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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경찰이 수상하다. 최근 잇달아 국보법이라는 낡은 잣대를 들이대 상식을 파괴하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 바 헌책방 '습격사건'.

[사례 ①] 철학에세이도 처벌대상? "비극적 코미디"

인터넷상에서 '미르'라는 이름의 헌책방을 운영하던 김명수씨는 지난 5월 1일 경기경찰청 보안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된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가보안법 7조5항(이적표현물 소지·제작·배포).

경찰은 그가 헌책방을 통해 거래한 북한 서적 <꽃파는 처녀> <민중의 바다> 등을 문제삼았다. 비단 북한 책만이 아니었다.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해방전후사의 인식> <철학 에세이> <러시아 혁명사> <칼 마르크스 전기> 등도 문제가 됐다.

연행된 김씨는 10일간 조사를 받았고, 11일 검찰로 송치됐다.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같은 달 15일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현재 김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경찰이 문제 삼은 책은 인문사회과학서적 172권이었고, 그 책을 구입한 사람 60여명도 처벌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김씨는 이런 상황을 "비극적 코미디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례 ②] 한총련을 아느냐고요?

5월 23일엔 또 다른 헌책방 운영자 A씨가 경찰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돼 경기도 수원시 모처에서 조사를 받았다. 헌책방을 찾은 경찰은 '이적' '용공' '좌경'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해방전후사의 인식> <한국전쟁> 등 80여권의 책을 압수했다.

A씨는 그날 저녁까지 약 6시간을 조사 받았다. 경찰은 A씨에게 "소속 정당이 있느냐" "한총련을 아느냐" 등을 물었다고 한다.

A씨는 6월 5일에도 한 차례 더 조사를 받았다. 그날 조사에서 A씨는 "생계문제로 헌책방을 운영했을 뿐이지, 한총련 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항변했다. 경찰은 헌책방에서 판매된 책 목록을 요구했고, A씨는 인문사회과학서적을 포함한 2만여 건의 판매목록을 제출했다. A씨에 적용된 혐의 역시 국가보안법 7조5항 위반이었다.

▲ 경찰이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문제 삼은 책들. 이 책들은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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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보낸다더니, 헌책방으로 보내진 국보법"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알리고, 폐지를 주장해온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가 김명수씨 사건에 주목한 것은 당연했다. 국민연대는 5월 7일 '20년 전 기준으로 국가보안법을 되살리려는 공안당국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의 주요 골자는 ▲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21세기에도 버젓이 재현되는 현실에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문제가 된 북한 서적들은 북한을 공식 방문한 수많은 인사들이 가극형태로 관람했다 21세기 변화된 남북관계의 현실에서, 단지 책을 사고 팔았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한 편의 희극에 다름 아니다 ▲남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안당국의 인식은 80년대 역사인식에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20년 전의 기준으로 국가보안법을 되살리려는 공안당국의 행각을 당장 중단하라는 것.

국가보안법에 의한 김명수씨의 경찰수사를 질타한 건 비단 국민연대만이 아니었다. 인문서와 사회과학서적을 만드는 출판사들의 단체인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회장 양정수·이하 인사회) 역시 김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5월 16일 '시대를 역행하는 국가보안법 마녀사냥 중단하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냈다.

인사회는 이번 사건을 "사상·출판·학문·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행위"로 규정하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책 읽을 자유조차 허용할 수 없단 말인가"라는 말로 현실을 한탄했다. 또한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여전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에 특히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문제삼은 책들은 시내 대형서점과 유수 인터넷 서점에서도 판매되는 책들인데, 특정 헌책방만을 지목해 수사하는 건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도 인사회의 입장.

인사회는 이후 '김명수씨 사법처리 반대를 위한 서명'을 받았고, 현재 100여명의 회원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추후에는 "서명의 범위를 창비와 한길사 등 대형출판사 대표에게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는 게 인사회의 설명이다.

성명서 초안을 작성한 인사회 김태훈(출판사 '책갈피' 영업부장)씨는 "구시대의 잣대로 현 시점의 사람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란 말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 비상식적임을 지적했다.

▲ 지난 5월 10일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김명수씨의 구속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혜준
취재에 응하지 않는 경찰... 국가보안법은 상식 바깥에 있는가

그렇다면 법조계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송호창 사무차장은 "국보법 7조5항은 한나라당도 폐지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냈다. 입법부(국회)에서 현재 상황에 맞지 않다고 하는데, 단지 법(국가보안법)이 살아있다고 적용하는 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송 변호사는 이에 덧붙여 "법적인 판결은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찰의 이번 수사는 과거의 관행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1980년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상황에서 김명수씨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명수씨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다산의 김동균 변호사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경찰이 문제삼은 책을) 학문적·영리적 목적으로 취급하고 판매했다면 무죄로 판결난 경우가 많았다"며 "유엔 인권위에서도 수 차례 폐지권고를 한 국가보안법 7조5항이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해칠 위험성은 없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50대 출판인은 이 소식을 전해듣고 "전두환 정권 시절엔 수많은 출판인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끌려갔었다, 정권이 4차례나 바뀌고 강산이 2번이나 변할 만큼의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렇게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놀랍다"는 말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같은 출판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에 대해 경찰은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김명수씨 사건을 수사한 경기경찰청 보안2계의 입장을 듣고 싶었다.

책 구입자의 처벌 검토 방침에 변함이 없는지, 특정 헌책방만을 조사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무엇인지, 시민단체와 출판인단체, 민변의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고싶어서였다. 하지만, 수 차례에 걸친 전화에도 수사담당 경찰과의 통화는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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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