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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내건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 '제2의 국운융성'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수십조원을 들여 운하를 만들어놓고도 골칫덩이로 전락할지에 대한 논란입니다. 이에 지난 2월 '운하의 나라' 독일과 네덜란드를 현지조사한 <오마이뉴스>는 생태지평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달 20일부터 3일간 경부운하 예정노선지를 조사했습니다. 이번 현지조사 기사는 4-5차례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취재 : 김병기 이주빈 기자
사진·동영상 : 김호중 기자
자료조사 : 이경태 기자


▲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가 지난 6월 22일 오후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낙동강 하구에 쌓인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부운하를 횡단하는 교량은 총 115개소다. 이 중 높이가 낮아 배가 통과하기 어려운 교량은 14개소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의 주장이다. 총 553㎞의 경부운하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교량은 14개소만 손을 보면 된다는 말이다.

이 수치는 교량 높이가 5000톤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수면에서부터 11m, 2500톤급 컨테이너선은 8m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계산된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까?

원리는 간단하다.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배가 다닐 수심 6.6~9m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거나, 강바닥을 파야한다. 물을 가둘 경우 당연히 수위가 높아질 것이고, 그 높아진 수면이 교각 상판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형하고)를 계산해야 한다.

즉, 현재 교량의 높이, 또는 수면과의 간격이 중요한 게 아니고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높아질 수면과 교량 상판 사이를 배가 통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반대의 경우는 더 심각할 수 있다. 강바닥을 최대 6~9m를 파내려가야 한다. 그러면 현재 강바닥에 세운 교각은 어떻게 될까.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교각 사이의 폭도 고려해야 한다. 이명박씨는 5000톤급의 배가 운행하는 자연형 하천 구간의 경우 운하 폭을 100~300m로, 2500톤급이 운행하는 인공 운하 구간의 경우는 66~71m로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배가 양 방향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설치된 교각의 간격은 얼마나 될까. 만약 배 한 대가 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시 건설하거나 손을 보아야 한다.

▲ 이명박 후보 측의 한반도 대운하 정책자료 중 일부
[여주 대교] 강바닥 10m 파면...교각은?

지난 20일 찾아간 경기도 여주대교 교각 밑.

"작년 홍수 때 여기까지 물이 찼어요."

이항진 여주 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교각 아래쪽 20~30㎝ 지점에는 지난해 홍수 때 휩쓸고 간 강물로 인해 패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 때 유실된 제방도 다시 쌓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항상 배가 다닐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강물을 가둬야 할 텐데 순식간에 강물이 불어난다면…?'

여주대교의 교각에 표시된 눈금을 보니 10m 정도의 높이. 강물의 깊이는 불과 40~50㎝였다. 강폭 역시 50m를 넘지 않는 '실개천'이었다. 여주대교는 남한강의 본류이기 때문에 이명박씨의 계산대로 하면 수면과 교량 상판 사이의 간격은 높이 11m 이상이어야 한다.

여주 갑문이 여주대교의 상류에 설치될 지 하류에 설치될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류에 설치될 경우 여주대교 지점의 수위가 상승할 것이고, 현재 10m 교량은 쓸모없는 것이 된다. 반대로 여주갑문이 대교 상류에 설치된다면?

"이 지역의 강바닥을 적어도 10m 정도 파야 한다. 그럼 교각의 뿌리를 캐야할 텐데 교량이 남아나겠는가?"

이항진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남한강 대교] 구 남한강대교가 '폐교'된 까닭?

▲ 여주대교 밑. 여주 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위원장이 작년 홍수시 수위를 가리키고 있다.
그를 따라 남한강 최대의 갈대밭이라는 남한강 대교 밑으로 내려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강바닥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모래와 자갈. 파면 곧바로 경부운하 공사비로 쓰인다는 '골재'밭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는 경부운하 건설로 강바닥을 팠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차들이 지나가는 남한강 대교 바로 옆에 버려진 구 남한강 대교의 모습이다.

이 위원장은 밑뿌리를 허옇게 드러낸 교각을 손으로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골재를 파니까 이렇게 된 겁니다. 저기 교각과 비교할 때 강바닥이 1.5m 내려갔습니다. 이젠 교각을 사용할 수가 없는 겁니다. 경부운하로 강바닥을 파내면 살아남을 수 있는 교각이 대체 몇 개나 될지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이 곳의 경우 강바닥을 어느 정도 파야 될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10~15㎞ 하류 지점에 강천 갑문이 설치되는 것으로 보아서 이 곳의 수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수심 6~9m를 확보하려면 강바닥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새롭게 건설한 현재의 남한강대교가 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각도 문제지만, 수면이 올라간다면 교량 상판과의 간격 11m를 유지할 수 있을까?

다른 곳의 교량도 상황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령 터널 예정지 부근인 달천 구간, 즉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 남쪽에 위치한 수주팔봉에 갔더니 높이 7~8m되는 교량이 앙상하게 서 있었다. 그 교량 역시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사라질 게 불보듯하다.

▲ 구 남한강 대교 교각 밑. 밑뿌리가 훤히 드러나 있다.
[구미 대교] 허옇게 드러난 교각 기둥

다음날 찾아간 구미대교 밑. 교각을 보니 원래 강바닥에서 2~3m 정도 낮아졌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교각을 지탱하는 굵은 기초 부분이 성인 키 만큼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이 지역은 준설을 크게 하지는 않았지만, 칠곡 쪽에서 강바닥에서 골재를 실어 나르다보니 여기에 있던 모래가 아래 쪽으로 쓸려 내려간 것이다."

