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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고깃배들이 있는 가을바다 풍경
▲ 달맞이 고개에서 내려다 보는 청사포 바다 그림 같은 고깃배들이 있는 가을바다 풍경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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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추석이다. 해마다 달을 보고 비는데, 뭔가 달님 덕을 본 기분이 든다. 그래서 달이 더 크게 노랗게 보이는 자리를 찾아 발길이 절로 닿는 곳은 해운대 달맞이 길이다. 이 달맞이에서 내려다 보이는 청사포 바다는 산의 형체가 반쯤은 날아간 듯한, 와우산의 자락. 그리고 와우산에서 청사포로 내려가는 길에 만나는 마을은 '신기부락'이다.

동네보다 마을이란 명칭은 오래됐다면 부락은 휠씬 더 오래된 마을. 이 신기부락은 해운대 달맞이 길 해송교밑을 지나 청사리로 내려가다보면 처음 만나는 마을이다.

이 길에서 길을 잃기 쉽다. 달맞이에서 청사포를 스쳐 지나는, 기장 방면으로 가는 길은 늘 헷갈린다. 이정표 또한 자세히 보면 청사포 가는 길은 하늘을 향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새터 마을'이라고 불리워진 이곳은 옛날 청사포에서 혼인을 하면 한집 두집 이루어져 마을이 형성되었다 한다.

바다가 그림 같은 청사포는 한적한 갯마을 동해남부선 철도의 아래쪽은 청사포 바다, 윗쪽은 새터마을. 농경지가 손바닥만한 어촌이다. 텃밭은 계단식이다. 작은 땅도 놀리지 않는 어촌 마을 아낙들의 부지런한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계단식 농장이 군데 군데 눈에 띈다.

지붕 위에 청사포의 달덩이, 둥근 호박이 굴러다녀요.
▲ 새터마을의 농장 지붕 위에 청사포의 달덩이, 둥근 호박이 굴러다녀요.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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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밭은 너무 흔하고 텃밭은 너무 귀하다
▲ 청사포 새터마을의 계단 농장 바다밭은 너무 흔하고 텃밭은 너무 귀하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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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포의 지명은 푸른 뱀이 나왔다는 전설로 인하여 청사포라 하였으나, 뱀 '사(蛇)'자가 좋지 않다 하여, 맑을 '청(淸)' 자와 모래 '사(沙)'를 따서 청사포로 바꾸고, 그후 청사서당의 학도들이 청사포(靑沙浦)라고 고침으로 현재에 이른다.

청사포에는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이곳에 정씨 부부가 살았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기다리다 지친 정씨 부인이 소나무 그루를 심고 그 나무에 의지하여 바다를 바라보았으나, 수년을 기다려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앉아서 기다리던 바위가 망부석이다. 이 곳에 올라가서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던 소나무들 망부송이라고 한다. 이후 주민들은 이곳에 사당을 지어 외롭게 죽어간 부인의 혼을 위로하여 이 나무를 수호신으로 모셨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나 질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찾아와 기도를 올린다.

이정표가 잘못된 것 같죠 ?
▲ 하늘로 향해 가는 청사포 이정표가 잘못된 것 같죠 ?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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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포에 사는 사람들은 청사포에 인재가 없는 이유와 와우산의 꼬리부분인 고두말이 신작로를 내면서 끊어지는 바람이라고 믿고 있다. 달맞이 와우산 일대에도 재미난 전설이 있다. 소가 누운 형상이라 해서 지어진 와우산의 전설은, 아주 옛날 어느 청년이 사냥을 무척 좋아해 장산으로 해운대로 자주 나왔다.

그때 마침 나물을 캐던 아리따운 아가씨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청년은 반하게 되었다. 청년이 아가씨에게 "혹시 지나가는 동물을 보지 못했습니까 ?" 물으니, 아가씨는 보지 못했다고 대답한다.

