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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대선을 앞두고 8일 저녁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안티페스티벌 '대통령과 춤을!'에 출전한 김해여성복지회관팀이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요구하며 무용극을 선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서울사대부설초등학교 학생들이 학생회장 선출과정을 뮤지컬로 풍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노인 결혼 너무 어려워. 아들 눈치에 이웃 눈치, 체신 때문에 결혼도 못 해. 체신이 밥 먹여주나? 노인 결혼 보장하자. 마을마다 노인들 미팅 보장하겠다." (혈기왕성당 후보 2번 강도생)

"수화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수화를 제2모국어로 꼭 시행하겠습니다." (이꼴당 후보 조원일)

"학교 근처에서 불량식품을 못 팔게 하겠습니다." (발끈미래당 후보1번 권은기 후보)


빈껍데기 같은 공약(空約)은 가라. 축제 같은 선거여, 오라. 말투가 어눌한 후보면 어떤가, 내게 필요한 공약(公約)을 달라.

'혈기왕성당'의 박분필(68) 후보는 관객 500여명 앞에서 대사를 잊어버려 결국 '관광버스' 댄스로 갈음했다. 노인들에 대한 '패션 지원금'을 공약으로 내건 손혜숙 후보가 몸빼 바지를 벗고, 미니스커트로 갈아입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이꼴당'으로 출연한 안양대 수화동아리 '예손' 회원들은 가수 MC몽의 노래 '아이스크림'의 랩을 수화로 '립싱크'했다. 동성애자 밴드 '무지개당'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와 가면 등을 벗으며 동성애자들에게 차별없는 세상을 노래로 호소했다.

올해 '안티'를 걸어야 할 대상은?

▲ 기존 선거풍토에 반기를 들며 출전한 '굿쎈당'팀이 오락가락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마산아구할매 임나혜숙씨와 송정문씨가 특유의 입담으로 기존 선거풍토를 비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문화미래 '이프'가 8일 저녁 7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제9회 안티페스티벌을 열었다. 올해의 주제는 '대통령과 춤을'. 이프가 선정한 올해의 키워드는 연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다.

주최측은 "정치에 대한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 소중한 투표권 행사를 인지시키고자 한다"며 "이번 공연은 선거와 정치가 문화를 만나, 자발적이고 유쾌한 축제로 만든 실험적인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대학 동아리, 초등학교 뮤지컬 특별활동반, 사회복지회관 회원 등 13개 팀이 정당으로 출연해 춤과 노래, 연극 등으로 자신들의 이색 공약을 선보였다.

이들이 내세운 공약은 틀니 치료에 대한 보험적용 등 노인복지정책 개선, 1인 1춤 의무화,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등 이색적인 제안들이다. 정치인들의 명분뿐인 공약을 비꼰 셈. 이들은 직접 자원했거나 주최측이 제안으로 행사에 출연했다.

엄을순 집행위원장 겸 이사장(사진)은 "안티 미스코리아(1~6회), 안티 성폭력(7~8회) 등 매년 안티페스티벌을 열고 있다"며 "올해는 시민들의 (소극적인) 투표 의식에 대한 안티"라고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또한 "시민들이 갖고 있는 정치에 대한 속마음,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원하는 바를 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남자들이여, 수고했다. 이제 푹 쉬어라"

▲ 안티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을 맡은 엄을순 문화미래 이프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1등인 '안티상'은 '발끈미래당'이 차지했다. 서울사대 부속초등학교 2~5학년 학생 12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애초 '밝은미래당'이라는 이름 대신 '어른들이 잘못하면 발끈하겠다'는 뜻인 발끈미래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들은 한달간 하루에 5시간씩 맹훈련한 팀.

이 팀은 빈 공약과 선물 공세가 난무한 학생회장 선거를 통해 대통령 선거를 비꼬았다. 이들의 공연에는 "학원을 없애달라", "불량언니들이 집밖으로 못 나오게 해달라"는 등 초등학생들의 소원을 반영하기도 했다.

2등인 '웃자상'은 마산MBC 라디오의 <아구할매>을 연출한 임나혜숙(마산MBC 사업국장)씨와 장애인 송정문(작가)씨. 이들은 '남자들이여, 수고했다, 이제 푹 쉬어라'는 모토로 입담을 풀어냈다.

3등 '뒤집자상'과 인터넷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되는 '놀자상'은 수화 동아리 '이꼴당'이 선정됐다. 이 외에도 '말안한당'(서울예대 판토마임 동아리 판토스), '무법천지당'(서울예대 탈출 동아리 예민회), '춤공화국당'(스윙댄스) 등이 참가했다.

이날 행사는 개그우먼 강유미씨와 탤런트 홍석천씨가 진행을 맡았다. 한의사 이유명호, 고은광순씨 등이 찜질방 토크 형식으로 '호주제 폐지, 그 이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고, 축하 공연을 위해 트렌스젠더 가수 하리수씨가 출연했다.

▲ 개그우먼 강유미씨와 탤런트 홍석천씨가 행사 진행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가짜' 대통령 후보들이 원하는 '진짜' 공약은?

그렇다면 실제 이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공약은 무엇일까. 공연 시작 전, 무대 뒤에서 그들에게 직접 물었다.

"교복 치마 짧게 입어도 (상급생) 언니들이 야단치지 않도록 하는 법 만들어주세요. 언니들은 교복 치마 무릎 위로 입으면서, 왜 우리는 못 입게 해요?" (김은비·12)

"어른들이 아이들을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요. '어른들이 이야기한다고, 너희들이 알아'라니요? 우리도 미래의 사회인이잖아요. 그러면 우리 의견도 존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심현이·12)

"일자리가 최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경제 대통령이 나와줘야지. 근데 여자 대통령이 좀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있고, 반반이다."(박옥지·71)

태그:#안티페스티벌, #이프, #엄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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