프를 내려 안전하게 버스에 진입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만, 현재 도로상황에서는 인도에 슬로프를 내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 저상버스로 휠체어가 들어가는 모습 최근 지체장애인들이 이용하는 휠체어는 대부분 전동휠체어로 이동이 편리한 대신 성인남성 2인이 들기에도 힘들 정도로 무겁다. 이 때문에 인도에 슬로프를 내려 안전하게 버스에 진입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만, 현재 도로상황에서는 인도에 슬로프를 내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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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가스충전소 부족 문제도 저상버스 운행에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지적됐다. 현재 대한민국 저상버스는 전 차량이 천연가스버스(CNG) 차량으로, 택시 등이 충전하는 액화천연가스(LPG) 충전소는 취급 가스가 전혀 달라 충전할 수 없다. 이는 저상버스 운행에 큰 문제를 낳고 있었다.

허정관 기사는 "현재 저상버스와 일반버스를 가리지 않고 버스의 경우 가스를 충전한 후 하루 종일 운행하기 쉽지 않다"며 "차고지에 가스충전소가 없는 경우, 운행을 쉬고 가스를 채우러 가거나 운행 중간에 가스를 채우러 가야 한다"고 밝혔다.

원정연 운영자는 "저상버스는 그 특성상 가스통의 용량이 작아 하루 1회 충전으로는 부족한데, 이로 인해 그만큼 운행시간을 손해보게 되며 공차거리만큼 추가적 낭비 현상이 이뤄지고 있다. 고정식 충전소 설치의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정석 대표는 "가스충전소가 차고지마다 설치되어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비싼 금액을 들여 저상버스를 도입해 놓고도 최대한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이고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저상버스의 공차운행에 따른 에너지 낭비와 이 두 요인으로 인한 저상버스 도입 및 운행기피 등을 불러오게 된다"며 "현재 가스충전소를 신설하려고 하면 가스충전소 설립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조직적이고 결사적인 반대가 이뤄지고 있는데, CNG 버스의 가스 연료는 가정에서 난방용으로 쓰는 가스 연료와 동일하며 그 위험도가 매우 적다. 시민들의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휠체어 공간 넓히고 중소형버스로 확대해야

운행노선 확대, 차량 증차, 시민 인식 변화, 정책 개혁, 운영기반 조성 등과 함께 차량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답변자들이 각자의 경험에 토대로 다양한 개선안을 제시하였으며 신선한 의견도 많이 나왔다.

김시형 대표는 "휠체어 좌석에는 수동휠체어용 체어락이 있는데, 최근 대부분 지체장애인이 타고 다니는 전동휠체어 바퀴에는 맞지 않으며, 체어락으로 인해 버스에 전동휠체어 여러 대를 싣는 데 문제가 있다"며 "전동휠체어는 그 무게가 매우 무거워 쓰러질 염려가 적으므로 차라리 수동휠체어용 체어락을 제거하면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원정연 팀장은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비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승·하차시에는 계단이 없어 편리한 면이 있지만 좌석은 오히려 불편하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임미원 교사 또한 "직물 부분이 많아 푹신한 느낌의 일반버스에 비해 저상버스 의자는 매우 딱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소한 요인조차 비장애인들이 저상버스가 불편한 버스라고 느끼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근본적으로 차량 구조를 바꾸고 다양한 크기 차량으로 확대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우진 운영자는 "현재 저상버스는 바닥에 바퀴 넣는 곳처럼 튀어나온 곳이 많아 공간 활용성이 나쁜 상황에서, 차량 뒷편에는 2열 좌석까지 채택하는 등 좌석 위주의 내부 활용으로 저상버스의 장점을 잘 못 살리고 있다"며 "차라리 저상버스는 지금보다 좌석을 더 없애고 입석 위주로 할 필요가 크며 휠체어가 머물 공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상버스는 교통약자를 포함하여 어느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에 기반하여 설계됐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소수다"라며 "현재 저상버스는 대형버스 혹은 굴절버스 등 큰 버스에만 도입되고 있는데, 중형버스 개발도 적극 필요하다. 저상형 중형버스 개발 시 지선버스 및 마을버스로 확대를 꾀할 수 있고 구입비가 저렴해지면서 저상버스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버스 안에 서 있는 사람과 버스 밖 보행자 간 눈높이를 맞춰 도심과 일체성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차량의 개선과 함께 철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미원 교사는 "학생과 함께 휠체어를 끌고 시내에 나갈 때 슬로프가 고장 난 버스 때문에 휠체어를 들고 탄 적이 있다"면서 "학생이 다섯 살짜리 아이이며 휠체어가 가벼운 수동휠체어여서 들고 탈 수 있었는데, 만약 휠체어를 탄 사람이 어른이며 그 휠체어가 전동휠체어라면 그 지체장애인은 눈 앞의 저상버스를 그냥 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원정연 팀장 역시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휠체어를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의 제한도 문제이지만 잦은 슬로프 고장으로 인한 승하차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2008년 말로 예정된 표준형 저상버스 모델이 어떤 모습으로 출시될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현재 출시된 차량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차량을 운행중인 시내버스 업체와 기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사례를 조사, 파악하여 이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향후 개발될 모델에서는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저상버스 실시간 위치 정보...아직 산 넘어 산

