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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지난 6일, KBS2TV에서 새로운 수목드라마 <경성스캔들>이 첫방송을 시작했다. 이선미의 소설 <경성애사>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암울했던 1930년대를 좀 다른 시각에서 그리고 있다. 그동안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일제 강점기의 암울함과 그에 맞서는 독립투사의 투쟁을 다루었다면, 이 드라마는 그 시절의 우울한 역사보다 그 당시의 로맨스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신(新)문물이 넘쳐흘렀던 조선 경성에 시대를 즐기고 낭만을 사랑했던 '모던보이'가 있다. 바로 10분이면 온 경성의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바람둥이, 선우 완(강지환 분)이다. 조국, 민족, 해방, 계급, 혁명, 자유, 독립, 투쟁, 테러, 그딴 건 개나 줘 버리라는 완의 대사로 첫 회가 시작했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그런 모던보이를 경멸하고 독립투사가 되길 꿈꾸는 여자, 나여경(한지민 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경을 '조마자(조선의 마지막 여자를 줄인 말)'라 부르며 비웃는다. 완은 친구들과의 내기로 '조마자'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로 한다. 물론 조마자가 자신과 여러 번 마주친, 자신을 때리기까지 한 고집 세고 강단 있는 여경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이처럼 이 드라마는 서로를 무시하고 경멸하는 두 남녀가 연애하게 되는 과정을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어려운 시대, 누구의 통치 아래 있는 것도 아닌데 힘들고 팍팍한 요즘, 사람들은 키득대며 웃을 수 있는 로맨스를 원하는 게 아닐까. 아무리 시대가 어려워도 사랑이 없던 시절은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 KBS
비록 1930년대의 이야기라지만, 선우 완이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지라시'라는 대중문화 잡지의 이름부터 시작하여 뻐꾸기를 날리다, 구라치다, 쌩까다, 쿨하다 등의 요즘 말이 자연스럽게 대사로 나온다. 이는 보는 이를 어색하고 이상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여경의 어머니를 조마자로 착각하고 작업을 거는 완의 모습 또한 웃음을 주었다.

또 기생 차송주(한고은 분)의 의상을 비롯하여 스윙재즈, 중절모와 양장 스커트 등 그 시절에 유행하던 패션과 경성의 거리와 문화 등도 볼 만하다. 하지만 1930년대를 너무 미화시켜서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보는 이들을 황당하게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자칫 독립운동이 장난인 것처럼 비추어질 우려도 있고 암울했던 역사를 너무 가볍게만 그린다는 비판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다 처음 기획 자체가 퓨전시대극이라는 장르로, 암울했던 시대의 발랄한 연애담을 그린 것인데 역사적인 무게감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물론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독립투쟁을 우습게만 다룬다든가 역사를 왜곡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조선 총독부 보안과에 들어간 이수현(류진 분)이 조선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가볍지만은 않을 것임을 조금은 보여준 것 같다. 돈이 없는 아이가 책값으로 고구마를 내밀자 수현은 너무 많이 냈다며 반을 쪼개어 아이에게 돌려준다.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돌아가고 수현은 책방 주인인 여경에게 책값으로 돈을 준다. 여경은 책값을 너무 많이 냈다면서 그거면 되겠다며 수현의 손에 들린 고구마를 가리킨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이었다.

2회에 등장한 완과 수현의 대화 역시 기억에 남았다. 사회주의니 민족주의니 그딴 게 뭔지 몰라도 그런 것 때문에 친구와 멀어지는 것은 싫다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게 싫다는 어린 완의 말에 어린 수현은 그게 바로 민족주의라고 대꾸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열정을 품고 행동하는 거, 그게 바로 민족주의고 사회주의라고.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이 민족주의이고 곧 사회주의이고 모두가 꿈꾸는 이상향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KBS <경성스캔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기획의도를 보면 이 드라마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켜내기 위해, 뜨거운 열정을 품고 행동하며 실천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사랑은 혁명의 가장 강력한 각성제이며, 연애는 지상 최대의 위대한 혁명 전술이라고."

경성 사교계의 황태자이던 선우 완이 한 판의 내기로 인해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되고 진정한 독립투사가 되는 앞으로의 과정을 기대해본다. 조선 총독부의 엘리트 보안관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어쩐지 무언가 비밀을 갖고 있는 것 같은 미스터리한 수현과 묘하게 얽혀 있는 송주와의 러브 스토리도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제 시작인 <경성스캔들>이 <쩐의 전쟁>과 <메리대구공방전>의 틈바구니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이루어낼지 두고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티뷰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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