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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는 유학성 전 의원의 묘지앞에 국군기무사령관(오른쪽 4번째) 등 이름으로 놓인 조화
ⓒ 오마이뉴스 심규상
# 풍경 하나: 기무사령관의 김창룡-유학성에 대한 끝없는 예우(?)

매년 현충일마다 김창룡 전 특무부대장의 묘지(국립대전현충원 장군묘역)에는 특별한 조화가 놓여집니다. 국군기무사령관의 조화입니다.

김창룡의 이름 앞에는 늘상 '반민족행위자'라는 불명예스러운 접두사가 붙습니다. 김창룡은 일제시대 독립군 체포와 고문에 앞장선 공로로 헌병대 오장을 역임하고 해방 후에는 백범 김구 암살 등 수많은 정치공작을 자행한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부역자를 가리는 군검경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아 수많은 양민을 학살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설묘지(경기도 안양)에 있던 김창룡을 1998년 2월 지금의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안장을 주관한 곳이 국군기무사령부입니다.

김창룡이 기무사령부의 전신인 특무대부대장을 지냈습니다만 이를 '조직의 선배'에 대한 예우로 치부하기엔 누가 봐도 그 수위가 지나칩니다. 군 수사정보기관이 관련 범죄자를 추앙하는 양상으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충일인 어제(6일) 찾은 김창룡 묘지 앞에는 기무사령관의 조화가 없었습니다. 기무사령부가 늦게나마 김창룡을 '반민족행위자' 반열에 올려놓은 것일까요? 아니면 이날 예정된 시민사회단체의 '파묘 시위'에 대한 대응으로 '예우'를 잠깐 동안만 접은 것일까요?

▲ 2005년 현충일. 김창룡 묘(왼쪽)와 지근거리에 있는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락원 여사의 묘소. 이날 곽 여사의 묘소에는 3·1여성동지회가, 김창룡 묘에는 국군 기무사령관의 조화가 놓여져 대조를 이뤘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지난 2004년(왼쪽)과 지난 2001년 김창룡 묘. 국군기무사령관 이름의 조화가 놓여져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국군기무사령부는?

국군기무사령부는 군 수사정보기관으로 1948년 육군정보국 정보처 내에 설립된 특별조사과가 모체로 육군본부 정보국 방첩대(1949년)→육군본부 직할 특무부대(1950년)→육군보안사령부(1968년)→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1977년)→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1991년)로 개칭됐다.
아무래도 이유는 후자인 듯 합니다. 김창룡 묘지와 1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12·12 쿠데타 주역인 유학성 전 의원의 묘지에는 매년 그랬던 것처럼 기무사령관의 조화가 놓여져 있었으니까요.

유 전 의원(1927~1997, 육군대장)은 12·12 당시 수경사 30경비단 모임에 참석한 핵심인물로 지목돼 군형법상 반란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석방돼 숨졌습니다.

군형법상 반란·이적 행위자 색출업무를 전담하는 기무사령부가 반란혐의자를 매년 추모하고 있는 것이죠. 이마저도 유 전 의원이 중앙정보부장과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역임한 데 따른 같은 '정보통' 선배에 대한 예우로 이해해 줘야 할까요?

# 풍경 둘: 김창룡-유학성 묘소 지키는 경찰

▲ 유학성 전의원 묘지를 지키고 있는 의경들.(지난 6일 국립대전현충원)
ⓒ 오마이뉴스 심규상
경찰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날 유 전 의원의 묘지 앞에는 오전 10시 경부터 사복을 입은 의경 4명이 1시간여 동안 땡볕 아래 부동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김창룡 묘역을 찾은 시위대가 유 전 의원의 묘소마저 해코지 하지 않을까 우려한 예방조치였습니다. 경찰이 이날 국립대전현충원 장군1묘역 내 김창룡과 유학성 전 의원의 묘지 시위에 대비해 동원한 전경대원은 약 100여명에 이릅니다.

아직도 경찰이 현충일에 추모하고 지켜야할 대상이 애국선열들의 넋이고 충절이기 보다는 반민족행위자와 쿠데타 주역이고 그들의 묘지인 셈입니다.

#풍경 셋: 다시 등장한 좌파 족? 좌파 무리?

지난해에 이어 올해 현충일에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특별한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대전충청 구국모임 대전충청 박사모'입니다.

이들은 이날 대전현충원 정문 앞에 지난해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이곳은 조국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좌파무리들과 싸우다 산화하신 호국 영령들이 잠들어 계신 곳입니다. 좌파 위정자들의 양두구육(羊頭狗肉) 참배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굳이 작년과 다른 점을 찾자면 '좌파족'→'좌파무리'로, '가증스런 위선 참배'→'양두구육'으로 바꾼 정도입니다.

이들이 말하는 '좌파 위정자' 가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전현충원에는 '좌파 독립운동가'도 함께 안장돼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을 뛰어 넘어 독립을 향한 노력의 실체를 인정한다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영령들을 '좌파무리와 싸우다 산화하신'으로 표현한 것은 편협을 넘은 왜곡이라 할만 합니다.

국군기무사령관이 매년 갖다 놓은 조화와 박사모가 사용한 '좌파무리'라는 단어에서 반민족행위자들이 '멸공'과 '반공'의 이름으로 다시 면죄부를 받고 부활하지 않을까를 우려했다면 지나친 기우일까요?

▲ 지난 6일(왼쪽)과 지난해 현충일에 각각 국립대전현충원 입구에 걸린 박사모 현수막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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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