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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허세욱 열사 장례비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허세욱 열사 장례비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안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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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지난 4월 한미FTA 반대시위 중에 분신해 보름 만에 숨진 택시기사 허세욱씨의 병원비를 모금해 놓고도 4개월 넘게 병원에 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당초 '수술비를 포함해 수술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까지 병원에 써 줬다.

민노총은 병원비 모금을 벌여 7200만원을 모았다. 그래 놓고는 이제 와 '허씨 가족이 사회장을 치르지자는 민노총과 민노당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못 주겠다'고 하고 있다. 모금액 중 500만원은 어디 썼는지도 모르게 없어졌다고 한다."

<조선일보>의 3일치 사설 '민노총, 열사 싫다는 유족들 돈으로 보복하나' 중 일부다.

<조선>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유가족을 대신해 허씨의 병원비를 내겠다고 약속하고서는 지금에 와 발뺌을 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병원비 모금액 중 일부를 '횡령'한 파렴치한이다. 사실일까?

이같은 <조선>의 보도에 민주노총·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으로 구성된 '허세욱열사장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은폐한 채 치료비 지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과장 보도한 악의적 왜곡"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지난 4월 18일 한미FTA 반대를 외치며 분신자살한 허세욱씨의 장례식을 '한미FTA 민족민주 노동열사장'으로 치렀다. 앞서 허씨는 4월 1일 한미FTA 협상장이었던 하얏트 호텔 부근에서 몸에 불을 붙였고 보름만인 15일 숨을 거뒀다.

민주노총 "허씨 병원비 내라고? 허씨 죽음도 몰랐다"

<조선> 사설의 핵심은 "민주노총이 애초 약속과 달리 병원비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은 '민주노총이 왜 병원비를 내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가족(형제)이 허씨의 치료를 거부한 점 ▲허씨가 입원했던 한강성심병원 측이 대책위를 배제한 채 치료 및 장례를 치른 점 ▲이 두 가지를 볼 때 허씨의 치료를 위해 모금한 돈을 허씨 추모사업에 사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점 등을 이유로 "병원비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기자회견문에서 "허씨가 화상이 심해 피부이식 수술 등 치료가 절박함에도 허씨의 형제들은 치료를 거부했다"면서 "대책위가 허씨의 치료는 물론 이후 생활까지 감당할 것을 결의하고 병원 측에 각서를 제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책위가 병원 측에 낸 각서는 "허씨의 치료를 포함한 이후 발생할 사안에 대해 모두 책임질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책위는 '병원비 미납'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한강성심병원 측이 대책위에 환자의 상태 및 치료 경과를 알려주는 것이 당연함에도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였다"고 주장했다. 대책위가 허씨의 가족을 대신해 사실상 '보호자'가 됐음에도 병원 측이 대책위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대책위는 "병원 측은 대책위가 환자의 상태를 알려고 수시로 노력했음에도 중환자실 면회조차 거부했다"면서 "병원 앞 농성장에 대책위 관계자들이 있었음에도 허씨의 죽음을 알리지도 않았다"고 뒷받침했다.

이어 대책위는 "허씨가 죽은 뒤 그의 시신을 병원 밖으로 빼돌려 하루 만에 화장했다"면서 "당시 형제들은 민주노총 등 각 사회단체들의 조문조차 받지 않았다"고 병원 측과 허씨의 가족을 겨냥했다.

결국 대책위가 허씨의 치료비 및 생활비를 감당하려 했지만, 허씨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대책위가 철저히 배제되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얘기다. 대책위는 "병원 측이 가족의 역할을 자임한 대책위에 허씨의 치료과정·사망경위에 대해 알리고 대책을 함께 세워야 했다"고 강조했다.

"<조선>, 왜곡보도로 허세욱 두 번 죽였다"

한미FTA 협상을 반대하며 분신사망한 택시노동자 고 허세욱씨의 장례식이 열린 지난 4월 18일 오전 고인이 근무했던 서울 봉천동 한독운수에서 노제가 열렸다.
 한미FTA 협상을 반대하며 분신사망한 택시노동자 고 허세욱씨의 장례식이 열린 지난 4월 18일 오전 고인이 근무했던 서울 봉천동 한독운수에서 노제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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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조선>의 사설 중 '민노총은 병원비 모금을 벌여 7200만원을 모았다, (그런데) 모금액 중 500만원은 어디 썼는지도 모르게 없어졌다고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자료를 들고 나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조선>에 따르면, 허씨의 병원비는 6134만원으로 보험처리 금액을 뺀 2898만원 중 유족이 부담한 500만원을 제외하고 현재 2398만원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허세욱 장례위원회 결산내역'을 공개하면서 "민주노총의 모금액은 7032만원으로 <조선>이 말한 '7200만원'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대책위는 "민주노총·참여연대 등 단체들의 총 모금액이 1억1200여만원으로 이 중 제사비·차량비 등 4300여만원을 쓰고 남은 돈이 6800여만원"이라면서 "<조선>이 대책위의 총 모금액 및 사용금액에 대해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왜곡·보도했다"고 반박했다.

또 대책위는 이 같은 <조선>의 보도에 대해 "허씨를 기리는 단체들에 대한 음해이자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면서 "허씨를 '두 번 죽이는' 사실의 왜곡·조작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지난 6월2일 한미FTA 협상장앞에서 분신사망한 고 허세욱씨 49재와 한미FTA 전면무효화를 요구하는 총궐기 선포대회가 열렸다.
 지난 6월2일 한미FTA 협상장앞에서 분신사망한 고 허세욱씨 49재와 한미FTA 전면무효화를 요구하는 총궐기 선포대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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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허씨의 병원비 모금액을 '허세욱 열사정신계승 및 추모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대책위는 올해 허씨의 사망 1주기에 맞춰 '허세욱열사추모사업회(준)'를 설립하고 열사 평전 출간, 장학사업 등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한편, 한강성심병원은 민주노총에 허씨의 수술비를 청구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병원 측은 허씨의 유가족에게 청구서를 보냈지만 수술비를 받지 못한 상태다. 병원 측은 건강심사보험평가원에 응급진료비 미수금에 대한 대불 청구(구상권)를 할 예정이다. '누가 병원비를 낼 것인가'는 평가원에서 결정된다.

<오마이뉴스>는 허씨의 병원비 논란과 관련해 유가족 측과 접촉하려 했으나 관련 기관들이 유가족의 연락처를 알지 못해 입장을 듣지 못했다.


태그:#한미FTA 반대, #허세욱, #민주노총, #장례식장,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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