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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자
지난 1월 26일에 보통우편으로 보낸 책이 2월 9일까지 배달도 반송도 되지 않고 있다. 반송도 이미 끝났어야 할 날짜라면 분명 우편물 배달사고다.

'우체국 직원 말만 믿지 말고 등기로 보낼걸! 내가 너무 우체국을 믿었나?' 하는 후회도 들고, 책 한 권 보내준다고 번거롭게만 한 것 같아 책을 받을 사람에게 공연히 미안해지기도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보통우편으로 보낸 책이 열흘째 깜깜무소식

집에 있는 날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정기적으로 오는 우편물까지 잘 아는 가게에 부탁한 터라 내가 속해있는 단체의 봉투로 보내게 되었다. 단체 봉투를 써야하는 나름의 사정도 있지만 보내는 사람은 같고 거주 주소는 다른 식이라서 보낼 때 우체국 직원에게 물었다.

"제가 소속해 있는 단체인데 별도 기록 없이 이렇게 보내도 안전하게 갈 수 있을까요?"
"상관없습니다. 받는 분의 주소만 확실하면 100% 문제없이 갈 거고 만일 반송도 확실하니까요. 주소는 확실한 거죠?"


책 한 권 보통우편요금은 1900원. 우체국 직원은 1월 31일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보름 가까이 된 2월 9일까지도 책은 도착하지 않았단다.

결국 담당 집배원과 통화하게 되었다. 일반편지와 달리 큰 봉투를 터서 책을 싼 다음 귀퉁이까지 모두 테이프로 둘렀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집배원도 기억할 것 같았다. 우편물을 설명하자 집배원은 전혀 기억에 없단다. 소포 2~3개는 기억나는데 내 우편물은 전혀!

"배달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다른 우편물들과 함께 상가 우편함에 꽂았나 본데, 그걸 그 건물 다른 사람들이 가져갔나 봅니다. 그러니까 확실하게 보내려면 등기로 보냈어야지 일반우편으로 보내니까 이런 일이 생기죠. 어떻게 알아볼 방법이 없네요."

집배원 아저씨 설명대로라면 상가 우편함에 꽂았는데 엉뚱한 사람이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

집배원으로선 해당 번지 우편함에 정확히 꽂았다면 잘못은 없다. 규격봉투 우편물과 달리 책이 들어 두툼하면 분실을 염려해 직접 수취인에게 전달해주기도 한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집배원의 배려일 뿐 정해진 규칙은 아니다.

그러니까 보통우편으로도 당연히 잘 갈 거라고 믿고 등기우편으로 보내지 않은 내게 100% 잘못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잘 이해가 안 됐다. 등기우편만이 확실한 배달이 보장된다는 말은 거꾸로 보통우편은 기록이 안 남으니 분실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건가? 모든 우편물은 100% 정확히 배달하는 게 원칙 아닌가?

우편물 분실, 아무래도 아쉽다

▲ 등기와 달리 기록이 남지않는 보통우편물은 각종 도난이나 분실사고에 무방비다. 사진은 서울 한 아파트의 우편물 수취함.
ⓒ 오마이뉴스 김시연
난 전에도 집배원 실수로 책을 분실한 적도 있고 잃어버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 돌려받은 적도 있다.

그래서 '남의 우편물을 가져가는 사람이 많은가?'라고 물으니 그 집배원은 "부피가 있는 우편물을 일반우편함에 그냥 넣고 마는 경우 분실될 수 있으니 가급이면 직접 전달하라는 공지도 전달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결국 체신청이나 집배원도 지금의 보통우편제도가 문제라는 걸 알고 있다는 얘기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총 우편물량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분실이나 파손 등으로 배상한 우편물은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2001년 505억 6천 건이던 총우편물량이 2005년 477억 7천 건으로 5.5% 줄어든 반면 우편물 배상건수는 2001년 1692건에서 2005년 7206건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엔 1만건을 넘겼는데 이 가운데 소포가 97%를 차지한다고 한다.

'수취인의 손에 직접 전달한다'는 등기우편이 이 정도인데 보통우편은 오죽할까? 그나마 우체국 택배나 등기우편 배달사고는 집계라도 할 수 있지만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는 보통우편물 배달사고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뿐더러 현재로서는 전혀 구제 방법이 없다고 한다.

