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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열린 한미FTA반대 집회에서 경찰 관계자가 무차별적으로 집회참가자를 촬영하자, 경찰폭력 인권침해 감시단 회원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 배민

"야! 카메라 좀 숨기고 다녀. 그러다 일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25일 한미FTA 반대 집회에서 한 경찰 간부가 사복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2명에게 다그치며 한 말이다.

큰 집회 때는 수십, 수백여 대의 카메라가 현장을 기록한다. 그 중에는 방송·사진 기자도 있고, 집회에 참가한 시민도 있다. 또 짧은 머리에 모자를 쓴 청년 2~3명이 한 조가 되거나, 전문 사진가 한 명과 짧은 머리 청년이 한 조가 돼 시위자를 중심으로 촬영하는 이들이 있다. 불법시위 증거를 모으는 경찰 관계자다.

이런 경찰의 채증에 대해 인권단체에서 '불법'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날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인권단체 회원 20여명으로 구성된 '경찰폭력 인권침해 감시단'은 "경찰은 불법적인 채증을 중단하십시오, 촬영하려면 영장을 제시하십시오"라며 집회 참가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촬영하는 경찰을 막았다.

천주교인권위 활동가 조백기씨는 "집시법에 따라 집회는 허가가 아닌 신고 사항인데 경찰은 이를 자의적으로 불법이라 규정하고 집회의 자유를 막고 있다"며 "정당한 집회 과정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려면 소속과 신분을 밝히고 영장을 제시한 후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와 함께 "집시법 위반자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법원은 경찰이 불법으로 수집한 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증거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배민

이에 대해 경찰은 채증의 법적근거가 충분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청 정보국 채증 담당 김헌수씨는 집회 중 경찰 채증은 "경찰법 3조, 경찰관 직무집행법, 채증활동규칙 등에 근거해 적법하게 치안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라며 불법채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대규모 집회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증거로 채택하기 위한 일"이라며 "경찰은 원칙적으로 불법집회에서만 채증 활동을 하지만, 합법집회에서는 집회의 성격을 고려해 불법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채증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인권감시단으로 집회에 참가한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경찰 채증이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위대를 자극할 요소가 있고 단순 참가자들의 초상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서는 사복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찍자, 이를 막으려는 집회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 카메라가 망가지는 일도 발생했다.

김형완 국가인권위원회 침해총괄팀장은 "아직 경찰 채증에 대한 피해사례가 접수된 적은 없다"며 "이에 대한 진정이 들어오면 국가인권위 차원에서 조사하겠지만 구체적인 인권 피해를 찾아내기가 어려워 판단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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