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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민심 얻어야 대선 승리"

"국민투표 거쳐 행정수도 재추진"
잡히지 않는 '충청도 마음'… 애타는 '이(李)마음'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동원되는 따옴표가 자주 목격된다. 큰따옴표와 작은따옴표가 큼지막한 제목에 쉽게 붙어다니는 걸로 봐선 선거보도 경쟁이 과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의도적인 제목 뽑기 냄새도 풍긴다. 입맛에 맞는 발언만 골라서 인용하는 제목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옴표 선거저널리즘이 어느새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다. 지면과 영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 태도로 위장하려는 교묘한 장치가 바로 따옴표들이다.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간 세뇌당하기 십상이다. 본질적으로 왜곡보도에 가까운 따옴표 저널리즘은 혼미한 대선정국을 틈타 실체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

 

따옴표 저널리즘의 주된 타깃은?

 

'행정수도 바람'이 민심자극제로 다시 등장한 곳은 충정지역이다. 따옴표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12일과 13일자 조간신문에서 그 실체들이 모습을 잘 드러냈다. 12일 두 가지 큰 정치이벤트를 치른 곳이어서 더욱 흔적이 역력하다. 흥분한 따옴표 저널리즘의 타깃은 '민심 흔들기'라는 것을 금세 읽을 수 있다.

 

이날은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로 일찍이 예고된 날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서울시장 재직시절 행정수도 건설에 강하게 반대했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후보당선 이후 첫 지방 공식 방문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현장과 대전을 찾았다.

 

충청권 민심은 사실 이날 심 대표의 입에 더 쏠려 있었다. 과연 무슨 말을 할 것인가에 도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 하루였던 탓에 이 후보 쪽에 민심이 뜻대로 쏠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는 지역보다 서울언론이 먼저 이 후보 측 심경을 헤아렸다.

 

<조선일보>가 13일 한 꼭지 기사의 제목에서 가장 예리하게 읽어냈다.

 

"잡히지 않는 '충청도 마음'… 애타는 '이(李)마음'"이란 제목만 봐도 애타는 이 후보의 마음을 헤아릴 것 같다. 작은따옴표를 사용했지만 절묘한 심정표현이다.

 

기사에서는 강도를 더했다. "지지율 50%를 넘나들며 '대세론'까지 거론되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지만 충청도 민심 때문에 골치다"며 "그러나 이 후보는 이날 가는 곳마다 행정도시 건설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충청 민심을 달래려 했지만 본인 마음처럼 일이 잘 풀리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충청 없이 대권 없다", 과연 그런가

 

그런가 하면 기사 중간 중간의 '이명박 "충청도, 정치 쟁점화 반대", 이후보측 "충청 없이 대권 없다"'란 제목에도 어김없이 따옴표들이 따라붙었다. 인터넷 신문에선 동영상과 함께 실어서인지 더욱 흡인력이 강하다. 후보의 심정인지, 기자의 솔직한 마음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충청지역 언론들은 12일 인터넷 방송과 인터넷 신문을 통해 심 대표와 이 후보의 행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느라 바빴다. 일부는 '막힘없이 발전하는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대통령 선거출마를 공식 선언한 심 대표', '심대평, 충청기반 대선 출마... JP 이후 20년만의 도전' 등 제목과 기사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흥분은 다음날 신문 활자에까지 고스란히 묻어났다. 대선이 100일 카운트다운에 돌입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가 기사와 논평 등에 배어있다.

 

<대전일보>는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충청집결 반드시 집권"'이란 제목으로 일찌감치 인터넷 신문에서 시선을 끌었다.

 

심 대표와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인터뷰 내용을 전날부터 비중 있게 실었다.

 

"다른 정당과 연대나 합당은 고려하지 않고 독자적인 선거운동을 통해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강조했다"는 내용과 함께 충청역할론을 <대전일보>는 기사에서 강조했다.

 

"충청역할론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정권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가능하며 영남과 호남의 패권주의를 종식시키고 충청도가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는 심 대표의 각오를 서두에 실었다.

 

5년 전 '행정수도론' 따옴표로 다시 포장

 

그러더니 결국 행정도시로 초점을 모았다. <대전일보>는 "행정수도 재추진", "행정도시 국제과학도시로 보완",  "행정도시 정략적 접근 불쾌", 지자체들 "충청으로 모셔라" 등 13일 1면과 정치면에서 정치인들의 행정도시 관련 발언을 인용해 제목으로 다뤘다. 모두 큰 따옴표로 포장했다.

 

전날도 <대전일보>는 1면에서 "행정도시 '수도급' 으로 건설하자"라는 자극적인 따옴표 제목으로 시선을 끌었다. 또 이날 정치면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발언과 대통합민주신당 정책토론회 등을 다룬 "충청권 민심 얻어야 대선 승리", "이명박 맞설 경제대통령은 나뿐"의 제목이  따옴표로 역시 부각됐다.

 

<충청투데이>의 따옴표 제목도 눈에 띤다.

 

'심대평 대표 "국민투표 거쳐 행정수도 재추진"'이란 13일자 1면 제목의 기사에서 '국민투표를 통한 행정수도 재추진', '대학수학능력 시험 폐지 및 대학의 신입생 선발권 행사' 등의 심 대표 공약을 소개했다.

 

또 6면에서는 "검증된 자질,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자회견 내용을 자세히 다뤘다.  


<중도일보>는 더욱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13일 "심대평, 충청기반 대선 출마...JP 이후 '20년만의 도전'"이란 제목과 '영호남 정치구도 극복. 충청권 세 결집 등 험로예고'의 중간제목의 기사에서는 지역색을 은근히 드러냈다.  
 

기사는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가 12일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당의 얼굴'로서는 1987년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 총재(JP)이후 20년만에 대권 출사표를 던졌다"며 "석달 가량 남은 대선일정속에서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심 대표에게 쏠린 충청지역민들의 관심은 뜨겁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 "뚜렷하게 나누어져 있는 영호남 정치지형 속에서 당선이라는 목표는 물론, 정치적 세력화에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심 대표와 중심당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그동안 조용했던 지역이 심대평 대선출마선언과 함께 행정수도론으로 술렁이고 있다.

 

특이한 현상은 5년 전 꼭 이맘때와 같은 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때도 충청권 민심이 행정수도론으로 크게 동요됐었다. 2002년 9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제시한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 공약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 못지않게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성'이 깊숙이 내재됐다는 평가는 최근 흥분하고 있는 지역언론이나 중앙언론의 어느 기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점 또한 특이한 현상으로 지목할 만하다.

 

'충청권 행정수도'를 따옴표로 재강조하고 있는 저널리즘에는 과거가 생략된 채 지역색을 오히려 강조하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선거철 따옴표 저널리즘의 가장 큰 병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선전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깊이 인식해야 할 때다.


태그:#따옴표저널리즘, #충청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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