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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 K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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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착한 참주에서 총통제까지

지난달 21일 대통령 연임제한 폐지, 대통령 임기 6년에서 7년으로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두 번째 개헌안이 의회를 통과하였다. 이 같은 차베스의 조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반미, 반자본, 반세계화, 21세기 사회주의를 위한 혁명적 조치인가? 아니면 장기독재로 가는 수순인가?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필자는 먼저 폴 크루그먼 미국 MIT공대 교수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가 중남미 지역에 필연적으로 좌파정권 득세를 가져왔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의 페이시스트라토스라는 참주가 평민을 위해 선정을 베푼 것처럼 차베스도 포퓰리즘에 기초한 참주정(tyranny)에서 출발, 로마의 평민파 시저(케사르)가 귀족집단인 원로원을 타격하고 종신집정관이 되어 로마공화정을 부정하고 총통제로 나아가고 있다는 관점에서 차베스 노선을 보고자 한다.

2. 참주정과 포퓰리즘은 또 다른 지배양식

플라톤은 정치체제를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으로 분류한 뒤 이들 정체는 각각 참주정, 과두정, 중우정으로 타락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인 통치의 왕정과 뛰어난 소수의 귀족정, 다수의 혼합정치가 있으며 이것이 각각 왜곡되면 참주정, 과두정, 민주정이 된다고 보았다.

고대의 참주정은 귀족정에서 민주정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등장한 정치체제로, 겉으로는 모든 시민이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정(공화정)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왕정처럼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1인 독재체제를 말한다.

참주들이 대체로 귀족과 평민들 사이의 계급투쟁의 결과 발생한 힘의 공백 시기에 평민들의 지지를 얻어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잡았다는 점에서, 그들은 왕권신수설과 법치주의에 의거해서 통치하는 체제와 달리 개인적인 카리스마에 의존한 선동정치(포퓰리즘)와 성과주의적 사업 작풍에 의존한다.

부시행정부가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로 비유하였는데, tyranny를 폭정보다는 참주정으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왜냐하면,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에 걸맞지 않게 김정일 1인 참주체제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참주가 폭군은 아니며 역사적으로 보면 좋은 선정을 폈던 참주도 있고, 선정을 펴다가 폭정으로 전락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평민들의 지지로 비합법적으로 정권을 장악하여 참주가 된 아테네의 페이시스트라토스는 민중에게 선정을 폈고, 로마의 시저는 당시 귀족세력인 원로원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하층민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빚 탕감, 실업자 구제 등)을 펴다가 종신총통제로 나아갔고, 히틀러는 선거에서 노동자의 열광적인 지지로 당선된 후 폭정으로 나아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포퓰리즘에 대한 정의다. 서병훈 숭실대 교수는 이것을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인민주권론에 입각하여 위민정치를 추구하지만 대중이 정치참여에 소극적이라는 심리상태를 이용하여 정치적 실리와 정치적 지배를 확보하려는 경향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포퓰리즘은 정당정치에 기초한 대의제에 불만을 품고 직접적인 선동정치로 나아간다. 하지만 고대 민주정의 원형모델(isonomia, 비지배)처럼 시민들의 공적 토론에 의한 심의와 추첨제를 통한 가능성의 평등을 지향하지 않고, 민주정의 타락한 형태인 중우정(demokratia, 민중지배 민중민주주의)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비지배가 아닌 또 다른 지배양식에 불과하다.

차베스의 포퓰리즘과 참주정치는 그의 친서민적인 21세기 사회주의 정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그의 선동정치는 매주 TV와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는 '헬로! 프레지던트'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에서 극대화된다.

4. 차베스의 참주정치는 박정희와 닮았다

로마의 역사학자 폴리비우스는 고대 제국의 몰락은 인간이 정치를 좋은 형태에서 타락한 형태(군주정->참주정, 귀족정->과두정, 민주정->중우정)로 바꾸려는 데서 나타난다고 보았다. 또한 로마의 정체가 그리스처럼 '타락한 형태'로 나아가지 않고 제국으로 갔던 것은 로마가  군주정→귀족정→민주정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하면서 이것이 하나의 긍정적인 혼합체제(공화정 : 집정관+원로원+호민관)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우리 헌정사는 그리스와 로마가 왕정→귀족정→참주정→민주정→공화정으로 나아간 것과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 1987년을 전후로 하여, 박정희 체제로 대표되는 참주정과 노무현 체제로 대표되는 민주정으로 구분된다.

노무현 이후는 민주정이 낳을 수 있는 중우정치의 한계를 견제하기 위해, 혼합정인 무늬만이 아닌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되어야 한다. 베네수엘라도 이와 마찬가지로 진정한 볼리바르 베네수엘라 공화국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차베스의 공화정 붕괴 조치는 박정희와 매우 닮았다. 박정희도 양원제를 단원제로 바꿨으며, 국민투표를 통해 의회를 무력화했고, 개헌을 통해 연임을 폐지하고 장기독재의 길로 들어섰으며, 언론과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를 억압하였다.

5. 차베스의 반미·반자본·반세계화 노선은 레토릭이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은 베네수엘라 총수출액의 33.51%, 총수입액의 27.49%, 총판매량의 79.93%를 점유하고 있는 제1의 교역 상대국이다.  이는 다음 표에서도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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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베네수엘라 양국의 교역량이 상향선을 긋고 있는 것은 차베스의 반미·반자본·반세계화 구호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예다. 적어도 차베스의 구호가 레토릭이 아니라 실제라면, 그 경제지표는 미국과의 교역의존도가 줄어들거나 교역량이 축소하는 경향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6. 베네수엘라가 민주공화국이 되기 위한 조건들

베네수엘라가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석유 외 대안적 성장 동력 마련(노동해방), 이념적․정파적 양극화 전략 중단(국민통합) 등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지만, 우선 참주정적 요소를 지난 개헌을 중단하고 공화국의 원리를 회복해야 한다. 3권 분립과 양원제 및 연방주의 원리를 기초로 하여 의회와 시민사회의 토의민주주의를 활성화하며, 지방차원에서 추첨제가 도입돼야 한다.

아울러 가라타니 고진의 주장처럼 추첨제 또는 '선거+추첨제'를 사회 전반의 조직, 기업, 관청 그리고 노동조합, 정당, 생산협동조합에 적용해서 생산(노동)과 정치적 자유의 분리 및 엘리트-대중의 이분법적 분리라는 사회주의 모순을 해소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채진원 기자는 여러 해 동안 민주노동당 의정정책실장을 역임한 뒤 경희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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