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영화의 줄거리나 주요 장면을 미리 알려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편집자말]
@IMG1@"하하하하, 쟤 골때리네."

영화가 상영되고 3분의 1가량은 극장 곳곳에서 이런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영화가 중간을 넘어설 무렵 웃음소리는 온데간데없고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쪽저쪽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저런! 저 나쁜 놈들! 이런 ××놈아!"
"저렇게까지 무고한 민간인을 짓밟다니…."

나 또한 영화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이런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최근 한국영화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 있는 영화가 바로 <화려한 휴가>다.

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눈시울을 붉히며 "감동적이고 훌륭한 영화다", "위대한 광주시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 정말로 자랑스럽다"고 말했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기사를 본 후 영화 관람을 계속해서 미루어오던 나도 꼭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바로 다음날 인근 극장을 찾아 관람을 했다.

TV나 신문 등 각종 매스컴에서 <화려한 휴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바가 있어 <화려한 휴가>의 줄거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화려한 휴가>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영화의 시놉시스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김상경 분)는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 진우(이준기 분)와 단둘이 살고 있다.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신애(이요원 분)를 맘에 두고 있는 그는 작은 일상조차 소중하다.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무시무시한 사건이 벌어진다. 무고한 시민들이 총, 칼로 무장한 시위대 진압군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눈앞에서 억울하게 친구, 애인, 가족을 잃은 그들은 퇴역 장교 출신 흥수(안성기 분)를 중심으로 시민군을 결성해 결말을 알 수 없는 열흘간의 사투를 시작하는데…."

@IMG2@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책을 통해, 지인의 말을 통해, 그리고 지난 2005년에 MBC-TV를 통해 방영된 <제5공화국> 드라마를 통해 듣고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 묘사되지 않고 오직 5·18 광주항쟁에 대해서만 보여준 것은 영화 <화려한 휴가>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간 극장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영화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내가 찾은 대전 CGV 영화관은 극장 입구에 <화려한 휴가> 사진전을 열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극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다.

<화려한 휴가> 사진전을 통해 미리 영화를 보고 극장에 들어가서 본격적인 관람을 시작했다. <화려한 휴가>는 영화 도입부부터 무겁게 시작하지는 않는다.

<화려한 휴가>를 통해 <화려한 조연>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박철민은 5·18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 <화려한 휴가>를 밝은 분위기로 이끈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도록 만드는 캐릭터로 변모하지만 말이다.

"안주가 건방지다."
"분노를 발생시키는 시키."
"나가 그 유명한 월남방위여."

영화 곳곳에서 애드립처럼 튀어나오는 인봉(극 중)의 이러한 말들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밝게도 만들었다가 때로는 슬픔을 유도하기도 한다.

@IMG3@하지만, 주인공인 민우(김상경 분)와 신애(이요원 분), 그리고 진우(이준기 분)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도중 갑자기 들이닥친 공수부대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는 5·18 광주민주화 항쟁의 시발은 모든 관객들의 숨소리조차 잦아들게 만들었다.

"형!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공수들이 저렇게 사람들을 마구 때리지?"

진우는 이유를 몰라 형인 민우에게 묻지만 민우조차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IMG4@특히, 택시 운전사인 민우가 길을 가다가 공수부대에게 무참히 폭행당한 시민이 도와달라고 애원하자 모른척하고 지나가려다가 결국 부상당한 시민을 택시에 태우려는 순간 공수에게 발각돼 끌려갈 때는 영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이후 민우는 이송 중 탈출을 하게 되고 우연히 어떤 집으로 피신을 하지만 그곳에는 죽은 줄도 모르고 학교 간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맹인의 창수 모(나문희 분)가 있다.

"형! 상필이가 죽었대! 공수놈들한테 맞아 죽었대."

상필이가 앉아 공부를 하던 책상 위에는 국화꽃 한 다발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상필의 죽음으로 5·18 항쟁은 고등학생까지 항쟁에 가담함으로써 이제 광주항쟁은 광주시민과 공수부대와의 전면전이 되고 만다.

점차 광주시민의 움직임이 거세지자, 결국 도지사가 나서 헬기를 통해 공수부대의 철수할 것임을 방송으로 알렸다.

"여러분! 모두 10보 전진합시다!"

승리를 확신하며 도청 앞으로 전진하던 시민들.

@IMG5@하지만, 정오가 되자 울려 퍼진 애국가와 함께 공수들은 일제히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한다.

이때, 다른 광주시민들과 함께 고등학생들의 시위를 이끌던 진우도 공수의 무차별 총탄세례에 무사하지 못했다. 결국 피를 토하고 병원까지 민우에게 업혀가지만 결국 죽음을 맞고 만다.

"저런 잔인한 놈들! 야~이 ××놈들아!"

나도 군에서 장교로 7년이라는 기간동안 근무를 했지만 공수부대의 만행을 지켜보면서 나도 모르게 욕이 터져 나왔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들이 나를 본 이유가 내가 욕을 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욕을 대신 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의 눈길이라고 느꼈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영화는 막바지로 치닫고 시민군들은 소총, TNT 등의 무기를 탈취, 도청을 점거하고 공수부대와 맞설 준비를 마친다. 이후 공수부대의 최후통첩이 전해오고 자율의사에 따라 남은 시민군들은 공수부대와 맞서 최후의 싸움을 벌이게 된다.

"자네, 우리 신애를 사랑하는가? 사랑한다면 여기서 나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가 곁에서 대장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혼자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했지?"
"그래두…."

민우와 함께 신애를 태운 차량이 도청을 벗어나고, 신애와 신애의 아버지(안성기 분)는 무전기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신애를 태우고 가던 차량이 터널 안에서 멈추고 민우가 차에서 내려 신애와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올 거죠? 꼭 와야 해요."
"그럼요, 꼭 갈께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극 중 민우의 일방적인 사랑이었지만 이 순간만은 서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가슴 찡한 장면이었다.

도청으로 다시 돌아온 민우와 가족에게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온 인봉은 시민군에 합류하게 되고 결국 공수부대의 일방적인 공격에 대응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시민군은 전멸을 당하게 된다.

민우는 신애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도청 후문으로 도주를 하게 되지만 결국 길목을 지키고 있던 공수부대의 총탄에 무참히 죽음을 맞이한다.

"폭도? 우리가 폭도라고? 우리는 폭도가 아니야∼ 이 ×새끼들아!"

항복했으면 살 수도 있는 상황에서 민우는 폭도라는 말에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던 것이다.

@IMG6@영화 <화려한 휴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오는 '욕나오는 영화'였다.

또한 <화려한 휴가>는 당시 7살로 광주항쟁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나를 비롯한 그 이후 세대들에게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얼마나 강했던가 하는 시대상을 알게 해 준 영화였으며, 특히 민주화를 바랐던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민주화가 이룩되었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해 준 영화임이 틀림없다.

화려한 휴가 광주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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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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