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시청과 진주여고 조정팀 단체사진. 뒷줄이 언니들 앞쪽이 여고생들. 맨 오른쪽이 강기배 감독, 맨 왼쪽과 중앙은 진주여고 감독과 코치.
ⓒ 조우성
8~9명의 선수들이 있어야 함에도 예산과 선수 수급의 어려움으로 겨우 5명으로 구성된 운동팀. 선수 전부가 충주여고 출신들로 구성되어 따로 호흡을 맞출 필요도 없는 충주시청팀과는 달리 5명의 선수 중에서 진주 출신의 선수는 단 1명, 그 외는 타지방에서 데려 온 선수들로 이루어져 서로 협력하고 호흡을 맞추는데 오랜 시간 진땀을 빼야만 했던 팀.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하여 전국대회 2년 연속 우승과 전국체전 금메달을 딴 팀. 작년에는 대통령기와 해군참모총장기, 수자원배 등에서 우승을 기록 할 정도로 실력과 파워를 지닌 선수들이 바로 진주시청 여자 조정팀이다.

도대체 어떻게 훈련을 하기에, 감독과 선수들이 어떤 사람들이기에, 이런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일까. 남다른 뭔가가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알아 보기 위해 아름다운 진양호에서 강도 높게 훈련을 하고 있다는 진주시청 여자 조정팀을 찾아보았다.

악조건 속에서 거둔 뛰어난 성적

▲ 한 폭의 동양화처럼 은은한 여백의 미를 보여주는 진양호
ⓒ 조우성
지난달 30일 아침 일찍 차를 몰고 진양호를 향했다. 도착하니 오전 7시가 조금 넘었다. 언덕에서 바라 보니 저 멀리 진양호가 바라보인다. 길을 따라서 이곳 저곳에서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조금은 느린 속도로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진양호 가까이 차를 세워놓고 언덕밑의 선착장으로 내려가 보니 선수들이 벌써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거 늦었구나 싶어 가까이 다가가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남자 고등학교 조정팀의 연습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싶어 '휴~'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 관계자에게 몇 시에 진주시청팀의 훈련이 시작되느냐고 물어보니 오늘은 오전 9시쯤에 시작할 것이라고 알려준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휴게소에 들러 주인의 온정이 담긴 국수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진양호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다.

▲ 한 선수가 동생들의 도움을 받아 선착장에 배를 띄우고 있다.
ⓒ 조우성
드디어 진주시청 선수들이 2인 1조로 배를 선착장에 나르고 있었다. 진주여고 선수들도 언니들을 도와서 배를 띄우는데 한몫했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낀 선수들은 노를 양쪽에 걸고 배안에서 용을 쓰며 균형을 이렇게 저렇게 잡아 본다.

텍사스 카우보이처럼 밀집모자와 선글라스를 쓰신 멋쟁이 감독님께서 보트에 넣을 기름을 들고 선착장으로 걸어 오신다. 햇살 찬란한 좋은 아침에 감독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힘을 합쳐 보트를 물에 띄웠다. 드디어 감독님과 함께 나도 보트에 동승했다. 이제부터 진주시청 여자 조정팀의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다. 더운 여름철에 넓고 긴 진양호를 보트를 타고 가로 지른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마음은 벌써 시원한 가을이다.

▲ 온 몸을 이용하여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노를 젓고 있다.
ⓒ 조우성
훈련은 하루에 세 번, 2시간 가량 진행되는데 오전 9시경과 오후 3시, 그리고 해가 질 무렵인 오후 5~6시 쯤에 실시하고 있다. 오후 훈련은 땅에서 체력단련 위주로 하고 오전과 저녁 훈련은 물 위에서 배를 타고 한다. 수상훈련은 노를 저으며 진양호를 왕복하는데 훈련량이 보통 25km 정도라고 한다. 진양호 길이가 편도로 12km, 왕복으로 24km라고 하니 진양호를 왕복하고 마무리로 1km를 더 하는 셈이다. 25km를 육상에서 발로 뛴다고 해도 힘들텐데 온몸을 움직여 노를 저어 가야하니 힘겨운 훈련량이다.

강인한 체력 요구...마라톤 대회 참가하기도

▲ 따가운 햇살을 가리기 위해 밀집모자와 선글라스를 낀 멋쟁이 감독님
ⓒ 조우성
감독님은 보트를 타고 선수들과 보조를 맞춰 가며 물 위를 달려 간다. 때로는 엄한 형님처럼 고함을 지르며 선수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상한 언니처럼 선수들의 미비한 기술을 하나 하나 보완해주고 챙겨주기도 한다. 내가 옆에서 귀찮게 다양한 질문을 퍼부어도 세련된 매너로 자신의 경험담과 축적 된 지식을 무상으로 성실히 제공해 주신다.

