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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 허환주
"집의 서까래가 부셔져 수리할 사람을 불렀다면 그 수리한 사람은 서까래를 다 고친 다음에는 원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다른 사람에게 집을 줘서는 안된다." - 원고측 변호인

"학교를 자꾸 개인의 사유화로 주장하지만 그렇게 소유를 주장할 바에는 차라리 영리목적의 학원을 만드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학교는 개인 소유의 것이 아닌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피고측 변호인


사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단순히 개인의 사적재산으로 사학의 존재를 파악해야 할지, 아니면 공교육기관으로서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의미를 넓게 생각해야 할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상지대 사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상지대 전 이사장 김문기씨 등이 '임시이사들의 정이사 선정은 부당하다'며 학교측을 상대로 낸 '이사회결의무효청구소송'이 진행중에 있기 때문이다.

김문기 전 이사장은 1994년 부정입학 혐의로 1년 6개월 선고를 받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상지대는 임시이사체제로 2002년까지 운영되다가 2003년 상지대 임시이사회에서는 변형윤 등 9명의 정이사를 선임, 정이사체제를 출발시켰다. 하지만 김문기 전 이사장은 임시이사가 설립자의 허락도 없이 다른 이에게 학교를 넘겼다며 법원에 '임시이사회의 정이사 선임결의무효확인 청구'와 '이사장 직무 집행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대법원에서는 오는 4월, 이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재판부에서는 사안이 우리 사회의 주된 관심사라 인식했다. 이에 대법원의 최종 결정 이전에 여론 수렴 내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5일 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상지대 교수, 직원,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원고측 김문기 전 이사장 변호사와 피고측 상지대학교 변호사 간 여러 쟁점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오고갔다.

[쟁점①]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할 수 있나

공개변론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였다. 상지대의 현재 이사회는 교육부에서 파견된 임시이사들이 선임했기 때문이다.

원고인 김문기 전 이사장측 대리인 김동건 변호사는 "정이사 선임은 임시이사나 교육부장관이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설립자와 협의를 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설립자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것. 대리인측은 "정이사를 선임하는 것에 있어 본인들끼리 독단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설립자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설립자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임시이사회의 결정은 아무 권한이 없다는 것.

또한 "임시이사의 파견 사유가 사라지면 원래 이사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라며 "임시이사의 역할에 이러한 것은 잠재적으로 녹아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측 상지대학교 대리인 최병모 변호사는 "임시이사는 학교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만약 정이사체제가 조속한 학교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정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임시이사의 최종적 임무는 학교 소요사태를 마무리하는 것이고 이것의 종착점은 정이사 선임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개정된 사학법에는 정이사 선정의 경우 재단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되어있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임시이사 역시 정이사와 같은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현재 상지대의 경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하는 것에 대해 실정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 상지대 전경.
ⓒ 상지대학교

[쟁점②] 임시이사가 아니면 정이사를 누가 선정해야 하는가

만약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하지 못 한다면, 누가 정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한 각 대리인들의 주장도 치열하게 오고 갔다.

원고측 대리인 김동건 변호사는 이해관계인들의 협의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장관이나 임시이사에 의해 정이사가 선임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설립자가 포함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협의해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피고측은 원고측이 '학교는 내 것이다. 내 재산이다'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피고측 대리인은 "학생과 교수가 가장 큰 이해관계자들인데 이들이 과연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라며 "아직도 학교가 자기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재산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피고측 대리인은 또한 "정이사가 후임이사를 잘못해 학교가 또다시 소요를 겪게 된다면 교육부에서는 다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설립자가 포함된 협의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쟁점③] 사학은 개인의 소유인가, 공적 재산인가

이날 공개변론은 사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피고, 원고측의 설전도 오고갔다. 사학을 개인의 소유로 판단해야 할지, 아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익재산으로 파악해야 할지에 대해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피고측 최병모 변호사는 사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법인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닐 뿐더러 이것은 어느 특정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 전 스스로 사직한 사람이 학교가 정상화 되었다고 다시 학교를 찾겠다고 하는 것은 학교를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고측은 이러한 피고측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원고측 대리인은 "사립학교가 공적 재산화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논리로는 남의 재산을 가지고 공공기관화 한다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리인측은 또한 "공공성이란 이유로 임시이사라는 특이한 법을 통해 자유, 소유권을 경시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라며 이번 사태를 전대미문의 헌법파괴행위라고 평가했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날 공개변론은 시작 전에 방청권이 동이나 공개변론을 듣지도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도 상당했다. 또한 변론이 진행된 대법정은 많은 인파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 중에는 상지대 구성원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그들은 이날 진행된 변론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상지대 학생인 곽희원(26)씨는 한마디로 '어이없다'라고 방청소감을 밝혔다. 그는 "설립자가 학교를 위해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원고측에서 주장한 점이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학생과 상지구성원을 '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절대 돌아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상지대 교수들은 이번 변론을 어떻게 보았을까. 박병섭 상지대 부총장은 원고측의 변론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부총장은 "그들은 논리가 되지 않으니깐 개인의 소유권 등을 들며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쟁점화 하려고 한다"고 원고측 주장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대만이나 일본의 경우도 사학비리를 일으킨 자는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학같은 공공성이 있는 곳에서는 이러한 것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지대, 어떤 길을 걸어왔나
2003년 정이사 체제로 전환, 이후 김문기 씨 소송 제기해

상지대는 1962년 원흥묵씨가 만든 재단법인 청암학원으로 시작했다. 이후 1973년 11월 청암학원 임시이사였던 김문기씨가 이사장으로 취임, 재단을 인수해 상지학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후 1992년 한의학과 폐지를 둘러싼 학내분규가 일어나고 1993년 3월 공금횡령과 금품수수를 통한 부정입학 등으로 김문기 이사장이 구석됐다. 이후 1993년 4월 김문기 이사장 등 이사 전원이 사표를 내고 1993년 5월 박재승 이사장 직무대행 신임이사 선임되어 교육부에 취임승인신청을 냈다.

결국 1993년 6월 김문기씨가 업무방해죄와 특가법 위반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같은달 사립학교법 제25조에 따라 교육부에서 임시이사를 파견하게 됐다. 이후 1994년 3월 대법원에서는 김문기 씨에게 1년 6개월형을 선고확정했다.

10년간의 임시이사체제 이후 상지대 임시이사회에서는 2003년 12월 변형윤, 최장집, 박원순 등 9명을 정이사로 선임해 같은달 24일 교육부 승인을 받는다. 하지만 2004년 1월 김문기씨는 '임시이사회의 정이사 선임결의 무효확인 청구'와 '이사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2004년 4월 1심이었던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는 김문기 씨가 소송한 2가지 소송을 모두 각하했다. 하지만 2006년 2월 2심에서는 '정이사 선임결의 무효확인 청구'에 승소했고 같은해 11월에 있은 '이사장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은 패소했다.

현재 '정이사 무효확인 청구 소송'은 오는 4월 중에 대법원에서 선고할 예정이다. / 허환주

태그:#상지대, #공개변론, #사태, #김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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