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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의원 연락두절...이유는?
이재오 의원 쪽은 일부러 연락을 피하는 것일까?

늦은 밤 경북 문경에 도착한 저희들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오후부터 밤 10시가 넘은 현재까지 이 의원 쪽과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다소 의외입니다. 오전까지만 해도 이 의원 쪽은 우리보다 앞서 가면 먼저 문자로 자신들의 위치를 알려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고민에 싸여 있습니다. 3일 동안 하루 100km 이상씩 달리며 함께 고생했는데, 왜 갑자기 연락을 끊었을까요?

저희는 이 의원의 자전거 탐방단 관계자 24명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 의원 비서부터 시작해, 차량 운전기사, 사진·동영상 그리고 행정지원 담당자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적은 규모의 탐방단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휴대폰 전원을 꺼놓았거나, 신호가 가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간혹 어쩌다 전화를 받는 사람들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는 똑같은 말을 합니다.

이런 이 의원 쪽의 '집단 행동'은 취재 거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저희와의 통화에서 "지역 정치인과 지방 도시의 시장이 이 의원을 찾아오고, 또 경찰이 탐방단을 보호했던 게 그대로 보도돼, 이 의원이 오마이뉴스-환경연합 팀의 취재를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과 저희들은 내일 문경새재를 지납니다. 이번 탐방단의 코스 중에서 가장 험난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문경새재를 넘을 때 이 의원을 만나게 되면 연락 두절의 이유를 물어보겠습니다.

[4신 : 25일 새벽 2시]

노선도 확정하지 않은 채 시작된 경부운하 탐방

경북 문경(점촌) 시내의 영순교 아래에서 사람들이 다슬기를 잡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계획에는 이 곳에 배를 띄우는 것도 포함돼 있다.
 경북 문경(점촌) 시내의 영순교 아래에서 사람들이 다슬기를 잡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계획에는 이 곳에 배를 띄우는 것도 포함돼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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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30분. 이제 낙동강을 등지고 영강을 따라 오른다. 우리는 강의 오른 쪽을, 이 의원은 왼쪽 길을 간다. 영강은 하천 길이 56㎞, 유역면적 921㎟의 중규모 하천이다. 지름 30여㎞ 정도 지역에 내린 빗물이 영강으로 흘러들어, 낙동강으로 나가는 셈이다.

이 지역의 년 강수량은 1080㎜ 미만으로, 전국 평균보다 200㎜ 쯤 적다. 화강암과 편마암이 주종을 이루는 노년기 지형으로, 하류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하천바닥은 대부분 암반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영강은 평상 시 수위가 무릎 높이도 안 될 때가 많다. 비는 적고, 물을 머금는 표토층은 얇고, 암반은 단단해 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경사까지 급한 탓에 하천에 물이 모여들 틈이 없다.

이런 곳에 9m 깊이의 운하를 만들려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그 수량을 확보하려면 커다란 댐을 만들어 수량을 공급하거나, 바위를 파서 물이 고이게 하는 등 비상한 방법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해법이 찾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영강 상류엔 댐을 막을 장소가 없을 뿐더러, 좁은 바위 협곡을 파는 것도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이명박 후보가 문경시 내에만 2~3km에 하나씩 6개의 갑문(댐)을 세우겠다고 해놓고, 이런 저런 문제제기에 답변조차 외면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한 시간 반을 달려, 경부운하 조령터널 노선이 낙동수계에 연결된다는 문경시 호계면 불정리의 조령터널 예정지에 이르렀다. 터널 예정지는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높은 교각이 우중충하게 서있고, 그 뒤 멀리로 백두대간의 1000m 준령들이 늘어서 있다. 물론 여러 번 계획이 바뀐 탓에 이 노선이 무게 있는 주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칫하면 그들의 허리에 구멍이 뚫릴지도 모른다. 마침 추석 전 날의 해가 첩첩이 늘어선 산들을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오후 6시 10분. 우리가 지나는 영강은 더욱 좁아지고, 급하게 흐른다. 그곳에서 영강의 위기를 알지 못하는 어떤 이는 철지난 물놀이를 하고 있다. 잠시 후, 또 다른 이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멋진 포즈로 플라이 낚시를 던지는 중이다. 모두 운하가 만들어지고, 욕조에 담긴 정체된 물이 되면 사라질 풍경들이다.

