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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존폐를 놓고 해묵은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현직 판사가 간통죄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간통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 지난 9일 서울북부지원 형사2단독 도진기 판사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간통죄(형법 241조)의 위헌 여부에 대한 제청 결정문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루 뒤인 10일 대구지법 경주지원 이상호 판사도 같은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다고 밝히는 등 간통죄 존폐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도 판사는 제청 결정문에서 "부부관계란 법적으로 계약성을 띠고, 그 관계에서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계약상 책임에 가까운 것인데도, 부부간의 성적(性的) 성실의무 위반을 한 간통죄를 '민사'가 아닌 '형사'로 다루는 것은 헌법에서 규정한 행복추구권을 법이 스스로 거스르려고 하는 것"이라며 "혼외의 애정관계는 불문하지만 성교행위로 넘어서면 국가권력이 개입해 처벌하겠다는 현 간통죄 규정이야말로 법이 이불 안까지 들어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도 판사는 또 "사실상 간통죄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이혼 시 위자료나 양육 등 이혼조건 협의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한 압박용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의미 없는 처벌로 인한 전과자만 양산하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간통죄 위헌 여부와 관련해 헌재는 지난 1990년, 1993년, 2001년 세차례에 걸쳐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나같이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해서'라는 게 합헌의 근거였다. 하지만 마지막 결정일로부터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사회 인식이 급변한 현 시점에서 간통죄 폐지 쪽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2001년 헌재는 재판관 8(존속)대 1(폐지)의 의견에 따라 합헌 쪽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간통죄가 개인간의 윤리적 문제라는 점 ▲세계적으로 폐지 추세에 있다는 점 ▲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대부분 고소 취소돼 처벌 기능이 약화된 점 등을 들어 "우리의 법의식 흐름과의 검토를 통해 간통죄 폐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힌 바 있다.

 

간통제 폐지와 관련해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여성계는 "더 이상 간통죄가 여성보호를 위한 실효성이 없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로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폐지에 대한 여성계 입장 '찬성' 대세 "법제재는 부적절"
부부관계는 신뢰가 전제…性에 국한 안된다
여협에선 "폐지 강력반대" 기존입장 재확인

간통죄 폐지에 대한 여성계의 의견은 대체로 찬성 쪽에 가깝다.


먼저 한국여성민우회(상임대표 유경희·이하 민우회)는 여성단체로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간통죄 폐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 2005년 11월 염동연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을 포함한 10명의 국회의원이 간통죄 조항을 삭제한 형법개정안을 발의하자마자 민우회는 즉각 논평을 내고 지지 입장을 표명했었다.

 

당시 민우회는 "간통죄는 더 이상 여성에 대한 보호법익이 아니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성의식 향상과 사회변화의 흐름에 비추어볼 때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었다. 특히 평등한 부부관계란 신뢰가 전제돼야 하는데, 성적인 면에 국한해 이를 법으로 제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우회의 박봉정숙 사무처장은 지난 11일 "법익이 없는 간통죄가 존재할 이유는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간통죄가 없어지면 간통을 더 부추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문제"라면서 "이혼소송을 낸 뒤에만 고소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의 긍정성 여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남윤인순·이하 여연)은 간통제 폐지문제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여연의 박금옥 사무처장은 "내부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한 편"이라면서 "국가가 나서 강제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감시하고 간섭하는 것이야 말로 대세에 역행하는 태도"라고 전했다.


간통죄가 가정보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점에서 폐지 반대를 주장해왔던 한국가정법률사무소(소장 곽배희·이하 가법)도 그동안의 입장에서 선회했다. 지금까지 가법은 '실질적 남녀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고, 그나마 간통죄와 같은 법적 제재가 없다면 이혼 후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들은 빈곤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간통죄 존치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11일 가정법원의 한 관계자는 "간통죄 위헌 여부에 대해 어떤 판결이 나든지 헌법재판소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지난 2001년 간통죄 위헌소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던 재판관이 현재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은 데다가, 새로 임명된 재판관들이 지난 1월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성향으로 볼 때 간통죄 폐지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따라서 헌재의 결정에 따른다는 가법의 입장은 주목할 만하다. 


이에 비해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화중·이하 여협)는 간통죄 폐지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화중 회장은 "혼인이란 일생 중 가장 신의가 따르는 일인데도 이를 '계약'으로 여겨 간통을 계약위반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성·남성을 떠나 누구든지 외도를 일삼는 것은 간통죄로 처벌받아 마땅하다"면서 "외도를 정당화하지 않으려면 간통죄가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말해 간통죄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간통죄 위헌 제청한 도진기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
"범죄가 아닌 계약위반"
 

"간통행위는 부부간의 성적(性的) 성실 의무를 위반한 행위다. 이를 국가가 나서 범죄로 규정하고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다."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도진기(40·사진) 판사가 지난 11일  여성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간통죄는 위헌소지가 충분하다"면서 "지금처럼 형법상 범죄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 판사는 "1953년 형법 개정 당시 간통죄 존속을 두고 의원들끼리 의견이 엇갈렸고, 결국 단 한표 차이로 간통죄가 존속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으레 '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처벌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도 판사에 따르면 현재 간통법이 존재하는 나라는 유럽의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정도가 손에 꼽힌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간통죄 인정 여부가 다르지만 점차 폐지를 권고하는 추세다. 터키의 경우 이슬람 세력이 점차 커지면서 간통죄 부활을 시도했지만, 유럽연합(EU)에서 적극 반대해 결과적으로는 간통죄가 사라지게 됐다.