그런데 나물을 캐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아가씨 뒤를 소 한마리가 자꾸 따라왔다. 아가씨는 이 소를 다음날 다시 그 자리로 몰고 나가니, 그 때 소는 사라지고 어제 만났던 청년이 나타나서 사랑을 고백하고 내년 정월 대보름날 다시 만나자고 언약한다. 그리고 이듬해 다시 청년과 아가씨는 해후한다. 두사람은 사랑이 이루어지게 보름달에 간절히 소원을 빌었고,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졌다고 한다.

전설이 깃든 청사포
▲ 달맞이길에서 내려다보면 그림보다 멋진 바다. 전설이 깃든 청사포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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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깃든 달맞이 고개는 정월 대 보름달만 아니라, 휘영청 달이 중천에 뜨는 추석 달맞이의 명소. 하늘에 뜬 달과 바다에 잠긴 달과 술잔에 잠긴 '경포대의 달'보다 해운대 달맞이의 달은 더 유명해서, 이 지구의 하나 밖에 없는 해운대의 달을 보기 위해, 송정으로 이어지는, 청사포가 내려다 보이는 달맞이길은, 차량의 행렬로 곤혹을 치룬다.

청사포에는 유명한 다릿돌이 있는데 바다속에 징검다리처럼 암초가 형성되어 있어 미역을 많이 길러낸다. 매년 당산제와 4년마다 별신굿을 지낸다. 지금은  횟집이 늘어나 생선회로 유명하다. 점점 풍속과 풍습이 바뀌어가는 청사포, 그래도 바다는 그림보다 아름답다.

청사포는 구석기 시대의 유적으로 확인되는 <망치돌><받침돌><다면석기>등이 이곳에서 많이 채집되기도 했다. 이 유적들은 한일문화교류와 문화전파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있다. 민요속의 '다리돌'은 청사포 바다 속의 바위이름이다.

<비야 비야 오지 마라><담바구타령> 등 많은 민요와 민담이 구전으로 전해지는 고장이며, 바다를 생업으로 살아가는 어촌이다. 부산의 많은 바다와 또 다른 바다가 아름다운 송정과 유명한 해운대의 사이에 있는 바다라서 여행객에게 자칫 기회를 놓칠 그런 바다이다.

청사포, 바다를 안마당으로 가진 아담한 절이 있다.
▲ 해월정사 청사포, 바다를 안마당으로 가진 아담한 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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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청사포 방파제에 많은 포장마차촌이 형성되어 있고, 낚싯군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바다, 그러나 전설이 깃든 곳이라 이런 전설의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우려도 운치가 있다. 언제라도 보름달이면 누구라도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 질 듯 바다의 파도소리가 화답을 해준다.

봄이 되면 유달리 멸치배들이 많이 몰려들고, 이 배들이 밝히는 집어등은 연등보다 밝고,  바다로 내려 가는 길은 항상 전설 속으로 들어가는 듯 길을 잃는다. 특히 송정 방향의 길은 대한팔경의 달맞이길. 이 길은 송정까지 15번이나 굽어진다. 15곡도라도 한다. 동해안 바다는 월출이 절경. 서해안 바다 위에서 보는 달은 월몰이 일경. 그러나 해운대 바닷가는 동해와 남해의 분기점이라 월출의 장관에서 월몰의 경이로움까지 느낄 수 있다.

동해안 해안 도로를 이어 달리려던 길이, 달맞이 고개에서 내려서면서, 나그네의 길은 막다른 길의 청사포 전설의 길속으로 빠져든다. 점점 어둠으로 짙어지는 바다에는 막 달은 막 축구공처럼 힘차게 떠오를 기세다.

에헤 광어골 열두골은 골마가 기염이요
다리돌 바라보니 여름의 나그네라 
에헤야 좋구나 에헤야 좋구나
명승의 송정이 자랑이로구나
에헤 대섬에 일본송은 못보면 한이 되고
섬 위에 돋는 달은 볼수록 찬란하네
에헤야 좋구나 에헤야 좋구나
명승의 송정이 자랑이로구나
에헤 간진함 열두봉은 봉마다 기암이요.
우뚝 선 망덕봉은 평온을 지켜주네
에헤야 좋구나 에헤야 좋구나
명승의 송정이 자랑이로구나. - <송정의 노래> 중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청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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