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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멋대로 행복하라> 겉표지
ⓒ 삼성출판사
박준이 뉴욕에 관한 여행책 <네 멋대로 행복하라>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박준은 작년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주인공이다.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그곳에서 여행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냈던 이가 바로 박준이었다. 그랬데 그가 뉴욕에 관한 책을 썼다는데 어떻게 놀라지 않겠는가. 카오산 로드와 뉴욕은 그만큼 먼 거리에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는 왜 뉴욕을 말한 것일까? 박준은 뉴욕이 자유스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유스럽다?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뉴욕은 부의 상징이다. <섹스 앤 더 시티>가 그것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권력의 상징이다. 자유의 여신상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그것을 의미하고 있다. 뉴욕을 '자유'와 연결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박준은 뉴욕이, 정확히 말하면 그곳에 사는 뉴요커들이 자유롭다고 말한다. 박준은 '우리는 왜 뉴욕을 꿈꾸는 걸까?'에서 '뉴요커를 구별하는 118가지 항목'이라는 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진짜 뉴요커가 단 한 번만 해보는 일을 꼽고 있는데, 항목을 보면 자유의 여신상 가는 페리 타기, 록펠러 센트 트리 점등식 가기, 크리스마스 직전에 Macy's 백화점 가기 등이다. 이어 박준은 말하고 있다. "우리가 매년 TV로 보는 뉴욕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뉴요커가 아니라 모두 관광객일지도 모른다"라고.

<네 멋대로 행복하라>에서 박준이 말하고 싶은 건, 관광객이 아니라 뉴요커들이다. 더불어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의 상징 뉴욕이 아니라, 자유스럽게 살아가는 뉴요커들로 가득한 뉴욕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는 부지런히 뉴욕을 사진에 담았다. 멋진 풍경이나 유명한 건물을 찍은 것이 아니라, 뒷골목이나 조용한 거리 등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은 엉뚱하게, 약간은 시니컬하게 '여기가 뉴욕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모습이다.

이어서 박준은 뉴요커들을 '인터뷰' 한다. 그는 그들에게 왜 뉴욕에서 살고 있는지, 뉴욕에서 가장 좋은 것과 싫은 것은 무엇인지 등을 묻고 있다. 첫 번째로 입을 연 남자는 뮤지션이자 음반 프로듀서 브라이언 루리, 그는 "뉴요커는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라고 말한다.

무슨 의미일까? 뉴요커들은 뉴욕에 온 사람이 어디에서 왔건 이방인 대접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는 뉴요커를 두고 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말이다.

또 다른 뉴요커 김정은 "뉴욕은 아무도 간섭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외국인이든 아니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는 것이 뉴욕에서 사는 편안함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이 어때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는데 뉴욕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김정은 이런 말도 하고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니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라고.

젊은 날 피카소를 만난 적이 있다는 로이드 맥닐은 뉴욕을 두고 여행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라고 말한다. 아랍 문화, 이슬람 문화, 기독교 문화, 유대 문화 등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순히 섞여 있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맥닐은 뉴욕에 살면 "이런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게 돼"라고 말한다. 관대함 하나를 배울 수 있다는 말이다. 다소 장난스럽게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으니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고 있다.

베트남 출신의 린 댕은 뉴욕이 거칠고 치열해서 좋다고 말한다. 거칠다는 의미는 간단하다. 뉴요커들은 사람이 있으면 "난 당신이 싫어! 당장 여기서 꺼지라고!"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사는 뉴욕은 가식적이지 않고 현실적이라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알렉산드라 슈스는 뉴욕에서는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남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통해서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뉴욕에서 가능하기에 그곳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박준의 인터뷰를 보고 있으면 뉴욕이 자유롭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박준이 만난 사람들만 갖고 뉴욕이라는 곳을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럼에도 파편적이나마 조금씩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모여 뉴욕이라는 곳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열정적이고, 자유스러운 그곳, 네 멋대로 행복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뉴욕이라는 것을 말이다.

처음 박준이 뉴욕에 관한 여행책을 냈다고 할 때 의아했었다. 하지만 책을 거친 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준이 그런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과 닿아 있으며 또한 자유로움을 향해 뻗어가는 또 하나의 시도라는 것을.

박준의 <네 멋대로 행복하라>, 요즘 유행하는 여행책처럼 친절한 여행일정표는 없지만, 그것들에는 보이지 않는 자유로운 시선이 가득해 마음을 산뜻하게 채워주고 있다. 여름철, 여행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고도 남을 만큼 그것이 풍족하니 챙겨둘 만하다.

네 멋대로 행복하라 -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

박준 지음, 삼성출판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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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네멋대로 행복해 봐라!

태그:#박준, #뉴욕,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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