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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집니다. 잠도 안옵니다."

동호공고 폐지 등의 안건 심의를 하루 앞두고 13일 오후 8시 서울시교육청마당에서 해당학교 학부모가 하는 말이다.

동호공고가 '폐교위기를 넘겼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위원회는 14일 소위원회의를 열고 동호공고 폐교 안건을 논의한다.

갑자기 방향이 바뀐 동호공고 존폐 여부

지난 6일 서울시교육위원회 강호봉 의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시 교육위원 15명이 5일 간담회를 열었는데, 동호공교 폐교의 당위성이 없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며 "서울시교육청에 다른 대안을 만들어서 제출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폐교위기를 넘긴 상황을 전했다.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호공고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은 뛸 듯이 기뻐했고 다음날 동호공고 이지나 학생은 <오마이뉴스>에 '동호공고가 지켜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어요'라는 제목으로 네티즌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12일, 동호공고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장에게 폐교를 반대하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12일, 동호공고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장에게 폐교를 반대하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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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다음날인 7일 교육위원회 의장실 관계자는 강호봉 의장의 발언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시 교육위원회 의장실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과 교육위원회, 이해당사자간의 조정기능을 통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사안으로 신중히 대처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 의장의 말을 사실상 부인한 것이다.

같은 날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교육위원회에서는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는 아무 것도 없으며 서울시교육청 또한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교육위원회로부터 아무런 공문을 받지 않았다"고 말해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건심의 이틀 전부터 서울시교육청과 해당학교 학부모 교사들의 움직임을 집중 취재했다.

서울시교육위원들이 충남천안에서 열리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간 까닭에 교육위원회 의사국 관계자가 대신 동호공고 학부모 의견서를 접수하고 있다.
▲ 서울시교육위원회 서울시교육위원들이 충남천안에서 열리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간 까닭에 교육위원회 의사국 관계자가 대신 동호공고 학부모 의견서를 접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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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를 뒤집는 발언들이 현실로 드러난 것은 지난 12일 교육위원회가 개회하면서부터다. 서울시교육위원회는 '동호공고 폐지, 아현산업정보학교 폐지, 방송문화고 신설' 안건을  상정했고 12일 오후 2시에 안건 심의를 결정했다. 이와 동시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이 안건 통과를 위해 교육위원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학부모들은 당일 오후 2시 서울시교육청을 찾았다.

폐교 위기를 맞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15여명은 서명지와 의견서를 서울시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위원회 의장에게 전달하려고 했으나 끝내 만나지 못했다. 교육청은 이들이 입구에 들어서는 것부터 막았고 서울시교육청 본관 건물은 정문 후문 할 것 없이 셔터문이 내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오후 3시가 안된 시각인데도 근무를 안하나요? 왜 학부모들이 의견을 말하러 왔는데 막아서나요? 문을 열어주세요."

학부모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민원실 한 귀퉁이에서 이정우 학교운영지원과장과 면담이 이뤄졌다. 학부모들은 교육청과 교육위원회 실무자들에게 서명지와 의견서를 전달하고 입장을 전했다. 이 날 이 과장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과 강호봉 서울시교육위원회 의장 면담 불가 이유로 내세운 것은 "이들이 모두 전국기능경기대회에 갔다"는 것이다.

실업교육 잔치인 전국기능경기대회 축하차 갔다는 말에 실업계고라서 폐교될 위기에 처한 동호공고 학부모들은 "실업교육 육성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폐교를 추진하다니요. 말이 되나요?"라고 기가 차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건 심의를 하루 앞둔, 13일, 서울시교육청 본관 셔터는 내려져 있다.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다.
▲ 닫힌 교육청 안건 심의를 하루 앞둔, 13일, 서울시교육청 본관 셔터는 내려져 있다.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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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부터 닫힌 교육청, 학부모·교사 출입 봉쇄

안건 심의 하루를 앞둔 13일 동호공고 교사, 학부모, 그리고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사들이 교육청을 찾았다. 폐교를 막아보고자 다시 교육청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처음 맞이한 것은 본관 정문과 후문을 굳게 닫은 철로 된 셔터문이었다. 퇴근 시간 임박한 오후 5시 30분, 안에서 퇴근하려던 교육청 직원,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의견을 말하고 입장을 들으려 하는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를 셔터문이 가로막은 셈이다.

"문 좀 열어주세요.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가요? 우리는 입장을 말하고 교육청의 입장을 들으러 온 것 뿐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그러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한 시간 가량 되는 입구통제 상황 끝에 결국 이정우 학교운영지원과장과 학교설립기획팀장, 김재문 서기관이 나왔다. 이들은 민원실로 가서 얘기하자고 요구했고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우리는 민원을 내러 온 게 아니라 입장을 전달하고 입장을 듣기 위해서 온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의 끝에 방문자들은 10명 내외의 학부모 교사 대표단을 꾸렸다. 하지만 대표단이 본관에 들어가려는 순간 교육청 본관 문은 다시 잠겼다. 협의한 것이 순식간에 뒤집힌 셈이다.