오후 6시 40분. 우리는 경부운하의 주장 초기에 나왔던 월악산 국립공원 관통 노선의 터널 부지인 조령천 봉명교 인근을 멀리 지났다. 하지만 영강의 지류인 조령천은 거의 개울수준이다. 100~300m 넓이의 운하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령천이 너 댓개는 있어야 할 것 같다. 멀쩡한 땅을 파서 운하를 만들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 공약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황당할 뿐이다.

아직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측의 경부운하 노선은 확정된 게 없다. 멀리 죽령 관통노선부터, 월악산 관통, 조령 관통, 최근에는 속리산 국립공원 산등성이에 콘크리트 방벽을 쌓는 일명 'SKY 노선'까지 좀 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아직 노선조차 정하지 못한 경부운하를 두고, 이 의원은 어디를 탐방하겠다는 것일까? 문경과 충주를 지나는 과정에서 이 의원이 보겠다는 것은 무엇일까?

문경 영풍교 위에서 바라본 낙동강.
 문경 영풍교 위에서 바라본 낙동강.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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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24일 오후 4시 5분]

이재오 의원 "오늘은 영 부진해!"

낮 12시 10분. 드디어 이재오 의원 자전거 행렬을 따라잡았다. 그런데 이 의원 일행은 이미 점심을 마치고 나와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눈치를 봤다. 또 떨어지는 건 민망하고, 아직 낙동고개 휴게소의 라면 기운도 좀 남아 있으니, 기다렸다가 따라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시간이 좀 길어진다. 이 의원 등이 어제에 이어 오침 중이다. 기다리면서 기사를 정리하다, 결국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늘은 닭계장. 고기를 먹지 않는 채수민 간사는 메뉴에도 없다는 된장찌개를 겨우 부탁했다. 그런데 이런, 밥상에 앉자 마다 방에서 이재오 의원 나온다.

"오늘은 영 부진해!"

이재오 의원의 말이다. 잠깐 고민을 했지만, 환경 운동하는 우리, 밥 남기고 못 일어났다. 또 뒤쳐졌다. 사실 오늘의 컨셉은 '따로 또 같이'. 이 의원 일행과 함께하다보니, 기사를 쓸 시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어 채택한 방식이 문자중계.

오늘은 독자적으로 움직이되 같은 노선을 택하자는 것이었다. 현장을 보더라도, 이 의원 일행과 우리가 보고 싶은 곳이 따로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전거를 타고 손살같이 지나가다보니 민심을 들여다볼 수도 없었다.

어쨌든 자전거는 고쳤다. 이 의원 행렬에 속해 있는 '녹색자전거봉사단원'이 인심을 베풀었다. 너무도 고마웠다. 펑크를 때우고, 공구를 빌려 여기저기 손봤다. 하지만 앞쪽 기어는 고치지 못했다. 기어 조작기에 물이 들어가서 이 동네서는 어쩔 수 없단다. 결국 1단과 3단 기어를 포기하고, 2단으로만 우리는 백두대간을 넘어 상경해야 할 판이다.

또 하나. 우리의 김병기 기자는 이번엔 슬리퍼를 신고 자전거 투어에 도전한다. 오전 빗속을 질주하느라 다 젖은 신발을 참을 수가 없단다. 그래도 그렇지 거창한 한반도 물길 자전거 탐방을 취재하는 기자의 복장이 이렇게 불경스러워도 되는지 모르겠다. 숭숭 털까지 많은 다리가 보통 흉한 게 아니다. 하지만 김 기자는 "발바닥에 지압효과를 볼 수 있다"며 좋아한다.