한우진 운영자가 언급했던 서울특별시 BIS의 '실시간버스위치정보' 란. 새로 개정된 BIS에서는 저상버스의 경우 '(저상)'이라고 표기하여 교통약자들의 저상버스 이용에 도움을 주도록 발전적인 개선이 있었다.
 한우진 운영자가 언급했던 서울특별시 BIS의 '실시간버스위치정보' 란. 새로 개정된 BIS에서는 저상버스의 경우 '(저상)'이라고 표기하여 교통약자들의 저상버스 이용에 도움을 주도록 발전적인 개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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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박성오 대리는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 중인 버스 출발·도착 현황판을 모든 정류장에 확대함과 동시에 저상버스의 운행시각을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는 저상버스 수가 극히 적은 상황에서 저상버스의 운행시간표를 알기란 쉽지 않으며, 많지 않은 저상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같은 취지로 한우진 운영자는 "얼마 전부터 서울특별시 BIS의 '실시간버스위치정보' 란에서 저상버스의 경우 버스 아이콘 위에 '저상'이라는 표시가 나오도록 개편되었는데, 이는 매우 발전적인 조치"라고 칭찬하면서 "인터넷 외에 무선인터넷과 ARS 등 여러 통신수단으로 이와 유사한 안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시형 대표는 "저상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들 중에는 교통약자에 대해 잘 대해주는 분들도 많은데, 일부 기사님들은 휠체어를 발로 찬다거나 빨리 내리라고 강요하는 등 휠체어를 물건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신과 주변 장애인들의 경험을 밝혔다. 그는 이어 "물론 시내버스는 배차를 맞추는 문제가 중요하여 이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등 기사님들이 고충도 이해는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그러한 태도가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고 생생한 느낌을 전했다.

한우진 운영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버스 자체는 저상버스가 아닌 고상버스였지만 그 고상버스에 휠체어 및 유모자가 쉽게 오르도록 돕는 빗면형 탑승대를 만든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며 "서울의 경우, 2008년 이후 출고되는 모든 시내버스는, 저상버스나 One-Step형 중저상버스이어야 하는데, 값싼 빗면형 탑승대를 버스정류장에 설치하면 휠체어가 쉽게 버스에 탈 수 있다. 이는 현재의 빗면형 탑승대를 이원화하여 적용하면, 현재의 일반버스에서도, 서울이 아닌 타지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사안으로, 버스의 정위치 정차와 정류장 밀착 정차 유도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노약자, 유아, 임산부, 환자 등 타 교통약자에 비해 대중교통 접근여건이 매우 열악한 지체장애인 관련 의견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의 대중교통이 지체장애인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교통약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지체장애인 뿐 아니라  전 국민 모두가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저상버스가 버스차량의 주류인 홍콩의 경우 장애인들이 토요일 오후에 유명관광지에 동행자 없이 나올 정도로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의 배려가 잘 되어 있다. 대한민국도 머지않은 미래에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체계가 구축되기를 기원한다.
 저상버스가 버스차량의 주류인 홍콩의 경우 장애인들이 토요일 오후에 유명관광지에 동행자 없이 나올 정도로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의 배려가 잘 되어 있다. 대한민국도 머지않은 미래에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체계가 구축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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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기획취재기자단 기사입니다.



태그:#저상버스, #교통약자, #슬로프, #지체장애인, #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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