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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1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감독관이 시험지를 배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어지럽다. 신문을 볼수록 더 헷갈린다. 최근 고려대가 내년 대학입시에서 수능 선발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한 데 따라 불거진 2008학년도 대입시 전형을 다루는 신문들의 기사 내용이 그렇다.

오늘(19일) <한겨레>는 뒤늦게 주요 사립대(7개대)가 수능 위주 전형을 평균 81%나 늘렸다고 기사 제목을 뽑았다. 반면에 <한국일보>의 기사 제목은 <한겨레>와는 반대다. "상위권대 중심 정원 6% 수능위주 선발"이지만 전국대학 전체적으로는 "29%를 내신위주"로 뽑는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서울대는 '트라이앵글(학생부+수능+논술)' 전형을 유지하되, 7개 사립대는 '수능위주', 지방 국립대는 '내신강화'"라고 평가했다. 지난 주 수능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던 <경향신문>은 "'내신반영 확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또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도대체 어떤 게 맞는 것인가? 한 신문의 제목처럼 헷갈리는 대학 입시 전형 때문에 학교현장이 '우왕좌왕' 한다지만 실은 신문들의 '대학입시 보도'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꼴이다. 꼭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보도 아닌가 싶다.

'우왕좌왕' 하는 대학입시 언론보도

신문들의 기사 하나씩을 뜯어보면 그 자체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잠시만 뒤집어 보면 '꼭 맞는 말'은 아니다. 하나씩만 뜯어보자.

오늘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한겨레> 기사다. 7개 주요 사립대학에서 수능으로만 뽑는 숫자가 81%나 늘었다니, 이 기사만 놓고 보면 이들 대학의 입학전형이 온통 '수능' 쪽으로 줄을 선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그런가?

<한겨레>는 그 근거로 상위 사립대 7곳에서 '수능'으로만 뽑는 인원이 올해(<한겨레>에서는 지난해라고 표현) 2854명에서 내년(한겨레는 올해) 5178명으로 늘었다는 점을 든다. 거기에 이 같은 집계는 '정시 모집'에 한정된 것이어서 수시 모집의 '수능 위주 선발'까지를 합하면 수능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한겨레>의 이런 분석에는 '함정'이 있다. 올해 수능 위주 선발이 한 명도 없었던 고려대가 무려 1199명을 수능으로 뽑기로 한 것을 더해 평균해 계산했기 때문이다. 고려대를 제외한 6개 사립대학의 수능 위주 선발 인원(3879명) 증가율은 39.4%이다.

더구나 이렇게 계산한다면 학생부 위주로 뽑는 인원은 '무한대'로 늘어났다고 보도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난해 수시에서 학생부로만 뽑은 인원은 한 명도 없었는데(혹은 집계 자체가 잡히지 않았는데) 올해는 1971명(<한겨레> 통계)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학생부 위주로 뽑는 인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된 만큼 나머지 6개 사립대학만 비교해 보면 수능 위주로 뽑는 인원이 늘어난 것(1025명) 보다 많은 수치다. 그만큼 내신 위주의 전형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의 보도

@BRI@이에 대해서는 <경향신문>이 이의를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주 기사(3월 16일자 1면 머리기사 '대입 내신 중심 정책에 대학들 수능비중 확대 어깃장/수험생들만 날벼락)와는 달리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내신 반영 비중을 늘린 전형을 확대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내신 실질 반영률을 공개하지 않아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대학들이 내신 반영 비중이 50% 이상인 '내신 위주' 전형을 2008학년도에 크게 늘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학들이 내신 실질 반영률을 공개하지 않는 한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신 실질 반영률은 크게 기준점수와 과목별 가중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내신 반영점수를 100이라고 했을 때 기본 점수를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실질 반영비율이 달라진다. 또 과목별 가중치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서도 역시 실질 반영률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경향신문>의 지적은 옳다.