우리나라도 간통죄에 대한 실형 비율은 해마다 줄고 있고, 2001년 30%였던 것이 올해는 6%에 그치는 등 사실상 사문화돼가고 있다고 도 판사는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간통죄 폐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 같으냐고 묻자 도 판사는 "위헌결정이 나면 기존 간통죄 처벌 대상자들이 재심대상이 되기 때문에 예산 등 실무적 어려움이 따를 수 있어 입법으로 해결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형법개정안(2005년 염동연 등 10명의 의원이 형법에서 간통죄 조항 삭제를 요구)이 통과될 경우 그 이후 시점에서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무적 어려움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도 판사는 "현재 상당수 이혼소송이 '유책주의'(혼인 파탄 책임자 이혼소송 불가)에서 '파탄주의(혼인 파탄 책임자도 이혼소송 제기 가능)'로 가고 있는 만큼 간통죄 폐지야말로 시대적 대세"라고 말했다.

 
찬성 · 반대 입장 대립 '간통죄의 위헌성' vs '성도덕 문란 방지'
 

폐지 찬성

간통죄란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우리 형법 제241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간통죄가 우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상의 권리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성행위를 할 것인가의 여부와 그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가의 자유로운 결정권)을 도출해낼 수 있는데, 이때 형법상의 간통죄 규정과 헌법상 기본권의 충돌이 문제된다.


이는 간통죄의 존폐론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본래 간통죄는 혼인의 순결 등 혼인제도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간통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쉽게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니면 간통자에 대한 보복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악용되고 있다.


간통죄를 통해서 보호하려는 본래의 법익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간통죄는 남자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그 상대방인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므로 이를 보호하려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는 여성 간통자의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 부부 이혼시에 위자료를 통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현실화되고 있고, 재산분할을 통해 이혼 후 생활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아울러 양육비 청구 등으로 자녀 양육이 가능하므로 여성 보호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보인다.


오히려 여성에게는 간통으로 인해서 복수적인 측면에 얽매일 경우 과거를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가는 데 장애요소가 될 수도 있다. 여성 간통자의 경우 협박이나 공갈의 수단으로 악용당하는 예가 상당수 있어 왔다. 간통에 대한 국민들의 법의식은 수많은 간통사건에 대해 극히 일부만이 처벌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자신의 잘못을 탓하지 않고 재수가 없어서 처벌받게 되었다고 여길 정도로 약화돼 있다.


또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복수심이 남아있는 경우에만 처벌받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만 처벌받게 돼 오히려 국민들의 준법정신을 약화시키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간통죄는 법에서 예정하고 있었던 본래의 법익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있다. 본래 도덕이나 윤리에 해당하였던 문제에 대해 법이 개입함으로써 오히려 잘못 운용되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를 폐지해가는 추세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형법에서 이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성도덕이 문란해지거나 간통으로 인한 이혼이 더욱 빈발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1947년에 간통죄를 폐지한 일본이나 서구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의 폐지 이전보다 성도덕이 문란해졌다고 보고된 바는 없다. 또한 간통죄가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이혼이 급격히 증가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간통죄로 처벌받을 경우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있어 낙인이 찍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간통죄로 고소할 때는 이혼소송을 먼저 제기하도록 돼 있어 간통죄의 처벌로 가정질서를 파괴하는 형태가 되어 있다. 간통의 처벌을 통해서 가정질서를 유지하려는 본래의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폐지 반대

간통죄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세차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가장 최근으로는 2001년 10월25일에 간통죄 처벌규정인 형법 제241조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한 적이 있다.


필자는 간통죄의 존치 이유로 다음의 3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하는 데 있다. 성도덕의 문란이 이미 사회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는 대대적으로 사창가를 없애기도 했고, 성매매 행위에 대해 많은 단속을 하고 있다. 간통죄를 폐지한다면 현재의 문란한 성도덕에 가속도를 주어 사회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둘째,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를 위하는 데 있다. 간통은 배우자에 대한 침해 내지 모욕으로서 다른 사람의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이므로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어차피 간통은 비도덕적이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것이므로, 가장 현실적으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규제가 간통죄인 것이다.


셋째, 간통으로 인해 야기되는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외자녀 문제, 이혼 등 사회적 해악의 사전예방을 위하는 데 있다. 따라서 현행 간통죄의 처벌규정과 관련해 폐지하기보다는 문란한 성도덕의 근절과 건전한 가족질서의 확립을 위해 일부 불합리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실효성이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첫째, 간통죄 고소와 이혼심판청구를 분리시켜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29조에서는 형법상의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고소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는 간통죄의 처벌만을 원하고 이혼하기를 원치 않는 배우자에게 이혼을 강요하는 불합리를 초래하고 있다. 이것은 또 간통죄가 존치사유로 들고 있는 혼인제도의 유지, 가정생활의 보장에 역행하는 면이다.


둘째, 간통죄의 처벌 형벌로서 자유형(징역)과 함께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셋째, 배우자와 간통한 상대방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서 배상청구권자와 배상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배우자와 간통한 상대방에게는 혼인관계가 파탄된 데 대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들에게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신의 부 또는 모와 간통한 상대방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 대법원 판례다. 또한 손해배상청구 금액에서도 가정이 파탄되고 배우자로서 겪게 되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 비해 매우 낮은 손해배상 금액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현재 법원의 태도다.


따라서 간통한 상대방을 대상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자의 범위를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배상금액도 현재보다 2~3배 이상 수준으로 높여 간통행위를 예방하거나 사후구제에 충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

모든 범죄가 다 윤리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며, 법은 윤리의 최소한의 제한이라고 본다면 간통죄의 처벌 또한 최소한의 제한이다. 지금 우리가 깊이 새겨야할 문제는 간통한 소수의 범죄자를 보호하려는 인권의식 보다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올바른 성도덕의 회복, 건전한 가족질서의 확립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태그:#간통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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