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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대전 동구 산내초등학교에서 열린 '제8회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개토제 및 위령제'에서 김동춘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이 헌작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산내학살사건 희생자 유해발굴 개토제가 7월 1일 산내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운데, 개토제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시삽이 제5학살지에서 거행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국가 차원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의 한을 달래기 위한 조그마한 정성이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

김동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1일 대전 산내초등학교에서 열린, 한국전쟁 당시 일어난 대전 산내 집단희생 사건에 대한 유해 발굴 개토제에 참석해 "대전 산내 골령골 현장은 사실 자체만으로 숨 막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950년 7월 초부터 중순경까지 국군과 경찰에 의해 최고 7000여명이 집단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산내 골령골 개토제와 위령제는 빗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대전 산내 관련 사건이 발생한지 57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유해 발굴 작업의 시작을 알렸다.

김 상임위원은 "대전 산내 유해 발굴 사업은 진실화해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해 발굴 사업 중 예산 규모가 가장 크고 발굴됐을 때 국민적 충격과 놀라움, 자괴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늦었지만 정부가 나서 유해 발굴 사업을 벌이게 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 제주4·3희생자 유족이 위령제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김동춘 상임위원 "사실 자체만으로 숨 막히는 일"

박선주 진실화해위 유해 발굴 조사단장(충북대 박물관장)도 "이번 발굴은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유족들의 맺힌 한을 풀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 조각의 유해라도 소중히 생각하며 정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구례군 봉성산 공동묘지와 충북 청원 분터골, 경북 경산 코발트 광산과 함께 벌이는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 사업(8곳 중 3, 4, 5, 7 암매장 추정지)은 오는 8월까지 충남대박물관 주관으로 추진된다.

개토제에 이어 열린 8번째 희생자 위령제는 빗줄기 속에서 시작해 유가족들의 눈물과 흐느낌으로 끝나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김종현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은 "국가가 나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에도 지방자치단체인 대전시는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이는 직무유기이자 역사에 대한 죄악"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추도사를 보내오거나 직접 참석한 반면 박성효 대전시장은 "진상규명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고 사건의 성격이 규명되지 않았다"며 위령제 참석 및 추도사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관할 대전 동구청장도 위령제에 불참했다.

한 유가족 모임 대표는 "영령들이여 편히 쉬십시오, 잠을 안 자고서라도 끝까지 가겠습니다"는 다짐을 추도사로 대신하기도 했다.

▲ 산내학살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내빈들이 재단에 헌화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김원웅 의원(대전 대덕구)은 "가해자들은 친일과 반민족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고 피해자들은 민족진영의 사람들인 것으로 안다"며 "따라서 이는 우리 민족의 문제고 민족정신을 정화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8번째 위령제 "햇볕 들거든 묶인 사슬 풀어주오"

김 의원은 "5·18과 4·19 피해자들에게는 배상이 이루어졌는데 4·3 관련 피해자들은 제외됐다"며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면 유가족들의 배상조치를 위한 입법을 18대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장은 산내 희생자 유가족인 신순란씨와 전숙자씨의 추모시 낭독으로 눈물바다가 됐다.

신씨는 '햇볕 들거든'이라는 자작시를 통해 "죄라는 명목으로 묶어두었던 많은 사슬을 하나하나 풀어 달라"고 호소했고, 전씨는 '참회할 줄 모르는 동포여'라는 시를 통해 "저 남쪽 나라 밀림 속 식인종들도 제 형제 동포는 알아보거늘 이 땅에는 죽인 자 단 한 사람도 진정 참회할 줄을 모르느냐"며 흐느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제주 4·3사건 유가족 모임,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회 등과 대전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김원웅 의원,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안은찬 전 민족특별조사위 남측본부 집행위원장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또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 선병렬 의원(대전 동구), 심대평 의원(대전 서구을), 권선택 의원(대전 중구),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구), 강창일 의원(북제주군 갑) 등이 추도사를 보내왔다.

참회할 줄 모르는 동포여
8번째 위령제 '추모시'

▲ 유족 전숙자씨가 시 낭송을 하며 흐느끼고 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웬 말이오 골령골의 살육현장
망나니는 피로 물든 정복입고 총 춤추고
아비들의 비명소리 골령골이 떠나가네
어떤 사람 말 한마디 아비 목숨 허공에 뜨고
첫 돌 지난 어린 것 신세 시궁창에 처박혔네

누구네 선산에는 갓비에 망부석에 둘레석이 모자라
시신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아비 죽어 반백년 시신조차 모실 수 없어
갈갈이 찢긴 가슴 등에는 주홍글씨
안고 지고서
흐르는 눈물 가슴 가슴마다 묻어야 했소

골령골 산하 골짜기마다 유골밭으로 만든 사람
국립묘지 좋은 자리 길게 누워
오고 가는 국경일에는 온갖 대접 다 받건만
우리는
꽃 피고 새 우는 봄이면
농기계 발뿌리에 부서진 유골 조각을 부여안고
절규하는 몸부림을 보았는가

저 남쪽 나라 밀림 속에 식인종들도
제 형제 동포는 알아보거늘
하물며 이 땅에서
죽은 자는 백만이 넘건만
죽인 자는 다 어디가고
단 한사람도
진정 참회할 줄을 모르느냐

/ 전숙자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원

태그:#산내골령골, #김동춘, #산내 유가족 모임, #4.3 사건, #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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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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