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 평화재향군인회(가칭) 표명렬 상임대표.
ⓒ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국가보안법보다 더한 것이 없다. 국가보안법은 북한만 적으로 본다. 하지만 미국도 일본도 금방 적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국가보안법 유지는 평화협정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려는 냉전적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한국군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증오심과 냉전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화의 시대에 '공존'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맞는 유연성과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하는데, 아쉽다."


한국전쟁 발발 57년이다. 남북 대표가 6·15남북공동선언에 서명한지도 7년이 지났다. 공동선언은 남북이 평화를 지향하는 관계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군대는 여전히 냉전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육사 18기)는 "군대의 냉전적 인식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평화의 시대에 맞는 가치관을 인정하고 군 내부에도 반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평화재향군인회(가칭, 이하 평군) 사무실에서 표 대표를 만났다.

"미군도 이라크 사람들 나쁘다고 교육 안 해"

표 대표는 '대적관(對敵觀)' 교육을 대표적인 냉전의식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대적관은 말 그대로 뜻은 적을 어떻게 보느냐다. 하지만 표 대표는 "북한을 적으로 두고 끊임없이 적대의식과 적개심을 기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적을 아는 것과 적대의식을 갖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휴전선의 포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전쟁에 대비해 적의 전술을 아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북한을 '공산당', '빨갱이'라고 하는 정치교육을 그만하자는 것이다."

표 대표에 의하면 대적관은 적의 전략, 전술을 아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대적관의 적은 전쟁을 일으켜 싸우는 단순한 대상이 아니다. 여론의 압박으로 '주적'이라는 명칭을 버렸을 뿐 대적관 속의 적은 여전히 '북한'에 있다는 것이다. 표 대표는 적대의식만 키우는 대적관은 군인정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적관은 냉전수구 세력의 교육이고 정치교육일 뿐이다. 군인정신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지구상에 한국처럼 적대의식만을 키우는 교육을 하는 군대도 없다. 현재 이라크 전쟁 중인 미국도 파병 군인에게 이라크 사람들이 나쁘다고 교육시키지 않는다."

적대의식을 시키지 않기로는 몇 십 년 전, 표 대표가 베트남에 파병됐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미군과 작전을 수행했던 표 대표는 "미국이 월남에 파병을 보낼 때 적 전술은 교육해도 적대의식 함양 등 교육은 안 했다"고 회상했다.

ⓒ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표 대표가 대적관 교육을 비판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대적관이 평화·공존 시대에 맞지 않는 '반(反)통일적 교육'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전쟁 당시 경험한 '미국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여전히 맹목적으로 따르도록 한다는 데 있다.

"지금 장병들은 수준이 높다. 그런데도 '너의 적은 누구인가'라고 계속 묻는다. 적이 누구냐. 싸우고 있는 상대편이 적이다. 하지만 군대는 여전히 북한을 적으로 두고 끈임 없이 적대의식을 갖게 만든다. 적대의식이 곧 안보의식이라는 착각이 있기 때문이다."

대적관 교육이 군대 내에서 여전히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 대표는 "냉전체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한 냉전세력들이 존재 가치를 확대하기 위해 군에서 대적관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적관 교육을 비판하는 두 번째 이유 역시 고위층을 차지한 군 수뇌부와 닿아있다. 표 대표는 한국전쟁 때 남쪽을 도와 북쪽과 싸운 미군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대적관 교육의 맹점은 바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골프나 야구 등 스포츠뿐만 아니라 화투 등 모든 경쟁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이길 수 있다. 하물며 고도의 정밀 무기와 첨단무기를 사용해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전쟁에서는 더욱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에 대한 적개심은 오히려 이성을 흐리게 할 뿐이다."

