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향해 '비정규직법 폐기하라'고 외쳤다. 국회 토론회장에서였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펼침막도 내걸렸다.

 

펼침막을 내건 이들은 코스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6명이었다. 14일 오후 2시께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가 시작되자 이들은 펼침막을 내걸었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선두주자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내용이었다.

 

코스콤(옛 증권전산)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로 지난 1977년 설립된 후 증권시장의 IT 인프라의 구축 및 운용을 담당해온 곳이다. 이 곳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다"며 지난 12일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들이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코스콤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로써 이들은 코스콤과는 교섭을 할 수도 파업을 할 수도 없게 됐다. 이에 코스콤 노동자들이 국회 토론회장에 "노동부가 나서야 한다"며 펼침막을 내건 것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토론회 축사에 나서자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어서서 "노동부는 비정규악법 폐기하라"고 외쳤다. 순간 장내는 술렁였다. 김유식 민주노총 증권산업노조 코스콤 비정규지부 대외협력국장이 "코스콤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지 코스콤에 가봐야 한다"며 이 장관을 향해 소리쳤다.

 

이윽고 이 장관과 김 국장의 설전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방송을 통해 중계되고 있었다. 이 장관은 "노동시장 유연성과 취약계층 보호라는 두 개의 가치를 고려해 만든 법이다"며 "고도의 절충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는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초로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급해서는 안 된다"며 "단계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에 대해 "단계적으로 사고하는 동안 고통받는 비정규직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파업 하루 만에 조합원 12명이 연행되었다"며 "연행하면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외쳤다.

 

이 장관의 얼굴에 웃음이 나타나자 김 국장은 "비정규직 얘기할 때 웃으면서 얘기하면 안 된다"고 쏘았다.

 

말을 받은 이 장관이 "이 법의 나쁜 결과가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는 풍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법적 보호 테두리에 끌어들였고 많은 기업들이 고용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이 법으로 인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이후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토론회 관계자에 의해 제지당하면서 이들의 설전은 끝을 맺었다. 이후 오후 3시 50분께 이상수 노동부장관이 토론회장를 떠나려하자 김 국장이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봐 달라, 파업 장소가 쇠사슬로 봉쇄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장관은 "알았다"며 토론회장을 떠났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펼침막을 펼쳐든 채 한동안 토론회의 한 자리를 지켰다.

 

 

 


태그:#코스콤, #비정규직, #이상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