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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후보 캠프측 유승민 이혜훈 의원이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건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운하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박근혜 캠프측은 '경부운하'(한반도 대운하)와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31일 2차 공개 질의를 하고 나섰다. 이번엔 경부운하의 경제성 검증이다.

박 캠프의 '정책통 2인방'인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으라"며 "이명박 후보는 '선거운하' 공약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서울시 산하) 시정개발연구원에서 경부운하의 타당성을 조사했는데, 전혀 경제성 없는 걸로 나오자 연구를 중단하고 보고서도 내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시정개발연구원은 결과를 밝혀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두 의원이 이날 제기한 경부운하의 경제성과 관련한 쟁점은 모두 3가지다. 홍종호 한양대 교수와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장 등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오마이뉴스>의 '이명박 발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시리즈를 통해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들이다('이명박 발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시리즈 보기).

[쟁점①] B/C비율 '뻥튀기' 논란

[용어정리] 한반도 대운하? 경부운하?

이명박 후보 측이 밝힌 공약 '한반도 대운하'는 경부운하·호남운하(금강↔영산강)와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북한운하(예성강↔대동강↔청천강↔압록강)까지 추진해 한반도의 물줄기를 잇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호남운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구상이 나와있지 않은 상태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를 비롯해 박근혜·홍준표·원희룡·고진화 후보 측이 '경부운하'를 꼬집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이명박 캠프 측이 B/C(편익을 비용으로 나눈 값)비율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이 캠프의 곽승준 교수(고려대 경제학)는 지난 2월 12일 발표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경제성 분석>에서 "경부운하의 B/C비율은 2.3(100원을 투자하면 230원을 번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이명박 캠프에 속하지 않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부운하의 B/C비율은 0.05에서 0.24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적자가 발생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곽 교수의 경부운하의 B/C비율 문제는 계속 논란이 돼왔다. 급기야 한 토론회에서는 경부운하를 찬성하는 학자가 'B/C비율 뻥튀기'를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환경재단 136환경포럼에서 주최한 '경부운하건설 찬반 대토론회'에서 찬성 측으로 참석한 이상호(세종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홍종호 교수가 경부운하의 B/C비율이 2.3으로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자 "당연한 말"이라고 수긍했다.

이혜훈 의원은 "B/C비율을 계산 할 때 '비용'에는 반드시 유지관리비가 들어가야 하고 '편익'에는 산업파급효과가 빠져야 하는데 이 후보측은 유지관리비는 빼고, 산업파급효과는 넣어 수치를 부풀렸다"며 "이 후보 측이 비용은 축소시키고 편익은 부풀려 경부운하의 경제성을 뻥튀기 했다"고 지적했다.

[쟁점②] 물동량, 과연 있나

경부운하의 경제성을 가늠할 중요 잣대는 물동량이다. 이 캠프의 곽승준 교수도 경부운하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하면서 물동량 전환에 따른 부가가치가 전체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경부운하 경제성의 핵심은 물동량"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를 놔두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운하를 이용해 화물을 나를 화주는 없다"고 꼬집었다. "화주의 선택은 소요 시간과 돈에 달려있는데 60~70시간이 걸리고 몇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운하를 과연 이용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운하통행료를 받지 않고 거의 공짜로 옮길 수 있다고 해도 운하를 선택할 화주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화주에게 외면당해 물동량이 없다면 이 후보의 물류비용 절감, 산업파급효과, CO2 감소효과, 내륙도시 개발효과 등도 거짓말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쟁점③] 민자유치, 가능할까

경부운하 건설에 들어갈 재원 마련 방법도 문제로 지적됐다. 의원들은 "이 후보 측은 경부운하 건설에 들어갈 14~20조원의 비용을 '골재를 팔고 민자유치를 해서 세금은 한 푼 안들이고 건설하겠다'고 주장했다"며 "어떤 민자사업자가 이 사업에 뛰어들겠나"고 반문했다.

이들은 "인천공항고속도로, 신경부고속도로 등 수많은 민자사업에서 보듯 수요가 적어 적자가 나면 정부가 손실액 전액을 보상해야 할 것"이라며 "경부운하를 무슨 돈으로 건설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따져 물었다.

이명박 후보가 '골재를 팔고 민자유치를 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골재 8억㎥(루베) 이상을 캐내어 1㎥에 1만원을 받고 팔아 8조원 이상의 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이 후보의 주장인데 8억㎥를 캐내어 팔 수 있다는 것도 과장이지만 2006년 우리나라의 모래 수요가 1억㎥에 불과한데 골재값 폭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재반박] "취수원 이전·이중수로, 어떻게?"... "저격수 표현 사과하라"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캠프 측은 어제(30일)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 의원이 밝힌 ▲취수원 이전 ▲이중수로 건설 입장에 대해서도 재차 공세를 폈다.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이명박 후보는 1차 정책토론회 때 운하를 건설하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했는데 이제 와서 취수원을 이전하겠다고 하는 건 자기 모순"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구체적으로 취수원을 어디로 할 건지, 비용은 얼마나 예상하는지도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중수로와 관련해서도 "명확한 건설 구간과 소요 예산, 재원 조달 방법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명박 캠프측 박형준 대변인을 향해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두 의원의 공개 질의를 두고 "저격수들의 정치공세"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다.

이혜훈 의원은 "대선 예비후보가 국민을 상대로 한 핵심공약의 의문점에 답하라는 건 국민의 권리"라며 "그 권리를 대변한 질의를 두고 인격을 매도하는 저급한 표현을 쓴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캠프의 경부운하 공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두 의원은 "당연히 필요한 정책검증의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10회는 할 만큼 질의할 게 많다"고 장담했다.

태그:#한반도 대운하, #경부운하, #이명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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