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발표를 듣고 일어선 배우 전도연씨. 이창동 감독이 옆에서 격려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믿기지 않는다. 굉장히 훌륭한 작품에 열연한 배우가 많다고 들었다. 내게 그 여배우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설 자격과 영광을 준 칸 영화제와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일을 이창동 감독이 가능하게 했다. 송강호씨…. 강호 오빠때문에 신애가 완전해져 감사한다. 믿을 수 없다…."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마지막 날 시상식장에 선 배우 전도연은 말했다. 저녁 7시 30분에 막을 연 시상식이 30분여 지난 8시경 심사위원장 스티븐 프리어즈가의 입에서 전도연의 이름이 불리자 전도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웃음만 지었다.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일, 이창동 감독이 가능하게 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이창동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미소로 전도연을 품에 꼭 안아 진정시켰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프랑스의 배우 알랭 들롱이 상을 전달하자 몇 차례 "아…" 하는 짧은 신음소리만 되풀이할 만큼 전도연은 믿을 수 없어 했다.

전도연은 그러나 마이크 앞에 서자마자 '봉수아'라고 인사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전도연의 수상 소감에서 송강호의 이름이 불리자 파안대소한 송강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어 관객에 인사하기도 했다.

"<밀양>을 환영해준 칸의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잠시 말을 끊은 전도연의 인사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소감을 마친 전도연의 어깨를 두 팔로 감싼 들롱은 볼에 입맞춤을 하는 것으로 '세계의 여배우'를 향한 경외를 표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나란히 기념촬영을 마쳤다.

기념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시상식을 생중계한 프랑스의 유료 인기채널 <카날 플뤼스>의 내레이터는 전도연을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배우'로 소개하며 김기덕 감독의 <숨>과 함께 올해 칸 영화제에 두 편의 영화를 경쟁부문에 올린 한국영화의 저력은 "한국 정부의 역동적인 지원제도에서 나온 것"이라 부연설명했다.

내레이터가 지적한 '지원제도'는 물론 지난 4월 초 체결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선결조건으로 '박살난' 스크린쿼터 제도였다.

"최우수 여우주연상? 너와 같은 나라에서 온 배우"

▲ 칸 여우주연상 수상 직후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 전도연씨.
ⓒ AP 연합뉴스
최우수 여우주연상 시상에 나선 알랭 들롱은 수상자 호명에 앞서 25년 전 세상을 떠난 배우 로미 슈나이더를 위해 관객들에게 25초간의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우렁찬 박수소리가 잦아들 무렵 들롱은 다시 제인 폰다, 잔 모로, 나탈리 바이 등 전세계 영화역사에 이름을 새긴 여배우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늘 저녁' 수상할 여배우에게 이들의 영광을 기원하기도 했다. '오늘 저녁'의 여배우는 전도연이었던 것이다.

이날 시상식 마지막에서 세 번째 수상의 주인공이었던 전도연은 60주년 특별상을 수상한 칸 영화제의 단골손님 구스 반 산트, 그리고 대망의 황금종려상의 주인공 크리스티안 문기우 감독이 차례로 단상을 지나간 뒤 모든 수상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무대로 나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관객의 박수소리를 음미했다. 인어를 연상시키는 은빛 드레스 차림의 전도연은 관객의 박수 속에서 아름다웠다.

시상식 당일 오후 프랑스 일간지 기자들을 중심으로 수상 작품에 대한 정보를 물어봤다. 이들은 "최우수 여우주연상이 누구라는 건 안다"며 "너와 같은 나라에서 온 배우"라고 하나같이 대답했다. 나머지 수상작품은 알 수가 없다는 대답도 한결 같았다. 전도연은 그만큼 확실한 연기를 보여줬던 걸까.

지난 24일 <밀양>이 공식 공개된 뒤 프랑스의 무료신문 <메트로>, 미국의 <뉴욕타임즈>도 전도연의 수상을 장담한 바 있다. 이변은 없었다. 전도연은 전세계의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상을 품에 안았다.

이로써 <밀양>은 지난 2002년 감독상에 빛나는 <취화선(임권택)>, 2004년 심사위원대상의 <올드보이(박찬욱)>에 이어 칸 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세 번째 우리영화가 됐다. 칸에서 여우주연상은 전도연이 처음이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 여배우가 여우주연상을 탄 것은 전도연이 두 번째로 <씨받이(1987, 임권택)>의 강수연이 베니스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이후 20년 만이다.

"한국의 영화 저력은 역동적 지원제도에서"

좋은 영화가 좋은 배우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좋은 배우가 없다면 좋은 영화도 불가능하다. 이날 저녁 '좋은 영화' <밀양>을 통해 전도연은 세계적 배우로 다시 태어났다. 바꿔 말해 전도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뛰어난' 영화 <밀양>은 칸에서 재탄생했다.
2007-05-28 09:0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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