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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동행-고 정서운 할머니 추모와 평화의 탑 건립·역사기행' 첫 행사가 6일 저녁 부산대 정문 앞에서 열렸다. 행사 참가자들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오마이뉴스 윤성효
"조국이 힘이 없어 끌려간 것인데, 부끄러우려면 조국이 부끄러워야지 나는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

이는 1992년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던 고 정서운(1924~2004) 할머니가 2003년 5월 경상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 '마지막 증언' 내용이다. '아름다운 동행-고 정서운 할머니 추모와 평화의 탑 건립·역사기행' 첫 행사가 6일 저녁 부산대 정문 앞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고발 고 정서운 할머니 추모위원회'와 '한국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위안부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했던 이용수(80) 할머니와 김석준 부산대 교수, 이강선 전국금융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 강동오 매암차문화박물관장 등이 참석했다.

'아름다운 동행' 행사는 앞으로 광주(5월 12일)와 서울(5월 16일), 하동(5월 26일)에서 열릴 예정이다. 추모위원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고발자인 고 정서운 할머니를 기리는 추모비인 '평화의 탑'을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 건립할 예정이다. '평화의 탑'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금한 후원금과 경상남도의 후원을 받아 만들어진다.

추모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가슴 아픈 상처를 간직한 채 66년간을 살다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이름을 통해 반전과 평화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며 "부디 이 땅에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전쟁으로 인한 슬픈 기억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간절한 마음에서 탑을 건립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일본이 계속해서 정신대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이유도 사실은, 오래 전의 일인데다 위안부로 끌려간 사실을 밝히는 할머니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에서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나 공개증언 같은 대외적인 활동을 하시는 할머니들의 존재감이 더욱 소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할머니들은 적지 않은 연세에 이르렀다. 한 분의 할머니라도 살아계실 때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와 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고 정서운 할머니는 하동에서 태어나 14살 때 주재소에 갇혀 있던 아버지를 풀어주겠다는 동네 구장의 말에 속아 위안부로 끌려갔다. 할머니는 시모노세키와 대만, 중국, 태국, 싱가포르, 사이공, 인도네시아 등을 거쳐 8년간 위안부로 있었으며, 해방 후 싱가포르 수용소에서 1년간 생활한 뒤 19467년 귀국했다.

할머니는 1991년 위안부 사실을 공개한 뒤 1995년 북경 세계여성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으며, 미국 등지에서 강연하기도 했다. 2003년 경상대에서 '정신대 할머니의 삶, 잊혀진 역사'라는 주제로 마지막 강연을 했던 할머니는 2004년 2월 26일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할머니의 유해는 하동 평사리 일대와 섬진강에 뿌려졌다. 할머니가 말년에 투병생활할 때 채수영(37)씨가 간호를 했는데, 주변에서는 이들 두 사람의 관계를 '아름다운 동행'이라 불렀다. 그래서 추모위원회는 이번에 전국을 돌며 추모행사를 열고 평화의 탑 건립행사를 벌이면서 이를 이름으로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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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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