'자발적'으로 인사 나온 문경시장

신현국 문경시장이 이재오 의원을 맞이하러 '자발적'으로 문경 진입로인 영풍교까지 나왔다.
 신현국 문경시장이 이재오 의원을 맞이하러 '자발적'으로 문경 진입로인 영풍교까지 나왔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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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측 안내에 따라 오후 장정을 시작했다. 낮 12시 30분. 1시간 가까이 달려 영풍교를 넘어 문경에 들어서니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 신현국 문경시장을 비롯해 시청 직원들이다. 카메라를 멘 사람도 보였다. 이들은 이 곳에서 40분 넘게 기다렸단다.

한 때 낙동강 대구청장을 지낸 이력을 가진 분이라 안면이 있어, 인사를 나누고 함께 일행을 기다렸다. 친환경 문경시를 주창하시던 시장님은 이제 경부운하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라 했다.

30분쯤 시간이 흐르고, 너무 늦어진다 싶어 전화를 했다. 그런데 또 길이 엇갈렸다. 문경 토박이인 시장님과 함께 예상한 길은 자전거 행렬의 진로가 아니었다. 노선조차 모르는 것을 보니 어제 성주 군수처럼 이 최고위원 일행도 모르게 '자발적'으로 나온 것 같았다.

시장님은 우리가 이 의원의 위치를 알려주자마자 급히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우리는 되돌아갈 엄두를 못 내고, 목적지로 직접 가기로 했다. 대신 영풍교 주변의 환경에 대해 조사도 하고, 민심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부운하 공약에 따르면, 낙동강을 따라 오른 배는 영강을 통해 백두대간을 넘는데, 영풍교는 낙동강이 영강과 합류하는 지점 바로 상류다.

"난 이명박 팬... 뭐가 좋아질지 모르겠지만 배 다니면 좋아지지 않겠나"

우선 한 음식점에서 근무하는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경부운하요. 난 몬 들어 봤는데. 그거 한다고 해도 금방 되겠어요? 낙동강 수질보전 한다고 강변 땅 사주다더니만, 아직 소식 없는데. 우린 2005년부터 기다리고 있구마. 그 돈 있으면, 우리부터 보상 좀 해줬으면 좋겠네."

다음 영풍교 밑에서 세월을 낚던 분들의 목소리도 청취했다.

"경부운하가 바로 밑으로 지나가는가? 난 몰라. 난 외지사람이라. 대구에서 왔거든. 나야 뭐 술 먹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 건 몬 들었는데. 대구 사람이고 그런 거 워디 다 아나?"

이어 벌초하고 내려오는 가족들을 만났다.

"경부운하 알죠. 들어 봤어요. 우린 이명박씨 팬이라요. 근데 뭐가 좋아질진 잘 몰라요. 우린 또 서울이랑 부산이랑 외지에서 와 나서. 하지만 운하 만들어 놓고, 배 왔다 갔다 하면 좋아지지 않겠어요."

아하, 이게 민심인 듯싶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제1공약을 아직 들어보지도 못한 분들이 많고, 들어 봤어야 그냥 좋아지겠지 하는 기대 정도다. 그러니 운하의 타당성이 어쩌고 논란하는 사람이야 얼마나 되겠나. 정치적 이해득실로만 따지면, 경부운하에 대한 검증은 재껴두고 홍보만 하는 것도 타당할듯 싶다.

▲ 상주 들녘의 김병기 타령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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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4일 오후 1시 45분]

염형철 처장의 눈에 비친 '황당한' 두 기자

오전 9시 10분. 낙동고개 휴게소에 들렀다. 기사를 올리고, 어수선한 오전 상황에서 한숨 돌리기 위해서다.

뒤늦게 이재오 의원이 구미 해평습지에 들른다고 했다는 말을 김병기 기자가 전한다. 잘됐다. 그렇다면 나중 출발한 우리가 그들을 추월한 셈이니, 잠시 짬을 내 여러 가지를 정리할 수 있겠다.

하지만, 30여분이 흘렀을까? 이 의원 일행이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다. 기사를 체크하고 답변까지 하는 동안에도 이재오 의원은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했더니, 웬걸 벌써 지나쳤다. 해평습지를 들르지 않았거나, 너무 진지하게 일하고 있었던 우리가 지나치는 행렬을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확인하니 해평습지를 지나쳤단다.)