하지만 수능 반영 비율 역시 동일한 기준과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했다. 수능과 내신은 올해부터 동일하게 '9등급'으로만 그 점수가 제공된다. 올해까지 수우미양가로 나눠 제공됐던 내신 점수가 9등급으로 제공되고, 수능 점수 역시 올해부터는 9등급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결국 수능이나 내신이나 기본점수를 얼마나 부여할 것이며, 또 과목별 가중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각기 반영 비중이 다르게 된다. 정확한 내용은 수능이나 내신이나 각 대학의 구체적 반영 비중을 보고 판단할 일이다.

<경향신문>의 지적처럼 "주요 대학들이 내신 정석을 반영할 때 기본점수를 많이 줘서 실질 반영률을 낮추는 경우가 많아 이들 대학의 내신 위주 전형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

대다수 신문들이 대입시 전형 보도에서 놓친 한 가지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기사가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더 유용할 듯싶다.

<중앙일보>는 "서울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학생부와 수능·논술을 골고루 반영하는 '트라이앵글 전형'을 유지하고, 일부 주요 사립대는 '수능위주'로 가지만 서강대나 한양대는 오히려 수능위주 선발 비중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상당수 국립대는 내신 반영 비율을 (오히려) 높이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볼 때 "전국(모든 대학의) 모집인원 34만3000여 명 가운데 학생부 성적 위주로 선발되는 인원은 29%(9만 9천여 명) 정도"된다.

<한국일보>의 전국 대입 전형 선발인원 표와 기사는 내년 대입시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 데 보다 일목요연하다. 고교 내신을 80% 이상, 또는 100% 반영해 뽑는 학생부 위주 전형이 전체의 28.9%이며, 학생부와 서류전형, 혹은 면접·논술로 뽑는 비율도 21.25%다. 학생부 위주가 전체의 50%가 넘는다.

어떻게 보더라도 복잡한 방정식이다. 그 경향에 대한 분석과 해석은 보는 시각에 따라, 또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읽는 데에는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보다는 <중앙일보>나 <한국일보>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무엇보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를 포함해 대다수 신문들은 내년 대입시 전형에서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 주요 사립대학들이 '수능' 비중을 높였다는 점에 주목했지만, 이것이 올해 큰 논란이 된 '통합논술'을 줄이고, 대신 채택한 전형 방식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대학입시'에도 전문기자가 필요하다

사실 수능 또한 고교 교육 정상화를 주요 목표로 한 국가고시 아니던가? 그동안 수능 시험 문제 출제 경향에 따라 그 유용성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게 사실이다. 교육당국은 가급적 수능시험 문제도 고교 교육 정상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출제하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학교 공부를 잘 하면 수능 점수도 잘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또 한편으로 수능시험이 학교 교육의 질과 내용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수능'을 굳이 '내신'과 아주 동떨어진 별도의 시험이라는 식으로만 바라볼 일도 아니다.

더구나 내신과 수능, 거기에 다양한 전형요소를 추가해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선택권을, 대학에는 다채로운 선발권을 부여한다면 이 역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과 일부 사립대학들의 '엇나간 행보'가 있을지언정 전체적인 방향은 그래도 긍정적인 측면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문마다 엇갈리고 있는 대입 전형 보도는 다양화되고 있는 전형 방식에 대해 신문들이 너무 '단순한 잣대'로 평가하려다 보니 나온 결과일 수도 있겠다. 이제는 대학입시를 다루는 데에서도 '전문기자'가 필요한 시대다.

참고로 서울대의 내년 대입 전형 기본 틀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서울대는 지난해 전체 정원의 3분의 1을 지역균형선발 방식으로, 또 3분의 1은 특기 전형으로, 그리고 3분의 1은 정시 모집으로 선발했다. 지역균형선발은 전적으로 학생부(내신)로, 특기전형은 학생부와 기타 서류전형으로, 그리고 정시모집 3분의 1은 수능점수로 모집정원의 3배수를 뽑은 다음 학생부 50, 논술 30, 면접 20의 비중으로 선발했다.

이 역시 언론에서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균형 잡힌 트라이앵글'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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