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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박근혜·홍준표·원희룡·고진화 한나라당 대선후보 5명의 정책공약과 비전을 토론하는 마지막 토론회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63빌딩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한나라당 '빅2'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28일 당이 주최하는 마지막 정책토론회에서 양보할 수 없는 설전을 벌였다.

내달 22일 시작되는 합동유세까지 후보간 '맞대결'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날 토론회는 한나라당 경선 판도를 가름할 분수령이라고 할 만했다. 지난 한달간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도 이날 토론회의 긴장도를 한층 더 높였다.

특히 이 후보와 박 후보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지정토론 시간(12분)을 상대를 공격하는데 모두 쏟아 부었다.

1차 토론회(5월 28일 광주) 당시 박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크게 웃고, 다른 후보들이 매서운 질문을 던져도 "좋은 질문"이라고 추켜세웠던 이명박 후보의 여유있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박 후보가 8일 부산 토론회(교육·복지 주제)에서 내놓은 '고교 평준화 16개 시도별 자율 결정권 부여' 공약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포문이 열렸다.

박 후보가 공약을 설명하는 도중 "경남에서 물을 때 전부 (평준화를) 할 수도 있지만, 마산의 염원이 다르다면 교육감이 마산만 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예시하자 이 후보는 이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이명박 "갑작스럽게 마산 얘기가 나오는 것은 16개 광역시도별이 아니라, 도시별 투표를 하는 걸로 공약을 바꾸겠다는 뜻이냐? 계속 동문서답이 되는데 공약 만드는 사람이 잘못했나 보죠? 이해하고 넘어가겠다."

박 후보는 후보대로 "그렇지 않다. 교육 단위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하는 것같다"고 쏘아붙였다.

박 "낙동강 수질 개선됐다" - 이 "현 정부에 맡겨보자는 뜻으로 알겠다"

이 후보는 이어 자신의 취약점으로 꼽힌 대운하 공약 얘기를 먼저 꺼냈다. 자신은 대운하로 낙동강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데, 박 후보의 생각은 뭐냐는 물음이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박 후보가 대운하를 반대하고 '국민사기극'이라는 용어도 썼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아마 대운하를 찬성하셨을 것"이라고 박 후보의 부친을 거론했다. 자신은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경부고속도로 건설에도 참여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박 후보가 "낙동강 수질이 그동안 많이 개선됐다"고 반박하자 이 후보는 "그러니 방법(대안)이 없군요. 현 정부에 그냥 맡겨놓고 보자는 뜻으로 알겠다"며 말을 끊었다. 박 후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실소를 터뜨렸다.

박 후보가 이 후보에 이어 질문 기회를 얻자 대운하 얘기를 이어받았다.

박근혜 "식수원 오염 문제는 이중수로를 얘기하시다가 최근에는 강변여과수로 말을 바꾸시고, 운하의 목적도 처음에는 물류 목적이라고 했다가 이제는 물류는 20%이고 관광운하라고 바꾸셨어요. 10년 연구했는데 왜 자꾸 바뀌죠? 아버지 시절에도 검토했다 폐기했고,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럼에도 계속 추진할 거냐?"

이명박 "박 후보의 말을 들으니 전부 인터넷에서 저를 반대하는 세력이 내놓은 자료를 가지고 얘기한다. 외부에서 반대하는 사람들 얘기만 너무 듣고 말하지 말라."


이 후보가 "정치적으로 논쟁할 게 아니라 그쪽에서 알만한 사람을 내일이라도 보내 토론하자"고 말했지만 이미 박 후보의 표정은 굳어질 대로 굳어졌다.

'소설'이라는 말로 인해 두 사람의 말싸움에 또 다시 불이 붙었다. 이 후보가 "운하와 관련해 내 홈페이지에 들어온 적 있냐? 왜 남의 홈페이지만 들어가냐"고 따지자 박 후보는 "이 후보 홈페이지 이상으로 전문가 자료도 다 봤다. 전문가들이 소설 쓰듯이 했겠냐"고 응수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소설'이라는 말에 발끈한 이 후보는 박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소설'로 지칭한 것으로 오해해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소설 같다는 얘기는 하면 안 된다.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상대 후보의 공약을 소설 같다, 말도 안된다고 하면 되나?"
박근혜 "하하... 내가 언제 말도 안 된다고 얘기했다고? 이런 건 문제 있지 않느냐고 했죠."
이명박 "소설 같다고 하니까 그렇지. 소설은 현실이 아니잖아요?"


이 후보는 원희룡 후보가 자신을 '상류층'이라고 몰아세우자 "험한 세상 살면서 내 나름대로의 도덕 기준을 지켰다. 남들 해주는 밥이나 먹고, 일하지 않았으면 나도 흠이 없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의 딸로서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온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말로 풀이됐다.

▲ 이명박·박근혜·홍준표·원희룡·고진화 한나라당 대선후보 5명의 정책공약과 비전을 토론하는 마지막 토론회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63빌딩에서 열렸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토론회에 앞서 나란히 앉아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 "내 홈페이지 들어온적 있냐?" - 박 "전문가 자료도 다 봤다"

두 사람의 설전을 지켜보던 당의 한 관계자는 "후보별 참관인을 20명으로 제한했기에 망정이지, 지지자들을 행사장에 전부 들여보냈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토론회 이후에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박 후보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63빌딩에 마련된 임시 기자실을 찾아와 "한쪽이 대응하지 않고 화합하자는데 (또 다른 한쪽이) 일방적으로 나가면 당이 화합이 안 된다. (원칙을) 유리할 때만 지키고 불합리할 때 안 지키는 건 독재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입에서 "당이 말만 할게 아니고 약속을 하면 지켜야 한다"며 박근혜 캠프의 '저격수들'에 대한 징계를 시사하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기자실에 있던 박 후보의 측근들이 그의 말을 캠프 지도부에 곧바로 전했고, 박근혜 캠프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툭하면 네거티브라고 하는데 언론에 보도된 이 후보의 허물이 모두 다 사실과 다르다는 말이냐? 처남이 천호동 사거리에서 벌인 특혜사업에 대해서나 제대로 해명하라"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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