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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일부터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1층 로비를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12일 오후 이랜드 노동자들이 향한 곳은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였다. 그곳에선 또 다른 비정규직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신관에 닿았다. 그 앞에선 이랜드, 기륭전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명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었다. 경찰은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이들의 진입을 막아섰다.

 

1층 로비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비에 들어서자 오전에 통화했던 김유식 민주노총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코스콤 비정규지부 대외협력국장이 기자를 맞았다. 김 국장  뒤로 '코스콤에서 일하지만 도급회사에 소속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명이 파업을 결의하고 있었다.

 

김 국장은 "오늘이 파업 첫째 날이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파업 전야제부터 지금까지 경찰과의 충돌로 노조원과 사무금융노조 간부 등 10명이 연행되고 2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고 밝혔다. 이들이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신관 1층 로비를 점거하고 파업을 벌이는 사연은 무엇일까?

 

15년간 일하고 받는 돈, 월 155만원

 

 김명수(39)씨는 "똑같은 일을 하는데, 월급이 1/3도 안 된다"며 "월급날 때 속상해도 돈 때문에 술집이 아닌 집에서 김치에 소주 한잔 한다"고 전했다.

 

코스콤(옛 증권전산)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다. 지난 1977년 설립된 후 30년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매매시스템 등 증권시장의 IT 인프라의 구축 및 운용을 담당해왔다. 이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이 회사는 기획예산처로부터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곳이다.

 

김 국장은 "코스콤 노동자 1000명 중 절반이 대신정보기술 등 도급회사에 소속된 간접 고용 노동자다"며 "이들은 정규직과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그들 중 한 명인 김명수(39)씨를 기자에게 소개했다. 코스콤 광주출장소장인 김씨는 네크워크 설치·운영·장애 처리 등의 업무를 15년간 했다. 현재 그의 월급은 155만원. 연봉으로 치면 1900만원이 안 된다. 이마저도 5년 동안 그대로다. 

 

김씨는 "대졸 신입사원도 3000만원은 받는다"며 씁쓸해 했다. 이어 "(그들은) 업무를 새로 배워야 한다"며 "내가 기술력이 월등한데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씨는 월급날마다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월급이 1/3도 안 된다"며 "월급날 때 속상해도 돈 때문에 술집이 아닌 집에서 김치에 소주 한잔 한다"고 전했다.

 

이어 자신의 가족 얘기를 꺼낸 김씨. "초등학교 4·6학년인 아들들이 '2학기 때 임원 하겠다'고 했다"며 "선생님 찾아뵙고 선물 살 여유가 없어 하지 말라고 했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전했다. 김씨는 기자 앞에서 속상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20여년만에 이뤄진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첫 문제제기, 파업

 

이경호(46)씨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중 한 사람이다. 지난 1988년 입사해 20년째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받는 돈은 한 달에 150만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자신의 상황을 이씨는 '차별'이라고 표현했다.

 

이씨는 "불만 있으면 나가라"는 말에 20년 동안 '차별'을 참았다. 이씨는 어느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고3딸 과외 한번 못시켜 줬다"고 말하고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윽고 이씨는 "인생을 헛살았다"며 자조하듯 말했다.

 

이번 파업은 그들의 20여년만에 첫 문제제기였다. 이는 지난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 시행 때문이다. 김 국장은 "준공공기관인 코스콤은 비정규직을 고착화하는 도급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법을 맞닥뜨린 많은 기업들이 도급화를 선택한 이유는 차별 시정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도급·파견·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실제 일하는 원청업체에서 차별을 받아도 차별시정을 요구하거나 교섭, 파업을 할 수 없다.

 

실제 코스콤은 "회사는 이들의 사용자가 아니다"며 비정규직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고 1층 로비 점거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면접도 이곳에서 봤다, 도급 회사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우리가 일하는 곳에서 정당하게 파업을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99명은 지난 5월과 7월 서울남부지법에 근로자지위존재확인 소송을 냈다. 또한 지난 8월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코스콤을 상대로 노동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쟁의조정신청을 낸 최초의 사례였다.

 

하지만 지난 11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코스콤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는 지난 7월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이 불법 파견을 인정한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중노위의 결정은 코스콤 비정규지부의 교섭권과 파업권을 박탈한 것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회사 쪽 "불법 파업 풀면 근로조건, 도급 금액 개선 할 것"

 

 코스콤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거래소 신관의 모습. 이곳 1층에서 코스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2시간여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난 후 회사 쪽의 입장을 듣기 위해 윤홍식 코스콤  30년사업팀장을 만났다. 윤 팀장은 중노위의 판정을 언급하며 "법적 판단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불법 파업을 풀면 하도급업체를 통해 근로조건이나 도급금액 등의 개선을 위한 원청업체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도급화와 관련해 "인력수급을 제대로 못하는 업체들을 5개 업체로 통폐합 시킨 것이다"며 "비정규직법과는 상관 없다"고 전했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일을 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윤 팀장은 "도급 운영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 관리 상의 미숙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또한 '종업원 지주회사'라는 대책도 밝혔다. "노동자 자신들이 스스로 도급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며 "임금이 올라가고 고용안정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 쪽은 "지금까지의 불법 파견을 무마하는 것이다"며 이를 거부한 상태다.

 

한편, 코스콤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과 관련 "앞으로 입장을 발표할 것이다"며 말을 아꼈다.

 

종이학은 과연 파랑새가 될 수 있을까?

 

오후 6시 반, 회사 쪽 취재를 마치고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현장을 돌아왔을 때 파업 출정식은 끝나가고 있었다. 이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를 외쳤다.

 

취재를 끝내고 현장을 떠날 때 김 국장은 기자에게 "얘기를 들어줘 고맙다"며 종이학 하나를 건넸다. "8월 1일부터 항거의 의미로 한 마리씩 접고 있다"고 했다. 그때서야 파업 현장에 '우리는 비정규 투쟁의 파랑새이며 불사조이다'는 펼침막이 걸려 있음을 깨달았다.

 

김 국장은 "이 싸움은 비정규직만으로 목숨 걸고 일어선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인열 부지부장은 의미를 "간접 고용의 폐해를 들춰내는 것"에서 찾았다.

 

김 국장이 기자에게 전해준 종이학은 파랑새가 될 수 있을까?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첫째날은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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