다시 교육청 관계자가 본관 밖으로 나왔고 본관 청사 앞에 선채 입장전달이 오갔다. 본관을 지키는 교육청 직원들, 본관을 향해 서있는 학부모와 교사들, 그리고 중간에 학교운영지원과 관계자들이 선 채 오후 7시를 넘겼다. 본관은 서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상황에서 경찰관계자가 나타났다. 이들은 우리가 우리 의견을 말하려 하는데 우리를 막고 있다며 문 열어달라고 경찰 관계자에게 요구했으나 관계자는 집회 신고를 받고 왔다고 말해 방문자들을 더욱 어이없게 만들었다. 교육청 청사 앞마당 한가운데는 전경차량까지 대기 상태였다.

서울시교육청 본관 정문 앞, 출입이 봉쇄된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그 자리에 서서 교육청 관계자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 본관 앞 서울시교육청 본관 정문 앞, 출입이 봉쇄된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그 자리에 서서 교육청 관계자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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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더 기막히게 했던 것은 하루 전 12일 '남산타운아파트' 주민은 아무런 제재 없이 교육청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를 묻자, 미리 말하지 않아서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대해 "12, 13일 방문하기도 전에 건물 셔터문이 내려진 것은 뭐냐"고 물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서울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관계자는 "더 좋은 학교를 만들려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한 "초등학교를 동호공고와 같이 짓자는 제안도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산타운아파트 주민들이 공고생이 있는 학교에 함께 보낼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남산타운아파트 주민들이 어떤 의견을 전달했냐는 물음에 폐교 등의 행정예고에 찬성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답변했다.

학부모들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가 폐교 반대 입장을 설명하고 있고 교육청 관계자는 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 면담 중 학부모들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가 폐교 반대 입장을 설명하고 있고 교육청 관계자는 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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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터지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왜 이 소식을 아이한테서 들어야 하냐, 학생들의 마음을 아느냐, 학부모들의 눈물을 보셨냐. 한번이라도 나에게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느냐."

교육청 행정방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폐교 대상 학부모를 비롯한 학교구성원들에게 이 문제를 의논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지난 6월 23일 특성화고 전형요강을 공문을 통해 승인했고 7월 23일에는 이에 따른 2008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골자로 한 학칙변경을 인가했다. 동호공고는 올해 서울시교육청 좋은학교만들기자원학교에 뽑힌 학교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인 25일, 폐교에 관한 행정예고 확정에 따른 교직원 의견수렴 요청을 교육청이 해당 학교인 동호공고에 보냈다. 방학기간이었고 학교에서는 중3학생을 대상으로 23일부터 28일까지 방송영상콘텐츠여름캠프를 실시하고 있는 시기였다. 학교는 이에 반대했다. 구성원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청은 8월 21일 행정예고할 것을 통보해놓고 8월 17일 미리 행정예고했다. 물론 학부모, 교사, 학생 등 학교구성원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

"아이들은 모르고 있어요. 서울시교육위위회 강호봉 의장이 '폐교되는 일도 없고 안건 교육청으로 되돌릴거다'라고 말한 게 언론에 보도된 이후 그저 폐교가 안되는 줄만 알고 있지요."

"제 아이는요. 지금 밤마다 울어요. '엄마, 나 이제 어떻게 해'라구요. 여름방학 때만 해도 방송영상 배운다고 좋아하던 아이가 이제 불안해서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집니다. 잠도 안옵니다."

14일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자신의 진로를 정했고, 그 길로 나가고자 실업학교에 온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키우던 학교가 폐교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그대로 지켜보아야만 한다.
이들의 대화는 밤 8시를 넘어선 시각까지 계속됐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폐교입장 철회를 요구했으나 내일 교육위 결정을 지켜보라는 대답만을 들었다.
▲ 애타는 마음들 이들의 대화는 밤 8시를 넘어선 시각까지 계속됐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폐교입장 철회를 요구했으나 내일 교육위 결정을 지켜보라는 대답만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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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서울시교육위원들은 14일 오후 이 안건을 심의하고 처리한다. 당일 오전 10시 동호공고를 방문하고 이후 아현산업정보학교를 방문한 후 오후 2시에 안건심의에 들어간다. 8월 9일 행정예고부터 9월 14일 심의까지 불과 한 달 정도에 불과한 시간이다. 두 학교 구성원을 더하면 몇 천 명에 이르는 큰 사안인데도 말이다. 누군가 맘 급한 이가 있는 모양이다.

동호공고의 한 학부모는 "우리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사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며 "소신있게 안건을 철회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정우 학교운영지원과장은 "안건을 철회할 권한이 주어진대도 그렇게 할 수 없다"며 "학식과 덕망, 연륜을 갖춘 교육위원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니 지켜보라"고 대답했다.

오성훈 동호공고 교사는 "이미 안건이 상정되었고 판결을 빨리 내려야 한다. 부결되어야 하고 교육청은 편성된 예산 20억을 다시 학교에 지원해야 하고 모든 학교에 폐교행정예고가 담긴 공문에 대해 철회해야 하며 아이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부분들을 구성원들과 같이 고민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동호공고, #아현산업학교, #서울시교육위원회,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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