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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금세기 최대의 인공건조물인 중국 싼샤댐이 완공 1주년을 맞았다. 중국에서 가장 긴 양쯔강의 중상류 충칭시와 후베이성에 걸쳐있는 취탕샤·우샤·시링샤 등 싼샤(三峽)를 잇는 싼샤댐은 높이 185m, 길이 2309m, 너비 15m에 최대 저수량 390억톤, 1일 발전량 예상치 1820만㎾(연간 847억㎾)에 달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23~30일, 5월 16~19일 2차례에 걸쳐 충칭부터 싼샤댐 수몰지역 전역, 후베이성 이창 및 우한 등지를 현지 취재한 르포 4편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 14대의 발전기가 설치된 싼샤댐 좌측부. 싼샤댐은 2009년까지 총 24대의 발전기가 설치돼 1일 1820만㎾, 연간 847억㎾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 모종혁

지난달 26일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 싼샤댐은 짙은 안개가 휘감고 있었다. 기자가 싼샤댐을 찾은 그날 싼샤 수몰지에서는 오랜만에 대지를 적셔주는 빗방울이 날리고 있었다.

최근 싼샤댐의 수위는 목표 수위인 156m보다 3~4m 낮은 상태. 싼샤댐을 관리하는 창장(長江)싼샤공정개발총공사는 수위를 낮추면서 댐의 담수를 하류로 계속 내려보내고 있다. 올해 들어 양쯔강 중하류가 130년 이래 최악의 물 부족현상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의 수량을 자랑하는 양쯔강에 물이 부족하다니,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현실이다.

3월 2일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양쯔강이 최악의 물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양쯔강 상류의 대형 댐들이 갈수기 동안 목표량에 맞춘 담수에 들어가면서 중하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작년 양쯔강 일대에서 발생한 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180억 위안(한화 약 2조16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30년 동안 양쯔강을 누빈 한 여객선 선장의 말을 인용, "지난 수년 동안 양쯔강이 메말라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양쯔강 하류의 우후(芜湖)는 역사상 가장 낮은 0.6m의 저수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8일 기자가 찾은 충칭(重慶)시 자링(嘉陵)강도 무려 바닥의 3분의 2가 모습을 드러냈다. 극심한 가뭄으로 자링강을 오가는 선박들은 운항을 멈춘 상태이고 충칭시 전역에서 160만명의 시민과 100만 마리의 가축이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왕스핑 양쯔강 상류 수문예보센터 부주임은 "자링강 북온천수문소의 수위는 1939년 수문소를 건설한 이래 최저치"라며 "작년부터 지속된 가뭄으로 강수량이 줄어들고 양쯔강 상류에 건설 및 수리 중인 100여개의 댐에서 발전을 위해 물을 저장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충칭은 100년 이래 최악의 가뭄 피해를 겪었다. 올해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아 4월부터 35도에 가까운 이상 고온과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충칭시 당국은 2월 20일부터 양쯔강과 자링강 일부 구간의 수위가 영수위(零水位, 충칭의 영수위는 해발 160m) 아래로 내려감에 따라 대형 선박의 운항을 중지시켰다.

3월 5일에는 자링강 상유에 있는 모든 수력발전소의 저수와 발전을 금지했다. 4월 1일에는 우박과 벼락 등 기상이변이 발생해, 길 가던 여중생 1명이 숨지는 등 총 13명이 죽고 7명이 다치기도 했다.

▲ 휑하니 강바닥을 드러낸 양쯔강의 지류 자링(嘉陵)강. 자링강을 오가던 선박들은 올해 2월부터 운항이 금지됐다.
ⓒ 모종혁

▲ 자링강의 수위는 2m에도 못 미친다. 양쯔강 4대 지류 중 하나였던 자링강의 수량은 일개 하천보다 못하다.
ⓒ 모종혁

고온·가뭄 등 기상기후로 양쯔강이 메말라간다

충칭시와 인접한 쓰촨(四川)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3월 30일 <화서도시보>(華西都市報)는 "쓰촨성 당 서기인 두칭린이 '물이 기름만큼 귀하다'면서 가뭄이 그칠 때까지 차를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본래 쓰촨은 중국에서도 강이 많아 물이 풍부하고 비옥한 땅으로 이름난 곳이다. 그러나 쓰촨성의 동남부 일부 지역은 올해 들어 최악의 가뭄 피해로 대부분의 저수지가 말라붙었고 바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쓰촨성 재난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겨울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면적이 833만무(1무는 667㎡)에 달하고 있으며 152만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 <화서도시보>는 "가뭄으로 모를 심을 수 없는 논이 500만무에 달한다"면서 "중국 공산혁명의 주역인 천이 장군의 고향 러즈(樂至)현에서는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민들이 새끼 돼지를 모두 팔아버리고 약초를 캐면서 생계를 잇고 있다"고 보도했다.

