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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관광천국(?) 또는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공산주의 국가'라고 인식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아름다움과 자유에 대한 메시지"라는 시(詩) 정신으로 새로운 모습의 베트남을 소개하는 시인, 응웬 광 티우(Nguyen Quang Thieu)씨를 만났다.

지난 8월 12일 강원도 '만해 마을'에서 열린 '만해 축제' 중에 열린 한국현대시 100주년 및 한국시인협회 50주년 기념 '동아시아 시인 포럼'에 초청된 8개국 시인들 중에서도 우리 시단에는 다소 생소한 나라, 베트남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문학인이다.

피, 눈물, 고통, 인간, 아름다움과 자유의 시가 있는 베트남

▲ 베트남 시인, 응웬 광 티에우
ⓒ 김상헌
"베트남의 현대 시단이 아시아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점이 베트남 시인뿐만 아니라 베트남 민족에게도 아주 불리한 것"이라고 말을 꺼내는 시인은 "많은 아시아 사람들은 아직 우리 민족의 피, 눈물, 고통, 인간, 아름다움과 자유의 시가 있다는 것"과 "긴 세월 동안 거칠게 정치화되었다는 것에도 만개했던 베트남 민족의 시(詩)가 있다는 것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다"고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베트남에는 5년 전부터 1월 둘째 주를 '시(詩)의 날'로 정해 놓고 매년 시의 날을 개최하여 베트남의 유명시인들이 모두 모여 지역농민들과 함께 마음의 노래를 함께 부른다"고 말하면서 베트남 시의 미래에 대한 일단의 자신감을 내어 보였다.

시인은 "베트남 현대시가 세계문단에서 정식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은 불과 20년 전이며 베트남의 시단이 오랜 세월 식민지와 전쟁으로 인해 사회주의 체계의 정치, 외교 등의 정책하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의 표현이기보다 거친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베트남 현대시는 한국잡지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자신이 이번 포럼에 초청된 것이 바로 "베트남 시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한다.

베트남 젊은이들, 문학 열정은 매우 뜨거워

'베트남 젊은이들의 문학에의 열정은 어떤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매우 뜨겁습니다"라며 자신 있게 대답한다.

"베트남에는 800여개의 신문이나 잡지 등에 '시'를 다루는 코너가 있습니다."

"또한 많은 수의 인기 작가들이 존재해서 이들의 작품이 출간되면 곧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 세상에는 피 흘림과 적의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날이 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보다 크고, 다채로운 문화와 인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각 민족들 간의 정치, 법률이나 풍습의 차이가 여전히 있을 수 있지만, 지구의 미래에 대한 인식과 희망은 같아야 한다"며 세계화 시대에 시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강조한다.

어딘가에 1월의 숨소리 속에 떨리고 있는 나비
희미함보다 얇은 투명한 나비
그러나 어딘가에, 참된 나비 날개가 펼쳐 있다
화려한 색채가 아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우리는 광장으로 몰려온다, 서로 부딪치면서.
누군가가 소리치고, 무언가를 파괴한다
우리는 잊어버렸다. 조그마한 관목 어딘가에서
곤충의 번식기가 한창이다
어딘가 밤에도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그 고치 속의 움직임이 맹렬해진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다, 땅과 숲과 하늘의 기다림,
희미한 아름다움의 불가사의한 생

어딘가, 한 곳이 아닌 무한함 속에서
어둠에서 빛까지, 나비 날개를 펼쳐
촉촉하고 따뜻한 1월의 숨을 따라
온 세상에 삶의 아름다움을 펼친다
작은 소리도 남김없이
들린다.

-응웬 광 티에우의 '아름다운 율동'


"베트남 시의 특징은 바로 낭만주의, 사람의 죄악을 해방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제 마음 속의 꽃을 피우는 것."

'베트남 시의 특징과 정신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기자의 다소 모호한 질문에도 시인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를 쏟아낸다.

"베트남 시의 특징은 바로 낭만주의입니다. 전쟁을 이겨내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순수한 자연'과 같은 정신이 녹아 있습니다"라고 강조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저런 내용의 많은 계획들을 알려 준다. 특히, "젊은 시인들을 발굴하기 위해 기업가와 정부 등 민관이 공동으로 <문학펀드>를 조성하여 출판이나 작품 활동을 지원"한다는 말에 유명시인 위주로 지원되는 우리나라의 실정을 볼 때 다소 놀랍기까지 했다.

"사람의 죄악을 해방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제 마음 속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는 시인의 글을 가리키며 '제 마음의 꽃'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티우 시인은 자신이 의미하는 '제 마음의 꽃'이란 "세상에 대한 믿음과 자유, 순정한 정치적 삶"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시는 바로 그 꽃이 스스로 피게 하는 길"임을 강조한다.

"시의 역할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들의 영적인 확장입니다.
그것은 종교의 통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떤 종교보다도 더 높습니다.
그것은 우리 마음의 신비스러운 아름다움과 무한한 고요함의 확장입니다.

나직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시인의 '시의 정신'이 담긴 목소리에서 오랜 전쟁과 식민지의 고통을 이겨낸 베트남의 정신과 이미 '온 세상 모든 인류의 평화와 사랑과 나눔의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포함하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 동아시아 시인 포럼, 티에우 시인
ⓒ 김상헌

덧붙이는 글 | 응웬 광 티우(Nguyen Quang Thieu)

1957년생. 하바나 대학 졸업, 현재 <문예>지 시 부문 편집담당. 93년 베트남문인협회 시부문 수상, 98년 미국번역협회 문학번역상 등 베트남 주요 문학상 대부분을 수상. 시집으로 <청춘> <불의 불면> 등이, 소설 <잡초> 등 수십 권의 저서와 번역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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