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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 부산시, 울산시 등 광역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경기도 광명시, 의정부시, 강원도 춘천시 등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보행환경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 이른바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양산시의 경우 도로망 인프라 부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현재 국도 7호선과 35호선의 우회도로, 도시계획도로 등 신설도로 개설과 가각정비, 도로확장사업 등을 통해 도로망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양산시가지 보행환경을 살펴보고 양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로정책에 대해 알아본다.

 

 

 

 

'사람 나고 차났지,  차나고 사람 났나?' 주요 도로든 이면도로든 도심 곳곳을 차량이 점령한지 오래다.


사람이 아니라 차가 도시의 주인이 된 모습이다. 도로에 차량이 늘어날수록 사람이 밀려나고 있다. 2010년 인구 30만 시대를 외치는 양산시. 인구유입을 위해서는 쾌적한 주거환경은 필수다. 이제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을 생각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사람이 밀려나고 있다 = "이게 사람이 다닐 도로입니까? 도대체 어디로 다니라고요? 인도 가운데 떡하니 가로등이 세워져 있는데…"


올해 초 확장공사를 마친 상공회의소~양산중학교 간 도로. 원활한 차량흐름을 위해 일방통행을 양방통행으로 전환하고, 도로폭도 2m가량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는 줄어버렸다.


게다가 가로등과 각종 교통 표지판이 인도를 점령하면서 실질적인 보행공간은 더욱 좁아졌다. 이 구간의 인도는 1.5~2m 남짓으로 성인 두 명이 나란히 걸어가기 힘들다. 인도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차도로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인도가 있는 곳은 다행이다. 평산동 선우 4~5차 아파트 앞 도로. 회야천 상류지역을 따라 지나는 이 도로는 주변 아파트단지 주민들뿐만 아니라 웅상여중, 웅상중, 웅상고, 천성초 등 4개 학교가 밀집해 있어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로 이용되는 도로 중의 한 곳이다. 하지만 인도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도로 가장자리에 그어진 황색실선 안쪽 50cm가량 공간이 고작이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양산시가 시가지 일대에 꽃길을 조성하면서 옛 1077호 지방도 동면 내송리~사송리 약 2km 구간 갓길에 금계국 수십만 포기를 심어 보행자를 차도로 내모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좁은 인도에 화분과 화단을 조성해 보행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곳도 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장애인은 말할 것도 없다 =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보행약자들에게 양산시 도로는 그야말로 나서면 고생인 곳이다. 둘쭉날쭉한 인도에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각종 도로 시설물은 되레 안전을 위협하기 일쑤다.


건널목과 인도가 연결된 곳의 인도 턱(경계석) 기준은 2cm. 하지만 기준을 만족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5cm 이상이고, 심지어 30cm를 훌쩍 넘는 곳도 있다. 휠체어를 타고 내려갈 수는 있어도 다시 올라올 수는 없다. 때문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차량들 틈 사이를 비집으며 힘겹게 다니는 장애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인도와 차도 경계에 설치된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도 제 역할을 상실한 채 일명 '무릎지뢰'로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볼라드 규격은 높이 80~100cm, 지름 10~20cm, 말뚝 간격 1.5m이상에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구도심에 설치된 볼라드는 대부분 높이가 30~50cm에 불과해 시작장애인이 이를 식별하지 못하면 쉽게 걸려 넘어진다. 또 콘크리트로 된 것도 상당수라 장애인을 배려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 점자블록도 갑자기 끊어지거나 파손된 곳이 많아 힘겹게 길을 나선 장애인들을 절망하게 하고 있다.
 
▲양산시 인도정책은 있나 =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에 가깝다. 시 관계자는 "현재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특별히 시행하는 사업은 없지만 2005년 1월 신설된 <교통약자이동편익증진법>에 따라 보행불편이 최소화 되도록 도로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산시에 따르면 보행자 편익을 위해 지난해 건널목 76개소를 대상으로 경계석 낮춤시공을 시행했으며, 보행자 안전을 위해 과속방지턱 25개소를 설치하고 51개소를 정비했다. 또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분리울타리를 설치해 보행자 안전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 조성사업은 타 지자체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 


시 관계자는 "주민생활이 우선되는 주거와 상업지역에는 최대한 인도폭을 넓히고, 가로수를 심는 등 녹지공간을 확보해 주민들이 편안하게 보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시의 재정여건상 기반시설 투자가 한정돼 있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기업을 유치하고 부산, 울산 등 대도시의 물동량을 끌어들이기 위해 도로망 확충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인도 관련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설명이다.
 
▲인도 시설물 관리부터 해야 =  양산시의 설명대로 신흥공업도시로서 도로망 확충 등 관련 인프라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고, 예산 또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인도 관련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언제까지 인도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야 하냐는 것. 예산이 없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인도의 시설물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로의 구조 및 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인도는 보행자의 통행량을 고려하되 최소 1.5m 이상 돼야 하며, 가로수 등 도로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1m를 추가해야 한다.

 

하지만 양산지역 인도는 이 기준을 만족하지 않을 뿐더러 가로수, 가로등에다 각종 입간판, 전신주박스 등 시설물이 보행을 가로막고 있다.  도로계획을 세울 때 인도 위 도로시설물의 위치를 고려해 진행하는, 사람을 우선 배려하는 행정적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 19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도, #양산,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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