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찬성
간통죄란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우리 형법 제241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간통죄가 우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상의 권리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성행위를 할 것인가의 여부와 그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가의 자유로운 결정권)을 도출해낼 수 있는데, 이때 형법상의 간통죄 규정과 헌법상 기본권의 충돌이 문제된다.
이는 간통죄의 존폐론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본래 간통죄는 혼인의 순결 등 혼인제도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간통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쉽게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니면 간통자에 대한 보복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악용되고 있다.
간통죄를 통해서 보호하려는 본래의 법익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간통죄는 남자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그 상대방인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므로 이를 보호하려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는 여성 간통자의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 부부 이혼시에 위자료를 통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현실화되고 있고, 재산분할을 통해 이혼 후 생활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아울러 양육비 청구 등으로 자녀 양육이 가능하므로 여성 보호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보인다.
오히려 여성에게는 간통으로 인해서 복수적인 측면에 얽매일 경우 과거를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가는 데 장애요소가 될 수도 있다. 여성 간통자의 경우 협박이나 공갈의 수단으로 악용당하는 예가 상당수 있어 왔다. 간통에 대한 국민들의 법의식은 수많은 간통사건에 대해 극히 일부만이 처벌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자신의 잘못을 탓하지 않고 재수가 없어서 처벌받게 되었다고 여길 정도로 약화돼 있다.
또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복수심이 남아있는 경우에만 처벌받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만 처벌받게 돼 오히려 국민들의 준법정신을 약화시키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간통죄는 법에서 예정하고 있었던 본래의 법익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있다. 본래 도덕이나 윤리에 해당하였던 문제에 대해 법이 개입함으로써 오히려 잘못 운용되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를 폐지해가는 추세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형법에서 이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성도덕이 문란해지거나 간통으로 인한 이혼이 더욱 빈발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1947년에 간통죄를 폐지한 일본이나 서구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의 폐지 이전보다 성도덕이 문란해졌다고 보고된 바는 없다. 또한 간통죄가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이혼이 급격히 증가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간통죄로 처벌받을 경우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있어 낙인이 찍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간통죄로 고소할 때는 이혼소송을 먼저 제기하도록 돼 있어 간통죄의 처벌로 가정질서를 파괴하는 형태가 되어 있다. 간통의 처벌을 통해서 가정질서를 유지하려는 본래의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폐지 반대
간통죄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세차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가장 최근으로는 2001년 10월25일에 간통죄 처벌규정인 형법 제241조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한 적이 있다. 필자는 간통죄의 존치 이유로 다음의 3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하는 데 있다. 성도덕의 문란이 이미 사회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는 대대적으로 사창가를 없애기도 했고, 성매매 행위에 대해 많은 단속을 하고 있다. 간통죄를 폐지한다면 현재의 문란한 성도덕에 가속도를 주어 사회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둘째,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를 위하는 데 있다. 간통은 배우자에 대한 침해 내지 모욕으로서 다른 사람의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이므로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어차피 간통은 비도덕적이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것이므로, 가장 현실적으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규제가 간통죄인 것이다.
셋째, 간통으로 인해 야기되는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외자녀 문제, 이혼 등 사회적 해악의 사전예방을 위하는 데 있다. 따라서 현행 간통죄의 처벌규정과 관련해 폐지하기보다는 문란한 성도덕의 근절과 건전한 가족질서의 확립을 위해 일부 불합리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실효성이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첫째, 간통죄 고소와 이혼심판청구를 분리시켜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29조에서는 형법상의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고소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는 간통죄의 처벌만을 원하고 이혼하기를 원치 않는 배우자에게 이혼을 강요하는 불합리를 초래하고 있다. 이것은 또 간통죄가 존치사유로 들고 있는 혼인제도의 유지, 가정생활의 보장에 역행하는 면이다.
둘째, 간통죄의 처벌 형벌로서 자유형(징역)과 함께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셋째, 배우자와 간통한 상대방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서 배상청구권자와 배상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배우자와 간통한 상대방에게는 혼인관계가 파탄된 데 대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들에게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신의 부 또는 모와 간통한 상대방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 대법원 판례다. 또한 손해배상청구 금액에서도 가정이 파탄되고 배우자로서 겪게 되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 비해 매우 낮은 손해배상 금액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현재 법원의 태도다. 따라서 간통한 상대방을 대상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자의 범위를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배상금액도 현재보다 2~3배 이상 수준으로 높여 간통행위를 예방하거나 사후구제에 충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
모든 범죄가 다 윤리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며, 법은 윤리의 최소한의 제한이라고 본다면 간통죄의 처벌 또한 최소한의 제한이다. 지금 우리가 깊이 새겨야할 문제는 간통한 소수의 범죄자를 보호하려는 인권의식 보다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올바른 성도덕의 회복, 건전한 가족질서의 확립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