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안타에 -1 남겨둔 이병규

100안타에 -1 남겨둔 이병규 ⓒ 주니치 드래곤즈

주니치의 이병규가 7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야쿠르트와의 홈경기에서 4타수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두 번째 한 경기 4안타를 때려낸 이병규는 현재 108경기 384타수 99안타 타율 .258 7홈런 39타점을 기록중이다.

 

한국 프로야구 10년 동안 .312의 평균 타율과 123개의 홈런 134개의 도루를 기록, 대표적인 '호타준족'의 타자로 명성을 얻었던 이병규를 생각하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그러나 이병규의 올 시즌을 실패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이병규가 외국 선수들이 적응하기 힘들다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첫 해를 보내면서도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타자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혹독한 실패를 경험한 이종범과 이승엽의 '日데뷔 시즌'

 

1998년 한국 프로야구 타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일본 프로야구로 뛰어든 이종범은 데뷔 첫해 타율.283 홈런10 타점 29 도루18를 기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종범은 그해 6월 23일, 한신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상대편 투수 가와지리가 던진 공에 오른쪽 팔꿈치를 맞는 부상을 당하면서 63경기에 출장하는 것에 그쳤다. 지독한 불운 때문이었지만 규정 타석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남긴 것이다.

 

이종범은 이후 심한 견제에 대한 부담과 스스로 잘해야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3년 반 동안 통산 310게임 타율0.265 286안타 27홈런 99타점 53도루라는 기록을 남긴 채 2001년 시즌 중반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2003년 국내에서 56개의 홈런을 때리고 일본 프로야구 롯데 마린스로 이적한 이승엽도 데뷔 첫 해 100경기 80안타 타율 .240 14홈런 50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이승엽 역시 이종범과 마찬가지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으며 100안타 달성에도 실패했다.

 

물론 이승엽은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강타자로 성공했지만 데뷔 시즌의 성적은 바로 이전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타율 .301 홈런 56개 144타점을 기록한 이승엽의 성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처참했다.

 

이종범과 이승엽의 사례는 일본 프로야구에 적응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병규가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절반의 성공'을 했다고 표현한 이유다.

 

'100 안타-주전 확보' 이병규,절반의 성공

 

이병규는 올 시즌 팀이 치른 120경기 가운데 108경기에 출장을 하며 이미 이종범과 이승엽의 데뷔 시즌 출장수를 넘어섰다. 주니치의 타자들 가운데 이병규 보다 더 많은 경기에 출장을 한 선수는 단 4명 뿐이다.

 

주니치에서 10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도 이병규를 포함해 6명이 전부일 정도로 주니치는 올 시즌 변화의 폭이 매우 큰 라인업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극심한 주전 경쟁 속에서 이병규가 108경기 출장을 했다는 것은 비록 시즌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앞으로 안타 한 개만 더 추가하면 이병규는 일본 프로야구 데뷔 첫 해 100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한 첫 번째 한국 프로야구 출신 타자가 된다. 현재 99개의 안타를 기록중인 이병규가 앞으로 남은 24게임에서 100개의 안타를 넘어설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이병규는 최대 120개 이상의 안타도 바라볼 수 있다.

 

팀내 5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며 100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한다는 것은 이병규가 데뷔 시즌에 생각보다 순조롭게 적응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전 일본으로 진출한 국내 타자들의 사례를 보면 데뷔 첫 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고 순조롭게 적응을 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해내고 있는 이병규의 2007시즌은 그래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냉정하다. 명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기록을 본다. 이병규도 예외는 아니다. 이병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가차없이 후보로 밀려날 수도 있다. 앞으로 이병규는 부족한 나머지 절반을 채워나가기 위해 더욱 자신을 채찍질 해야 한다.

 

데뷔 첫 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이병규가 나머지 절반을 채워 '완전한 성공'을 이루기를 기대해본다.

2007.09.08 12:36 ⓒ 2007 OhmyNews
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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