냉전 수구적 대적관이 평화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 옮아가는 것도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표 대표는 "현명한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21개월 동안 정훈 교육을 받으며 세뇌되고 있다"며 군대 내 대적관 교육을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표 대표는 "사람을 가두고 세뇌시키는 데 21일이 걸리는데 21개월이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세뇌될 수밖에 없다"며 군대가 냉전의식을 확산하는 대표적인 집단임을 암시했다. 군대에 대적관이 냉전의식을 확산한다면 사회에는 국가보안법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국가보안법)보다 더한 것이 없다. 국가보안법은 북한만 적으로 본다. 하지만 미국도 일본도 금방 적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국가보안법 유지는 평화협정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려는 냉전적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표 대표는 자신이 "여전히 '빨갱이'로 몰리는 사회"라며 "그래도 노무현 정권 들어선 후 빨갱이 취급하는 사람이 적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표 대표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한다는 의식 속에서 대북적대의식이 커지는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의심을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의 현실을 직접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실상을 보면 대북적대의식을 유지해야할 이유를 잃는다는 것이다. 표 대표는 "측은지심보다 강한 힘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방연구원이 무기만 연구하는 곳인가"

표 대표의 군대 비판은 국방연구원도 지나치지 않았다. 표 대표는 국방연구원이 평화체제 구축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연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연구원의 연구결과물은 대부분 무기체계와 선진국 사례연구 등이 주를 이룬다.

"국방연구원은 무기체계에 관한 것만 연구한다. 한국적인 문화에 바탕한 군대 문화와 리더십 관리, 군사전략이나 군 구조 등 연구실적은 미미하다. 또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국방정책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다."

ⓒ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표 대표는 한국군의 군사 철학이나 역사 역시 연구가 미흡한 분야라고 지적했다. 철학과 역사 정립이 중요한 이유는 '목숨을 걸고 싸울' 병사들의 진정한 충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방연구원은 지리산, 제주, 여순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부터 광주 민주화운동 등 최근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다시 정리해야한다. 곳곳에 눈물나는 학살 장소들을 발굴하고 세계에 알려야한다. 비참하고 비루한 민족의 삶을 되돌아 볼 때다."

표 대표는 비무장지대(DMZ) 활용 방안 연구도 국방연구원의 몫으로 남겨뒀다. 그는 "남북한 비무장지대만한 생태․녹지축이 어디 있느냐"며 "통일 후 평화공원 등으로 전환해 관광자원화 하는 방법도 연구해야할 분야"라고 말했다.

군대조직 개편에 대한 연구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표 대표는 "통일 후 군대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한다"며 "군축으로 복지·교육·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모색이 가능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25 전쟁, 이제 잘잘못을 따질 때 아니다"

표 대표를 만났던 19일. 우연치 않게 중앙일간지에서 한국전쟁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초등학생의 한국전쟁 인지도에 관한 설문이었다. 같은 계열의 월간지에서 조사한 설문이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은 한국전쟁이 조선시대쯤 일어난 전쟁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역사에 대한 인식은 중요하다. 특히 사건의 시대적 순서를 명확히 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의를 붙일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인식이 '시대적 순서'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역사란 분명하게 철학과 이념을 가지고 봐야한다. 관점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단순히 일반적인 전쟁 시간적 순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국전쟁을 시간적 흐름으로 접근하는 것은 전형적인 냉전적 사고다."

표 대표는 "선제공격한 북한이 나쁘다는 식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며 "현 시점에서 당신이 백제와 신라 중 어느 편이냐를 따지지 않듯이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방식을 고려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국전쟁이 낳은 냉전적 시각에 우려를 표한 표 대표. 그렇다고 그가, 혹은 그가 속한 평군이 한국전쟁 당시의 희생자 모두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 지도부와 억울하게 죽은 병사와 민중의 고귀한 희생은 구분해야한다는 것.

평군은 오는 28일 한강대교 위에서 위령제를 지낼 예정이다. 피란도중 한강 철교 폭파로 희생된 수많은 민중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승만 정부는 당시 전쟁 발발 3일 만에 북한군 남하 저지를 이유로 한강철교를 폭파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한국전쟁 관련 법률 중 군인 관련 법안은 ▲한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및 실종자 확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 (안명옥 의원 대표발의, 제안일:07-06-07)이 있다. 민간인 관련 법안은 ▲6·25전쟁전후 민간인희생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안(김원웅 의원 대표발의, 발의날짜:04-06-18) 등이 계류 중이다.

김유리 기자 grass100@ytongsin.com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여의도통신은 오마이뉴스의 제휴사입니다. 여의도통신은 유권자와 정치인의 소통을 돕는 성실한 매개자가 되려고 합니다. 여의도통신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299명 모두를 ‘일상적 모니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