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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작피곤녀에 관한 노컷뉴스 20일자 보도.
ⓒ 노컷뉴스
지난달 19일 <노컷뉴스>가 보도한 기사 한 건이 네티즌의 폭발적인 분노를 불러왔다. "경찰 늑장대응 때문에 20대 여성 집단 성폭행"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는 경찰의 신속하지 못한 사건 처리로 괴한들에게 납치된 20대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보도가 나가자 네티즌들은 경찰에 비난을 퍼부었다. <노컷뉴스> 영상에 등장한 여성경찰관은 '동작 피곤녀'로 인권유린을 당했고 폭주하는 항의전화로 동작경찰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 됐다. 각 신문·방송사도 앞다퉈 <노컷뉴스>를 인용보도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결국 홍영기 서울청장과 박진규 동작경찰서장은 "무조건 잘못했다"고 머리를 숙여야만 했다.

하지만 4월 초, 동작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노컷뉴스>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터무니없는 '짜깁기 보도'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이유다. 경찰서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나서 사과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음에도 해당 경찰관은 '나홀로 투쟁'을 시작했다. 언론과 네티즌을 뒤흔든 '동작피곤녀 사건'에는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노컷뉴스 "신고인에 호통"-신고자 이씨 "호통친 일 없었다"

<노컷뉴스>가 보도한 '늑장대응'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3월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표 참조). '납치 성폭행 피해자'로 언론에 보도된 최아무개(20·가명)씨는 13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술에 취한 채 친구 이아무개(20)씨 집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씨는 최씨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최씨는 길 앞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남자 2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이씨가 잠깐 집에 들어갔다 나온 사이 최씨는 골목길에서 사라졌다.

친구 이씨는 다른 친구와 함께 백방으로 최씨를 찾아다녔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다음날 새벽 최씨의 집에 연락해 아버지와 함께 동작경찰서로 납치 신고를 하러 들어왔다. 시간은 14일 오전 1시42분. 최씨가 사라진 지 2시간이나 지난 이후다.

▲ 납치실종 사건 최씨 사건 일지
ⓒ 오마이뉴스 성주영
이씨와 아버지 최씨는 불이 켜져 있는 폭력계로 갔다가 <노컷뉴스> 기자를 만나고 "실종신고는 소년계에서 담당한다"는 안내를 받은 뒤 3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논란이 된 '늑장대응' 장면이 시작됐다.

<노컷뉴스>는 이 때 여성청소년계 당직형사인 정아무개 경사가 불을 꺼놓은 채 사무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또 뒤늦게 전화를 받고 나온 정 경사가 "왜 전화를 했느냐"며 신고인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썼다.

그러나 경찰의 주장은 다르다. 노컷뉴스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정 경사는 신고인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인 뒤 사건 내용을 파악하고 곧바로 상황실로 보고해 수색 명령을 내렸다고 말하고 있다. 또 호통을 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동작경찰서 상황실에서 각 순찰차에 수색명령을 내린 시각은 새벽 2시5분께. 신고 접수에서 수색명령까지 23분 걸린 셈이다.

'늑장대응' 사건을 최초 보도한 <노컷뉴스> 심훈 기자는 "몇 분이 걸렸나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경찰이 신고인들에게 무성의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불손한 태도를 보였고, 신고자인 부모님에게 상처를 주고 불안감을 키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해당 경찰관은 "납치 실종 신고라는 말을 듣고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하게 상황을 보고한 뒤 전 지구대에 수색 명령을 내렸다"며 "오전 6시30분까지 관내 찜질방과 고시원 등 의심 갈 만한 지역을 다 뒤지는 노력을 했는데도 늑장대응을 했다는게 맞는 말이냐"고 항변했다.

'늑장대응' 논란에 관해 당시 신고인으로 있던 친구 이아무개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신고를 거부하거나 호통을 치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 이씨는 "당직형사가 자고 있었기 때문에 10분 정도 지연된 것은 있었지만, 신고를 안 받아주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 최씨의 아버지는 "언론보도 나간 그대로다"라며 늑장대응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어 증언이 엇갈린다.