배문용 낙동강공동체 사무총장의 말이다. 준설로 인해 대량으로 토사가 이동하면서 교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그의 이런 우려는 단순한 기우일까?.

김경훈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 부소장)은 대전 시내 중심가를 관통하는 대전천의 선화교를 예로 들면서 무분별한 준설 작업이 교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대전시는 대전천이 흐르는 농수산시장 앞 유역의 하상 폭이 넓어지자 준설작업을 계속했다. 그러다보니 유속이 빨라졌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 준설 전으로 되돌아갔다. 3~4번 정도 그런 식으로 계속 준설 작업을 했는데, 그 지점으로부터 2㎞ 상류지점에 위치한 선화교의 허리쯤에 위치한 교각이 바닥으로 꺼져버렸다. 그래서 다리 공사를 다시 했다. 5년 전의 일이다.

당시 선화교 교각이 무너진 것에 대한 원인 규명이 제대로 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골재채취 사업을 중단했다."

▲ 구미대교 교각 밑. 배문용 낙동강공동체 사무총장은 칠곡쪽에서 골재를 파기때문에 이쪽 모래가 아래쪽으로 쓸려 내려간 것라고 말했다
[비교 분석] 14개소? 적어도 34개 교량을 재가설해야

교량 14개만 재건설하면 된다는 이명박씨측의 주장. 취재진이 현장 상황을 눈으로 대충 살펴보아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지난 98년 작성된 수자원공사의 '경부운하 보고서'를 들춰봤다. 보고서에 게재된 교량의 실측 높이 등을 근거로 이명박씨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았다.

우선 수자원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경부운하를 통과하는 한강과 낙동강의 교량은 총 84개이다. 이명박씨측은 현재 115개로 주장하고 있는데, 수자원공사의 조사보다 20여개가 많은 것은 신축된 교량이 있기 때문이거나, 일부 노선 변경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늘어난 신축 교량을 제외한 상태에서 이명박씨측이 주장하는 데이터를 넣어보았다.

5000톤급 선박이 지나가는 노선(한강과 낙동강 본류 구간)에 설치된 교량은 총 59개. 이명박씨는 이 지역 교량의 형하고(수면과 교량 간격)는 11m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하고가 가장 높은 교량은 동호대교로 22m이다. 올림픽대교는 21.4m, 한남대교와 동작대교도 19.2m로, 대교 대부분은 5000톤급 선박이 운행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하지만 성산대교조차도 11.4m로 가까스로 배가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한강 상류와 낙동강 구간의 경우는 형하고 11m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교량이 늘어난다. 가령 강창교는 1m, 왜관 철교는 4m로 철거한 뒤 재개설해야 한다. 낙동강대교 3m, 낙동대교 3.4m, 구포대교 6.9m 등 큰 교량도 역시 재개설 대상이다. 이처럼 본류 구간에서만도 11m에 미달되는 교량 총수는 25개이다.

이명박씨는 2500톤급 선박이 지나가는 인공노선 40㎞의 경우에는 형하고 8m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수자원공사안에 대입해보면, 총 24개 교량 중 달천 댐 건설 등으로 수몰되는 교량은 12개이고, 나머지 11개 교량 중 탄금대교 5.7m 등 9개 교량이 재개설돼야 한다.

"하상 굴착으로 교각 기초 안전성 문제"

따라서 이명박씨가 주장하는 형하고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량은 38개이다. 수몰되는 교량을 제외하고도 34개 교량이 재가설돼야 하는 것이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이명박씨가 주장하는 컨테이너선보다 작은 1891톤급 선박이 운행하는 것을 상정해 17개의 교량이 재가설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러한데 이명박씨는 대체 무슨 근거로 14개소의 교량만 재개설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주운 수심 확보를 위한 하상 굴착으로 인하여 기존 교량 교각 기초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는 바 기존 구조에 대한 세밀한 검토와 토질조사, 세굴조사 등을 토대로 보강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건설교통부에 현존하는 교량 교각의 기초 공사에 대한 자료를 건설교통부에 요청했지만, '국가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정보'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수자원공사가 제시했던 수심은 4m. 현재 이명박씨가 주장하는 수심 6.6~9m에 훨씬 미달되는 수치이다. 강바닥을 더 깊이 파고 들어간다면 현재 교각이 건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1종 교량 1개 건설하는 데 2000억-4000억"

▲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구둑
그렇다면 교량 1개를 건설하는 데 드는 공사비는 될까. 78년 착공해 81년 준공된 낙동강대교의 경우 총 공사비는 144억1000만원이다. 이 교량의 형하고는 3m.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반드시 재개설해야 할 교량이다.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의 이포대교 역시 형하고는 6.2m로 재건설 대상이다. 91년 완공된 이 교량의 공사비 20억1300만원. 하지만 지금 교량의 공사비는 1000억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서울시 건설안전본부의 한 관계자는 "1종 교량(대교)을 지금 건설하면 2천억원에서 4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완공된 한강의 대교 건설비를 보면 1000억원을 훨씬 상회한다. 2005년 12월에 완공된 마포대교 상류측 교량의 공사비는 2198억원이다. 또 2005년 11월 완공된 한남대교 상류측 교량은 1055억원이다.

하지만 이명박씨측에서 제시한 경부운하 개략 공사비 내역에는 교량 재개설 비용은 나와 있지 않다. 공사비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생략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 공사에 들어가면 몇 조원의 추가예산이 소요될 지 장담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14개의 교량만 재가설하면 된다는 이명박씨 측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명박씨는 최근 만들어진 경부운하 보고서 유출 경위를 둘러싸고 박근혜 후보와 신경전을 벌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 '제2의 국운융성'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이 만들어진 경위부터 철저하게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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