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양보는 없었다. 30일 오후 1시 인천 숭의구장에서 열린 제5회 미추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이하 미추홀기)에서 인천고가 화순고를 5-2로 꺾고 정상을 차지했다. 인천고는 지난해 미추홀기 4강전에서 충암고에 덜미를 잡혀 결승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미추홀기는 인천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 제5회 미추홀기 공식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이번 우승은 인천고 입장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인천고는 최근 2년간 극심한 부진으로 야구 명문이라는 위상에 흠집을 냈다. 지난해는 청룡기 8강, 미추홀기 4강에 그쳤고 올해는 미추홀기 이전까지 어떤 대회도 8강 진입을 하지 못했을 정도로 부진이 심각했다. 비록 미추홀기가 지방대회로서 위상은 4개 대회(대통령배, 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대기)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안방에서 자존심을 회복하며 거둔 승리라 무척 값지다. 강지광, 최하위 KIA의 손에? 인천고의 투수 강지광(2학년·우투우타)은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특히 준결승전에서는 선린인터넷고를 상대로 5.2이닝동안 무려 10삼진을 뽑아내며 쾌조의 페이스를 보였다. 결승전도 5이닝을 6삼진 1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미추홀기에 앞서 열린 봉황대기에서도 강지광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최고구속이 무려 시속 148km까지 나오며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2학년 투수 중 상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전라중(전북) 출신의 강지광은 전학생 규정에 의해 1차 지명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연고 구단인 SK 와이번스의 내년 1차 지명자는 될 수 없다. 올해 성남서고 투수 이범준(3학년·우투우타·LG 트윈스 2차 2순위 지명)도 이수중(서울) 출신이어서 1차 지명 후보에서 일찌감치 제외된 바 있다. 따라서 강지광은 내년 활약에 따라 2차 지명에서 상위 순번을 노릴 강력한 후보로 거론될 전망이다. 내년 2차 지명에서 '최대어'가 될 경우 올해 최하위가 유력한 KIA 타이거즈에 부름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KIA는 강지광의 고향인 전라도를 대표하는 팀이라는 것이다. 모처럼 살아난 중심타선의 위용
 김재환(왼쪽)과 국해성은 미추홀기에서 그간의 부진을 만회했다. 사진은 지난해 청룡기에서 주전으로 출장했던 두 선수.
ⓒ 이호영

관련사진보기


올해 첫 전국대회인 대통령배가 열리기 전만 하더라도 인천고의 타격은 전국 최강으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포수 김재환(3학년·우투좌타·두산 베어스 2차 1순위 지명)과 외야수 국해성(3학년·우투양타·시카고 컵스 입단)이 이끄는 중심타선의 위력은 이미 검증된 터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인천고의 중심타선은 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에이스 명재철(한양대)의 이탈로 지난해보다 약화된 마운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며 전력 약화를 불러왔다. 부진의 끝이 보이지 않던 가운데 인천고는 봉황대기서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마침 올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중심타자 김재환이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자 팀은 더욱 상승세를 탔다. 이번 미추홀기에서는 3인의 외야수 국해성, 서보민(3학년·우투좌타), 이석민(3학년·우투양타)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팀의 주축 전력인 김재환과 강지광, 투수 최금강(3학년·우투우타)도 자신의 몫을 다하며 우승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투타의 조화가 불러온 우승인 셈이다. 아깝다! 화순고
 화순고의 김선빈은 164cm의 단신에도 불구 뛰어난 근성의 소유자다. 이번 대회는 청소년대표팀 차출로 인해 뛸 수 없었다.
ⓒ 이호영

관련사진보기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화순고의 선전도 눈부셨다. 18명의 선수단이 말해주듯 화순고는 몹시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을 하는 팀으로 널리 알려졌다. 더구나 이번 대회는 공수주의 핵인 투수 겸 유격수 김선빈(3학년·우투우타·KIA 타이거즈 2차 6순위 지명)이 청소년대표팀으로 빠져 더욱 힘든 가운데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지난해 화순고는 대통령배에서 4강 깜짝 진입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내친김에 무등기는 8강 진입에 성공해 다시 한 번 저력을 보였다. 지난해의 선전 때문인지 올해 화순고는 상당한 기대를 받았다. 마운드의 주축이었던 투수 정효진(3학년·우투우타)이 유급을 해서 전력을 보전했고 인천고의 투수 노성호(3학년·좌투좌타)가 전학을 오면서 약점인 좌투수까지 보강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전국대회에서 오히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전국대회에서 8강 합류를 한 번도 하지 못했을 정도로 부진했다. 미추홀기 이전 인천고와 화순고는 8강 진출에 계속 실패했었고 나란히 이번 대회 우승과 준우승으로 명예를 회복한 셈이 됐다. 이번 미추홀기를 끝으로 언론사 주최 전국고교야구대회는 모두 끝났다. 대신 10월 8일 빛고을 광주에서 개막 예정인 제88회 전국체전에서 지역 팀들 간 격돌이 시작된다. 우승을 할 경우 야구단에 지원이 남다른 전국체전이어서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올해 고교야구의 끝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인천고 화순고 미추홀기 우승 준우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