법원 '납치․성폭행 피의자' 영장 두 차례 기각... 왜?

늑장대응 보도에서 네티즌이 크게 분노한 것은 경찰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20대 여성이 '납치'돼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사건은 '실종→납치 신고→경찰 늑장대응→집단 성폭행' 순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실제 '납치'와 '집단 성폭행'이 있었느냐는 점에 대해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19일 오전 최씨 아버지로부터 건네받은 핸드폰 번호로 연락해 피의자 김아무개(24․가명)씨 등 4명을 검거했다.

특이한 것은 이들 4명에 대해 법원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였다는 점에 대한 소명 부족"을 이유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 차례나 기각했다는 점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는 납치와 집단 성폭행에 대한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납치 피해자'라던 최씨는 14일 오후 5시 혼자서 귀가했고 성폭행 사실을 신고하지 않다가 16일 밤 11시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그 사이 최씨는 이른바 '납치범'이었던 피의자 김씨와 전화통화, 문자를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납치된 후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행적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따라서 사건의 실체에 관한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작 피곤녀’ 사건은?

▲ CBS가 내보낸 동작 피곤녀 동영상 장면.

지난 3월 19일 CBS노컷뉴스 보도로 알려진 ‘동작 피곤녀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노컷뉴스는 경찰의 늑장대처로 납치된 20대 여성이 집단 성폭행 당한 뒤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가족이 범인의 연락처와 은신처를 경찰에 넘겼는데도 경찰이 검거를 차일피일 미뤘다고 썼다.

노컷뉴스 보도가 나가자 네티즌들은 들끓었다. 특히 CBS 동영상을 통해 한 여성경찰관이 “피곤해서 그럴 수 있다”고 인터뷰 한 내용이 나가자 네티즌들은 ‘동작 피곤녀’로 이름 붙여 얼굴과 신분까지 모두 공개했다. 이 때문에 ‘동작 피곤녀 사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흥분한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동작경찰서 직무유기 경찰관계자 처벌’ 청원을 벌였고 1만2000여명이 넘는 네티즌이 서명했다. 또 동작경찰서 홈페이지에도 수백건의 항의글이 올라왔다.

반발이 커지자 홍영기 서울청장은 사과와 함께 관련자 감찰조사를 지시했다. 현재 해당 경찰관들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노컷뉴스>는 첫 보도부터 집단 성폭행으로 단정지었고, 이를 경찰의 '늑장대응' 책임으로 돌려 경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노컷뉴스는 지난 3월 19일 첫 보도에서 "한밤중에 갑자기 사라진 딸이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며 아버지가 애타게 경찰서 문을 두드렸지만 경찰의 늑장대응 때문에 결국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썼다.

정 경사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실제 납치와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있었는지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 아니냐"라며 "그런데 어떻게 실체가 밝혀지기도 전에 늑장대응으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고 단정지어 보도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노컷뉴스 심 기자는 "언론윤리상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보도한다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있다"면서도 "기자가 판사도 아니고 확정판결 나올 때까지는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동작서 강력팀에서 반드시 체포하겠다는 말을 했고, 실제 피의자들이 (그날 오전) 긴급체포 됐기 때문에 집단 성폭행으로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 일선 경찰관은 "노컷뉴스가 경찰을 공격하기 좋게, 네티즌들이 분노할 만한 성폭력이라는 코드와 경찰의 늑장을 적당히 섞어 보도한 것 아니냐"며 "사건의 전후를 교묘히 짜깁기해 보도 하는게 언론의 바른 태도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언론중재위는 13일 오후 '동작피곤녀 보도'에 관한 두 번째 심리를 연다. 해당 경찰관은 정정보도문과 함께 5000만원의 손해배상금 청구도 해놓은 상태다. 언론중재위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동작피곤녀'에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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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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