쓰촨은 중국에서 중요한 식량기지다. 중국에 생산되는 곡물의 7분의 1이 쓰촨성에서 나오고 있으며, 돼지고기 생산량도 중국 1위로 전 세계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양쯔강 상류지역에 건설되는 싼샤댐을 비롯해 100여개나 되는 댐은 예기치 않은 상황을 낳고 있다. 충칭, 쓰촨 등지에서 고온·가뭄 등 이상기후를 불러오고 있고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양쯔강 황금뱃길'에 큰 차질을 주고 있다.

작년 11월 21일 중국 교통부는 상하이, 장쑤(江蘇), 안후이(安徽), 장시(江西), 후베이, 후난(湖南), 충칭, 쓰촨, 윈난(雲南) 등 9개 직할시·성과 회의를 열어 오는 2010년까지 모두 150억 위안(한화 약 1조8천억원)을 투입해 양쯔강을 '황금뱃길'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예부터 중국에선 운하 건설이 경제발전의 화두로 돼왔다. 1400년 전 수나라 때 건설된 베이징에서 항저우(杭州) 간 총 길이 1794㎞의 대운하는 중국 남부와 북부의 교통을 연결해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에 큰 보탬이 됐다. 그러나 무리하게 대운하 건설을 추진했던 수나라 왕조는 막대한 건설비용과 강제 동원된 민중의 반발로 단명했다.

중국 정부는 동부 연해 지방에 비해 낙후한 중서부 지역 개발과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의욕적으로 양쯔강 황금뱃길을 추진하고 있다. 교통부의 한 고위관리는 "운하와 뱃길 건설엔 토지 점유 면적이 적고 에너지 소모가 낮으며 비용도 저렴한 장점이 있다"면서 "황금뱃길이 뚫리면 최대 적재량 1만톤의 선박 운항이 가능해져 현재 10억톤 안팎인 양쯔강 물동량이 앞으로 수십억톤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양쯔강 유역에 건설되거나 수리되는 대형 댐과 수력발전소 분포도.
ⓒ 중국 국가전력정보넷

▲ 남수북조 동북, 중부, 서부 3개 노선도.
ⓒ 중국 국가전력정보넷

머나먼 물류혁명의 장밋빛 '양쯔강 황금뱃길'

양쯔강의 허리에 있는 싼샤댐을 이용해 황금뱃길을 완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야심은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남방도시보>는 "작년 9월 싼샤댐 수위를 135m에서 156m로 올리는 담수 작업이 시작되면서 이틀 만에 이창의 수위는 2.8m에서 1.9m로, 우한(武漢)의 수위는 5.9m에서 5.3m로 낮아졌다"면서 "싼샤댐의 영향으로 양쯔강 중하류는 예년보다 두 달이나 앞서 갈수기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완따빈 양쯔강항도국 부처장은 "싼샤댐은 발전을 위해 일정한 저수량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양쯔강의 수위가 낮아지고 선박의 운항에 큰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고 조심스레 주장했다.

지난 15일에는 강력한 바람이 싼샤댐을 엄습해, 선박 운항로에 있던 수십 척의 배가 오도 가도 못한 채 16시간 이상 갇혀 있어야만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03년 6월 135m로 수위를 올린 후 강한 바람이 빈발하고 있다"면서 "시도 때도 없이 부는 6급 이상의 강풍은 싼샤 운항로의 안전에 큰 위험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우젠우 싼샤댐운항관리국 운항안전처장은 "(강풍은) 싼샤댐의 수위 상승 이후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라며 "강풍이 언제 어디에서 오고 어느 계절에 심하고 어느 계절에는 없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양쯔강의 물길을 수천 리 떨어진 북부지방으로 돌리려는 남수북조(南水北調) 프로젝트는 물 부족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중국 북부지방은 낮은 강수량으로 오랫동안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양쯔강의 물을 수로와 파이프를 통해 북부로 운송하는 남수북조를 추진해 왔다.

남수북조는 동부·중부·서부 3개 노선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돼 있다. 양쯔강 중류인 후베이성 단장커우(丹江口)와 싼샤댐 등 중부노선에서 흘려보내는 강물은 허난(河南)·산시(山西)·허베이(河北)을 거쳐 베이징에 이르게 된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회의석상에서 순한밍 남수북조건설위원회 수석엔지니어는 "2008년 올림픽 이전에 베이징 사람들이 양쯔강의 물을 마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 물류혁명의 꿈을 안고 건설된 충칭 춘탄(寸灘)컨테이너터미널. 싼샤댐 건설로 양쯔강의 수량이 불안정해 황금뱃길의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 모종혁

