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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한 남성. 지난 6월로 중국 내 휴대폰 가입자는 5억 명을 돌파했다.
ⓒ 모종혁

중국 충칭(重慶)시에 사는 변호사 린위퉁(38). 민사소송법을 전공한 그는 충칭에서 잘 나가는 젊은 변호사 중 하나다. 많은 재판에서 높은 승소율을 자랑하는 린 변호사는 요즘 새로운 재테크 주식투자에 빠져 틈만 나면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무선인터넷을 이용, 투자한 주식 종목의 시세를 살펴볼 뿐만 아니라 증권회사에서 보내주는 투자정보관련 문자서비스(SMS)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 린 변호사는 "사무실과 법원을 오가고 소송 의뢰인이나 분쟁 당사자를 만나다 보면 자리에 편히 앉자 홈트레이닝시스템(HTS)을 통해 주식 투자에 전념할 수 없다"면서 "휴대폰은 업무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무용품이자 주식투자를 가능케 하는 병기"라고 말했다.

올해 대학을 들어가는 덩팅(19·여)도 언제나 휴대폰을 끼고 산다. 틈만 나면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날리는 그는 전화요금보다 문자서비스 요금이 훨씬 더 많이 나오는 '엄지족'(拇指族).

집에 전화가 있지만 덩은 곁에 있는 휴대폰으로 통화하거나 문자로 연락을 한다. 그는 "휴대폰 통화비가 유선전화보다 별 차이가 없는데다 문자 메시지는 싸고 편리하다"면서 "간결한 유머와 자기표현을 담을 수 있는 메시지에다 이미지, 동영상까지 보낼 수 있는 휴대폰의 매력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 무료의 가입비, 저렴한 서비스 이용료 등 다양한 서비스로 휴대폰 사용자를 유혹하는 이동통신 서비스회사의 한 판촉부스.
ⓒ 모종혁

전세계 30억 휴대폰 가입자의 1/6은 중국인

13억 인구의 거대시장 중국에서 휴대폰의 보급 속도가 눈부시다. 작년 말 중국 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4억6108만 명. 올해 들어 월평균 676만대가 늘어난 가입자 수는 이미 5억 명을 훌쩍 돌파했다.

지난 달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6월말 현재 중국 내 휴대폰 사용자가 5억164만 명에 달한다"면서 "인구 100명당 38.3명이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8월 현재 예상되는 전세계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30억 명. 이 중 1/6이 중국인인 것이다. 3억7200만 명인 유선전화 가입자 수에 비해서도 놀라운 보급 수치다.

중국 내 휴대폰 사용자가 급증하는 데는 연일 급성장하는 경제와 늘어나는 개인소득, 간단한 서비스 개통, 휴대폰 생산회사 및 이동통신 서비스회사의 치열한 가격경쟁에 기인한다. 2004년까지 40여 개였던 휴대폰 생산회사는 2년여 동안 40여 개사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여 5월 현재 82개에 달한다. 여기에 수입 브랜드까지 합치면 100여개 회사가 치열한 중국시장 점유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동통신(移動)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통신서비스시장도 후발주자인 롄통(聯通)이 CDMA방식을 내세워 경쟁이 격화됐다. 중국 이동통신시장은 금세기 초까지 유럽에서 통용되는 GSM방식만 사용되었다. CDMA를 앞세운 롄통의 거센 도전에 중국전신(電信)에서 씨티폰과 유사한 샤오링퉁(小靈通)까지 이동통신의 아성을 위협하면서 중국 거리에는 공짜폰과 저가 가입서비스가 넘치고 있다.

▲ 문자메시지 날리는데 열중인 중국 젊은이들. 간결한 유머와 자기표현을 담을 수 있는 문자메시지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뜨겁다.
ⓒ 모종혁

집단시위의 전파와 기존매체를 대체한 문자메시지

휴대폰은 단순한 통신수단을 넘어 중국 사회의 변화 장비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달 11일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다화(大化)야오(瑤)족자치현 옌탄(岩灘)진에서는 토지보상금의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하는 농민 시위가 벌어졌다. 수력발전소 건설로 농토를 잃게 된 농민들은 휴대폰으로 상호 연락하여 1만여 명이나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를 일으켰다.

6월 1일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에서 일어난 화학공장 건립 반대 시위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환경오염을 염려한 지역 주민들은 몇몇 반대단체에서 발송한 휴대폰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라 7천여 명의 시민들이 정부 청사에 몰려와 공무원 및 공안과 난투극을 벌였다.