▲ 훈련하는 선수들이 산과 물과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 조우성
강기배 감독님은 선수시절까지 포함하면 조정과 함께 한 시간이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대학 시절 선수생활을 마치고 코치로 부임한 후 팀을 새롭게 정비하고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해 오늘의 진주시청팀을 일구어 냈다고 한다.

조정경기가 선수들에게 강인한 종합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본기와 체력강화에 훈련의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이 진주시장기 마라톤대회에 나가서 5등에서 2등까지 입상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마냥 엄하거나 훈련만 하는 것은 아니다. 레크레이션이나 축구, 볼링도 함께 해가며 선수들의 긴장도 풀어주고 자상한 오빠처럼 힘들 때 다독거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팀의 호흡도 잘 맞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고 한다.

▲ 맹렬히 훈련하는 선수들의 머리 위로 하얀 갈매기가 유유히 날고 있다
ⓒ 조우성
진양호의 중간 중간에 왜가리인지 큰갈매기인지 알지는 못하겠으나 훈련하는 선수들 위를 가로지르며 유유히 날아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선수들이 몸을 풀면서 개인 기술 습득에 중점을 두는 것 같은데 감독은 선수들의 노 젓는 자세를 보고서 잘못된 것을 올바르게 교정하는데 신경을 쓴다.

왕복해서 돌아올 적에는 선수들이 보조를 맞춰 전력질주를 하다가 쉬고 또 전력질주를 하다가 쉬고 하는 유형을 반복했다. 선수들 간의 호흡을 맞추고 속도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 않나 싶었다. 선수들은 쉬는 틈에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모진 갈증을 채우기 위해 물을 벌컥 벌컥 마시곤 했다. 진양호의 푸른 물은 시원하게 보였는데 노 젓는 선수들의 몸은 한여름 사막의 모래밭처럼 뜨거웠나 보다.

▲ 보조를 맞춰 어영차~ 힘을 다해 속도를 더하고 있는 선수들의 훈련장면
ⓒ 조우성
선수들은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어도 실내에서 트레이닝으로 가볍게 몸을 푸는 것을 잊지 않았다. 훈련을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방금 전의 훈련의 고단함도 모두 잊은 듯이 꺄르륵하며 서로 즐겁게 웃는다. 환하게 웃고 수줍어 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남고부 여고부 선수들도 누나 언니들을 졸라서 함께 사진을 찍는다. 찰칵! 모두 진주의 '조정'을 이끌어 갈 꿈나무요 대들보다.

▲ 양쪽으로 길게 펼쳐진 노와 멀리 겹쳐진 산이 잘 어울려 인공미와 자연미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 조우성
조정경기는 심판에 그리 좌우되지 않는다. 출발점에서 골인지점까지 2km를 정해진 레인 안에서 열심히 가기만 하면 된다. 어떤 주관도 개입됨이 없이 오직 자신들이 갈고 닦은 실력으로만 성적을 평가받는 그런 공평하고 신사적인 운동이다.

우리들이 사는 이 사회도 조정경기처럼 자신이 노력한 만큼만 대우 받고 돈과 권력과 '빽'과 연줄은 전혀 통하지 않는 그런 공평하고 신사적인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조정 경기 방식과 종목

* 조정 경기 방식>

예선전에서 12팀이 참여하는데 6팀씩 2개조로 나누어 각 조에서 1등한 2팀은 결승전에 나간다. 남은 각 5개 팀은 패자 부활전을 실시하는데 각 조에서 1, 2등을 한 4팀도 결승전에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결승전에는 총 6개 팀이 진출하여 2km의 정해진 레인을 달려 먼저 도착하는 팀이 이기는 방법으로 승패를 가리게 된다.

* 조정경기 종목>
- 싱글스컬: 한 선수가 양쪽으로 두개의 노를 잡고 시합 하는 방식
- 더블스컬: 두 명이 한조를 이루어 각기 양쪽으로 노를 잡고 시합 하는 방식
- 무타페어: 2명이 한조가 되어 한선수가 각기 한개씩의 노를 잡고 시합 하는 방식
- 무타포어: 4명이 한조가 되어 한사람이 각기 한개의 노를 잡고 시합하는 방식

덧붙이는 글 | 진주시청 강기배 감독의 경험과 철학, 노하우를 듣는 인터뷰기사도 이어집니다.

2007-07-09 08:2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진주시청 강기배 감독의 경험과 철학, 노하우를 듣는 인터뷰기사도 이어집니다.
진주시청 조정부 강기배 감독 진양호 조정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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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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