<남방도시보>는 "남수북조 중부노선이 완공되면 싼샤댐과 우한 구간만 하더라도 매년 130억㎥의 물을 북부지역으로 보낼 수 있다"면서 "남수북조 프로젝트가 앞으로 양쯔강의 수자원을 더욱 고갈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싼샤댐(의 기능)은 본래 홍수 예방과 더불어 일정한 수량과 수위를 유지함으로써 수운 발전에 공헌을 하는 것이었다"면서 "(싼샤댐으로 인해) 양쯔강에서 갈수기의 조절 능력이 갈수록 상실되면서 홍수의 위험보다는 양쯔강의 물 부족 현상이 더 큰 골칫거리로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쯔강 상류의 진사강(金沙江)에서 내려오는 진흙과 싼샤 수몰지 곳곳에서 떨어지는 모래도 싼샤댐의 수위 상승을 허사로 만들고 있다. 양쯔강 상류에서는 해마다 수억톤의 진흙이 흘려내려 오는데, 이것이 양쯔강 밑에 퇴적되면서 싼샤댐에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4월 판샤오(여) 쓰촨성지리연구센터 연구원은 "싼샤댐 일대에 쌓이는 토사로 20년 이내에 선박 운행이 위협받고 전력 발전에도 큰 장애가 생길 것"이라며 "본래 싼샤댐은 양쯔강 상류의 수심을 깊게 하고 강폭을 넓게 해 대형선박의 운항을 가능케 하는 것이었는데 이런 기대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왕훙쥐 충칭시장도 "싼샤댐 저수지의 진흙과 모래 침적이 선박 운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고 인정했다.

▲ 우한 제일교 밑을 지나는 컨테이너 화물선. 싼샤댐 건설로 최대 적재량 1만톤의 선박이 충칭까지 입항할 수 있으리라 여겨졌지만 작년엔 단 한 차례만 입항했을 뿐이다.
ⓒ 모종혁

막대한 전력 생산의 환상, 공허한 구호로 그치다

양쯔강의 수량이 줄어들면서 싼샤댐을 통해 막대한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중국은 해마다 10% 이상의 경제발전을 기록하면서 전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싼샤댐은 이런 고질적인 전력난을 타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졌다.

싼샤댐은 2009년까지 총 24대의 발전기가 설치돼 1일 1820만㎾, 연간 847억㎾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 14일자로 싼샤댐은 2003년 7월 전력 생산을 시작한 이래 1600억㎾의 전력을 생산했다. 17일 <신화통신>은 "싼샤댐에서 현재 발전 가능한 14개 발전기 가운데 9대만 가동되고 있다"면서 "나머지 5대는 양쯔강 수량이 부족해 작업을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방도시보>는 현 상황이 '진퇴양난'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2월말 현재 싼샤댐에선 하루 980만㎾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지만 양쯔강 수량이 적어 386만㎾만 생산하고 있다"면서 "양쯔강 중하류의 물 부족 현상과 대형선박의 운항 문제를 타개하려면 목표치인 156m의 댐 수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싼샤댐의 전력 생산은 목표치보다 훨씬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이창에서 만난 싼샤대학의 한 교수도 "싼샤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후베이성 혼자 소비하기도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하루 전력 생산량 1820만㎾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싼샤댐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충칭은 싼샤댐 발전의 혜택을 전혀 못 받는 점이다.

2000년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싼샤댐 전력분배방안에 따라 10개 직할시·성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당시 충칭시 정부는 전력 공급에 여유가 있고 싼샤댐 전력의 공급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싼샤댐 전력을 사지 않기로 했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2002년 겨울부터 충칭시엔 전력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충칭시는 중앙정부에 분배방안 조정을 요청해 생산된 전력을 일부 공급받고 있긴 하지만 각 성시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전력 분배에 관한 확언을 듣지 못하고 있다.

충칭시는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싼샤댐의 전력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셈이다.

오랫동안 싼샤댐 건설을 반대하고 그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했던 중국의 한 노지식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 최대의 싼샤댐은 국가의 위신을 높여주고 해마다 막대한 전력을 생산해 주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홍수 예방은 여전히 의문이고 황금뱃길을 만드는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우려했던 기후와 지질 변화는 예상보다 빨리 닥쳐왔다. 140만 이주민들은 눈물과 한을 삼긴 채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미 건설된 댐을 돌이킬 수는 없다.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서 싼샤댐으로 인해 앞으로 닥쳐올 재앙을 줄이도록 나서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조금이나마 후손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자연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 경제 발전에 대한 환상, 그 결과로 건설된 세계 최대의 수리시설 싼샤댐. 오늘도 화려한 수사와 장밋빛 환상 속에 가려진 채 싼샤댐이 가져다 줄 부작용은 커져만 가고 있다.

▲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으로 분주한 이창의 밤거리. 현재 싼샤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후베이성 전역에 공급하기도 부족한 실정이다.
ⓒ 모종혁

태그:#싼샤댐, #양쯔강, #남수북조, #이상기후, #황금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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