휴대폰 문자서비스의 신속성과 영향력을 극명히 보여준 것은 2005년 1월 자오쯔앙(趙紫陽)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 사망했을 때였다. 중국정부에 의해 자택에 연금됐던 자오의 죽음은 딸 왕옌난이 문자메시지로 친구들에게 알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휴대폰의 편리성과 익명성은 도청의 위험이 있는 유선전화와 달리 중국정부의 감시와 통제를 간단히 넘어선 것.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한 인권단체 활동가의 말을 빌려 "기술의 진보가 모든 인위적인 통제를 무력화시킨다"면서 "문자서비스는 중국 당국의 통제 아래 놓인 기존 매체를 대신하는 새로운 매체"라고 보도했다. 올 상반기 문자서비스의 이용건수는 2790억 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37.5%나 증가했다.

▲ 사스균이 있다는 악성 문자메시지가 퍼지면서 하이난다오 바나나는 값이 폭락했다. ⓒ '톰' 닷컴

범죄도구로 이용되고 악성 루머까지 전파시켜

휴대폰이 일상생활용품처럼 변하면서 범죄도구로도 이용되어 있다. 한국에도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중국 곳곳에서도 창궐하여 중국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004년부터는 대학입시에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발생하여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익명의 다수에게 쏟아지는 스팸메시지도 휴대폰 사용자에게 골칫거리다. 단순한 상품광고부터 성매매 안내, 사기성 경품 당첨광고까지 하루에도 수십 통씩 갖가지 스팸메시지가 쏟아진다. 덩팅은 "어디서 번호를 알았는지도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여러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아파트 분양참가를 권유하는 메시지가 여러 통 날아왔다"고 혀끝을 찼다.

최근 들어서는 사회 혼란을 조성하는 각종 악성 루머까지 문자메시지로 번지면서 중국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하이난다오(海南島)에 바나나에 사스(SARS)균이 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바나나 값이 20% 이상 폭락, 재배농가에 큰 시름을 안겨주었다.

지난 22일 <신화통신>은 '장쑤성(江蘇) 타이후(太湖)에 심한 녹조가 들어 호수 물의 발암물질이 기준치의 200배를 초과했다' '태풍 세팟으로 대형 포털사 직원 63명이 실종됐다' '에이즈 환자들이 이쑤시개로 에이즈를 확산시킨다' 등 최근 떠돌고 있는 6대 악성 메시지를 소개하면서, "중국인의 시민의식과 공중도덕이 제대로 성숙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 중국 내에도 손꼽히는 짝퉁 핸드폰 판매상가 위안망통신성. 짝퉁 휴대폰은 전체 휴대폰 판매량의 25%를 차지한다.
ⓒ 모종혁

가입자 5명 중 1명은 짝퉁 휴대폰 사용

외양이 감쪽같은 짝퉁 휴대폰도 난무하여 중국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 화창베이루(華强北路)의 위안망(遠望)통신성. 이곳은 중국 내에도 손꼽히는 짝퉁 핸드폰 판매상가다. 정품을 파는 1층을 지나 2~4층에 오르면 중국산 뿐만 아니라 삼성·LG·노키아·모토롤라·소니에릭슨 등 세계 유명 브랜드의 짝퉁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외국 브랜드 휴대폰은 정품보다 20~30% 싼 가격에 밀수품이라 속여 판매가 되지만 이는 모두 가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밀수로 들어온다 해도 가격이 중국 내 생산품보다 결코 싸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상가에서 만난 양뤼한(24)은 "여기서는 짝퉁 휴대폰도 외장 케이스를 바꿔서 외국 브랜드 제품으로 감쪽같이 바꿀 수 있다"면서 "구매한 곳에서 반년 동안 A/S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6월 27일 중국 관영 시장조사기관 사이디(賽迪·CCID)컨설팅은 "중국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휴대폰 수가 2343만대로 전체 판매량의 25%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올 상반기 중국 휴대폰 생산대수는 2억6680만대로 그 중 7220만대가 정식 판매됐다.

사이디컨설팅은 "짝퉁 제품은 지하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에 외국 브랜드를 부착하거나 중고품의 부품을 갈아 끼워 시중에 재유통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유통된다"며 "짝퉁 휴대폰의 80%가 선전시 일대를 중심으로 유통된다"고 밝혔다. 가입자 5명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은 짝퉁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 중국의 또 다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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