왜 그들은 오지 않을까? 그런데...

벌여둔 일을 마무리 하느라 시간이 계속 간다. 그 사이 이 의원측 이두호 비서가 친절하게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효갈리를 지나고 있습니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거리는 15km까지 벌어졌다. 40여분정도 달려야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다.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도 점심 때 가서야 만날 수 있을듯하다.

오전 10시 50분. 나지막한 강창교를 지난다. 교량 높이는 3m 남짓, 비만 오면 잠기는 잠수교다. 오늘만 낙동강을 다섯 번째 건넌다. 다리를 건너는 경운기, 추석을 앞두고 낫을 들고 묘를 벌초하는 아저씨. 그 옆을 지나는 두 기자, 평화롭고 정겹다.

이곳에 운하가 생기면? 얕은 다리들은 물속에 잠기거나, 혹은 다리 뿌리가 파헤쳐져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9m가 넘는 물 속에 기초를 두고, 물 위로도 15m 이상 솟아 있는 초대형 교량들이 새로 들어서야 할 판이다.

오전 11시 30분. 예천군 풍양면에서 왼쪽으로 낙동강을 끼고 북진하고 있다. 갈대 우거진 강변, 잘 발달된 모래톱, 강 가운데엔 하중도가 아름답다. 다양한 요소들이 잘 짜 맞춰진 이곳은 얼핏 봐도 건강하고 풍부한 생태계를 짐작케 한다.

이재오 의원과 우리, 그 큰 견해의 차

어제 비슷한 광경을 봤던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탐방 둘째 날 서신에 이렇게 썼다.

"강변 둔치는 별 쓸모가 없어보였다. 적어도 남지까지는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준설해야 하고, 강 가운데 퇴적된 성 같은 늪지대는 뱃길을 열기위해서는 없애는 것이 좋겠다."

이 의원은 다양성을 무질서로 이해하는 모양이다. 하천의 모래밭이 수질을 개선하고, 강바닥의 모래들이 홍수를 만난 물고기와 수서곤충들의 피난처가 되어 장마가 끝나자마자 신속하게 환경을 복원하는 근거임을 모르는 소리다. 그래서 한국생태학회 배연재 부회장은 9m 깊이의 운하로 물줄기를 단순화하면 수서곤충의 절반가량이 사라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천 생태계의 밑바닥을 이루는 수서곤충의 감소는 곧 어류를 포함해 하천생태계 전체를 위기로 몰아 넣을 수 있다. 오늘은 물고기가, 내일은 새가, 그리고 다음 날에 인간에게 불행이 닥칠 수 있다는 기자의 생각과 새들과 물고기를 쫓아내는 것을 발전이라고 믿는 이재오 의원 사이엔 벌어진 거리만큼 차이가 크다.

또 이재오 의원의 눈에는 낙동강 바닥에 쌓여있는 황금빛 골재가 보이지만, 우리의 눈에는 식수가 보인다. 4년간 경부운하 공사를 위해 553km 전 구간에 걸쳐 골재채취가 이뤄진다면 우리는 무슨 물을 먹고 살 것인가.

이재오 의원 탐방팀에서 오마이뉴스-환경연합팀의 펑크난 자전거를 수리해주고 있다.
 이재오 의원 탐방팀에서 오마이뉴스-환경연합팀의 펑크난 자전거를 수리해주고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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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시츄에이션

그런데 김병기 기자의 자전거가 걱정이다. 거의 닳아빠진 뒷바퀴의 브레이크 패드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빗길에 위험하다. 시골 길에 자전거포가 있을 리도 없고, 브레이크를 고치려고 도시로 나갈 수도 없다.

그래도 두 사람은 뭐가 좋다고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예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한참 흥이 났다. 참 이상한 양반들이다.

