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2006년 12월 20일 수영장 생리할인을 주제로 한 제 2회 사회창안 와글와글 포럼.
ⓒ 희망제작소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는 지금도 많은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제안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벌써 1500개가 넘는 글들이 쌓여있습니다. 저희들 마음은 초조하기만 합니다. 이좋은 제안들과 아이디어를 묵히고 있다는 조바심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하나씩 하나씩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사회창안센터가 시민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조사보고서·정책제안서를 작성하여 관련 부처에 보내고 사회여론화를 시도한 끝에 여러 제안들이 공론화·현실화되고 있는 것이죠.

김형주님이 '현금인출 수수료 안내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 사회창안클럽의 아이디어맨 김형주님.
ⓒ 희망제작소
"앞으로 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할 때 수수료가 현금 인출 전 공지된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은행 현금입출금기(CD·ATM)에서 현금 인출시 수수료가 얼마인지 미리 알 수 없어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안으로 시스템을 보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금계좌가 있는 은행의 자동화기기 이용은 상반기 중에, 타은행 예금 인출은 연말까지 수수료 사전 안내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경향신문> 2007. 4.16 기사 중)

기사에 나온 것처럼 금융감독원은 올해 안에 금융자동화기기를 이용할 때 지불하는 수수료를 서비스 최종 결정전에 사전 고지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은행이 돈을 찾은 다음에야 수수료가 얼마 들었다고 알려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수료를 사전에 공지해줘 소비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수수료 부담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작지만 소중한 소비자주권의 확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시민 김형주님의 아이디어가 큰 힘이 됐습니다.

김형주님의 아이디어가 접수되자 사회창안센터는 즉시 국내현황과 해외사례 등을 조사해서 '수수료 사전 고지가 당연하다'는 취지로 각 은행과 금융감독원·재정경제부에 정책제안서를 보냈고, 언론보도 등을 통해 공론화를 시도했습니다.

결국 한 시민의 아이디어가 사회의 일부를 바꾸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캐나다 스코샤 뱅크의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더 잘 되실 것입니다.

금융권 수수료 사전 공지 외에도 "유통기한 글씨가 너무 작고, 찾기도 쉽지 않으며, 제조년월일과 유통기한 중의 하나만 표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유통기한 표기를 개선하자", "유통기한 표기 의무 예외 식품을 최소화하자"고 한 아이디어(시민 호종훈 님 제안)도 식약청과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지하철 손잡이 일부를 낮추어 어린이나 키 작은 어른을 배려하자는 아이디어도 도시철도공사에 이어 서울 메트로까지 이미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이를 확대하겠다고 방침을 밝혔습니다.

송추향님이 울산 동구의 '수영장 생리할인'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아이디어가 사회를 바꾸어가는 와중에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최근 들려왔습니다. 관련 기사를 한번 보실까요.

"울산 동구의회가 생리 기간 동안 수영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생리할인제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례에 담았다. 동구의회는 최근 열린 임시회에서 이런 내용의 '울산 동구 국민체육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고 26일 밝혔다.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과 대구 유니버시아드 레포츠센터 등이 생리할인제를 자 시행하고 있으나, 자치단체가 조례로 이 제도를 시행하기는 처음이다. 이에 따라 생리를 하는 모든 여성은 동구 국민체육센터 수영장 이용료의 6%를 감면받을 수 있다. 박 의원은 '이번 조례 개정은 한달치 수영장 이용권을 구입해도 생리 때문에 5~7일은 이용할 수 없는 여성들을 사회적으로 배려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한겨레> 2007. 6.27 기사 중)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가 작년 말부터 포럼을 열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언론보도를 제안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던 이 사안에 대해 일부 공립 수영장이 화답하고 재경부에서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을 고치더니 이제 지자체에서 조례까지 제정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 캐나다 스코샤 뱅크 사진. 돈을 찾기 전에 수수료를 미리 알려준다.
ⓒ 희망제작소
여성들이 수십 년 겪었던 불합리한 고충이 해결되고, 한 사회의 배려의 결이 훨씬 더 깊어지는 이 뉴스가 합리적이고 차별없는 사회를 꿈꾸는 모든 국민들에겐 조그만 기쁨이 됐을 것이라 감히 생각해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작년에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 올라온 최초 제안은 시민 송추향님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해서 올린 것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아이디어를 올리는 데는 많은 기술이나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제안을 약간의 시간만 내서 짧게라도 글로 올리면 됩니다. 송추향님이 올린 글을 보실까요.

"저는 지난 한달 간 모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에 수영을 등록해 다녔습니다. 그런데 수영을 다니는 중간에 갑작스레 월경이 시작되었습니다. 졸지에 고스란히 일주일을 그냥 흘려보내야 했는데요. 개인적인 사정이 생긴 것도 아니고 월경 때문에 수영을 잠깐 쉬는 것은 인정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스포츠센터에 문의를 했습니다. 월경 때문에 일정기간을 잠깐 쉬었다 다시 갈 수 있냐고 했더니 '그건 안 된다'라더군요. 나름대로 지난 달 월경 마치는 날에 맞추어 등록을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수영수강 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요. 도대체 다른 성인 여인들은 이러한 손해를 그저 눈 뜨고 당하고만 있는 겁니까? 아님 다른 묘수들이 있는 겁니까? 수영 뿐 아니라 여성의 스포츠 활동에는 여러 가지 장애가 있습니다. 활동량에 따라 월경 중에는 지속하기 힘든 스포츠 활동도 분명 있습니다. 월경으로 인해 이런 활동들을 지속해나가기 힘든 경우에 도대체 여성들에게는 어떤 대책도 없는 겁니까?"

당신의 아이디어가 좋은 씨앗이 됩니다

여기저기 민원을 내고, 고충을 호소하고 좋은 제안을 해도 통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관료사회의 큰 벽 앞에, 무심함에 좌절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회창안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시민들이 다시 희망을 가지고 아이디어와 제안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과 사회창안센터, 노력하는 지방의원·국회의원(호민관클럽), 전향적인 공무원들의 노력이 합쳐져 이제 '시민의 제안이 통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공익과 맞닿아 있는 문제의식이 있거나 좋은 제안, 아이디어, 고충을 호소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지금 바로 글을 올려주십시오. '희망제작소' 홈페이지가 좋은 아이디어를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안진걸 기자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의 좋은 제안과 아이디어를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일을 '사회창안 운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아이디어를 올릴 수 있습니다. 회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