아직도 펑크난 또다른 자전거는 여전히 차에 실려 있다. 헝그리 정신에 불타는 기자양반들은 자신들의 자전거를 절대 양보 안한다. 순식간에 <오마이뉴스> 지원반으로 전락한 우리는 두 기자들을 취재하는 것 외에 할 일이 없다. 달리는 기자들, 기자를 취재하는 환경운동가.

좀 황당한 시츄에이션 아닌가?

▲ 자전거 투어 3일째. 비는 여전히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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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24일 오전 10시 20분]

"어! 또 따라왔네, 이제 빨리 집에 가"

역시 준비가 중요하다. 새벽 6시 30분에 서둘러 나왔지만, 이번에는 김병기 기자의 자전거가 말썽이다. 저전거의 브레이크가 먹질 않았다. 빗줄기가 어제보다 굵어졌다.

우리가 가진 도구는 출발할 때 <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가 건네준 조그마한 육각렌치 한 개. 브레이크를 고친다고 낑낑거리다가 20여분을 소비해버렸다. 한참을 헤매다 찾은 이재오 최고위원 일행을 눈앞에 두고도 놓쳐버린 것이다. 

뒤쳐진 우리는 이의원측에서 알려준 코스와 우리 차량의 네비게이션이 지정해주는 방향을 두고 갈등했다. 따라 잡을 수 있을지, 엉뚱한 길에서 헤맬지 기로에 섰다.
 
23일 일행과 함께 달리는 이재오 의원.
 23일 일행과 함께 달리는 이재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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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구미를 벗어나 의성군으로 접어드는 일선교를 지났다. 낙동강엔 물이 제법 불어서 흙탕물이 흐른다. 낙동강은 중하류가 매우 완만한 탓에 비가 오면 홍수가 바다로 빠지지 못하고 주변 지역에 넓게 범람한다.

70~80년대에 새마을운동을 하며 그 범람원의 90% 이상을 개간한 탓에, 이제 홍수는 넓게 퍼지는 대신 수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낙동강이 다른 강들에 비해 제방이 높고, 높아진 제방이 쉽게 터지면서 낙동강권역 전체가 홍수에 취약해졌다. '하면된다'는 새마을 정신의 한계다.

"어! 또 따라왔네. 이제 빨리 집에 가. 우리가 기사는 써서 올려줄게."

한참 만에 따라잡은 이 의원이 한 휴게실에서 김병기 기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마디 했다. 이 의원 일행은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배가 고팠다. 이 의원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 허기진 몸을 이끌고 전속력으로 질주한 탓이다. 먼저 그들을 떠나보내고 바나나 우유와 빵 한쪽씩 먹고 출발했다. 그러나, 

브레이크 고장... 게다가 또 길을 잃다

또 길을 잃었다. 겨우 행렬을 따라잡았는데 10분정도 늦었고 내가 이정표를 잘 못 해석하는 바람에 한참을 돌아왔다. 두 개의 고개를 넘었다가 되돌아 넘었다. 보이지 않는 이재오의원을 뒤쫓아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다.

경북 상주 낙동고개의 한 휴게소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김병기 기자와 염형철 처장
 경북 상주 낙동고개의 한 휴게소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김병기 기자와 염형철 처장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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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50분, 낙단대교를 건넜다. 비가 그토록 쏟아졌는 데 강바닥이 훤히 비친다. 빗속의 사위는 평화롭고 또 적막하다. 내일이 추석이지만 들판은 차분하다. '一자'로 뻗은 4차선 25번 국도, 고속도로와 다르지 않다. 가끔씩 지나는 차량들이 100km도 넘는 속도로 다가왔다 사라져간다. 지원 차량 앞을 달리는 <오마이뉴스>의 두 기자, 맞바람에 부풀어 오른 비옷을 입고 쉴 새 없이 페달을 밟고 있다.

김병기 기자와 박상규 기자는 빗속을 질주하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거나 큰 소리로 흥에겨운듯 노래를 부른다. 두 기자의 운동화 속엔 가을비가 흥건히 고였다.

그들을 보노라면 취재를 하러 온 것인지, 그냥 자전거 투어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즐겁다.


태그:#경부운하, #이재오, #자전거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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