배달사고가 느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우편물은 줄어든 반면 택배나 소포 물량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택배 소포물량은 최근 5년 사이 3400만 건에서 9100만 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소포 1건 배달에 드는 노동강도가 일반우편물의 30배에 이른다는 것.

담당 집배원도 연말이나 명절을 앞두고 너무 많은 양이 몰릴 때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20년 넘게 집배원 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전화로 속사정을 물어보았다.

우체국 배달사고가 늘어나는 이유는

ⓒ 김현자
- 2년 전에 제가 그 덜렁대던 아저씨 때문에 책을 잃어버렸잖아요. 이번에 또 우편물을 분실했는데 집배원 실수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요즘은 어때요?
"요즘에는 중앙에서 인력관리감독을 워낙 철저히 하다보니 옛날보다 집배원 실수는 많이 줄었어요.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떻게 실수가 없겠어요."

- 요즘 우체국 택배가 많은데 일반 집배원이 택배도 겸해서 하나요?
"원래 택배 전담 직원이 있지만 택배가 워낙 많다 보니 그 사람들에게 하루 100~150개가 배정되고 나머지는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택배나 등기가 끼어 있으면 훨씬 많은 시간이 들고 힘들어요. 아무래도 우편물이 많다 보니 원치 않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 한 사람이 취급하는 우편물량은?
"나처럼 넓은 지역을 돌아야 하는 경우는 500~700건 정도지만, 고층 아파트처럼 밀집지역은 한 사람이 하루 1000~2000건까지도 소화해야 해요."

- 언제부터 우체국 택배를 함께 하였는가요?
"4년 정도 되었어요. 지금은 소포라는 개념보다는 우체국 택배가 많아요."

▲ 우체국택배는 따로 직원을 두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일반 집배원이 직접 배달하기도 한다.
ⓒ 김현자
하루에 집배원이나 우체국 택배직원이 담당하는 우편물량은 민간 택배 회사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

최근 이용한 적이 있는 한 택배회사 직원은 "나처럼 집하(택배물을 거둬들이는 것)까지 겸하는 사람은 하루에 30~50건, 집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최대 150건인데 그것도 밤늦게까지 힘들게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바쁘게 움직이면서 성의있게 배달할 수 있는 양은 100건 안쪽이라고 한다. 양이 너무 많으면 확인 전화도 어렵고 물건을 집 앞이나 계단 아래 놓고 오는 등 무성의해져 배달사고가 많다고 한다.

반면 집배원 숫자는 5년째 1만5천명 수준에 머물면서 오히려 줄고 있다. 이는 아무래도 최근 늘어나는 우편물 배달사고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반면 주변사람들은 그 공공성 때문에 일반 택배보다 우체국 택배나 소포 배달이 훨씬 안전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며칠 전까지 나도 그랬다.

220원짜리 보통우편물도 방치해선 안돼

이번 배달 사고를 계기로 집배원 아저씨, 일반택배 아저씨, 체신청 민원센터 상담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 우편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느낄 수 있었다. 우정사업본부가 민간 영역인 택배사업까지 뛰어들면서 집배원 업무만 늘려, 우편사업 본래 목적인 우편물은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

보통우편물 분실사고에 대해 "등기우편물과는 달리 기록이 전혀 남지 않아 우편물 추적도, 손해배상도 전혀 불가능하다"는 식의 답변은 "보통우편물은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 아쉬우면 더 비싼 등기우편이나 택배를 이용하라"는 식으로밖에 안 들린다. 도난이 아니라 우편물 배송과정에서 직원들의 잘못이나 실수로 분실했어도 손해는 고객인 내가 100%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이쯤에서 우정사업본부에 묻고 싶다. 일반우편에 비해 이윤이 높은 택배에 치중한 나머지 기록이 남지 않는 보통우편물은 소홀히 취급하고 있지는 않은지? 소포나 택배 물량은 느는데 정작 집배원 수를 줄이다 보니 업무가 과중하게 할당돼 배달 사고가 느는 것은 아닌지?

단 220원짜리 우표 한 장을 붙였다 하더라도 우편요금을 받은 순간 모든 우편물에 대한 책임은 우정사업본부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명절 앞두고 우편물 폭증... 배달사고도 늘어
우정사업본부 "민간위탁 늘려 집배원 업무량 최소화"

▲ 서울체신청 동서울물류센터에서 6일 우체국에 접수된 소포우편물을 배송하기 위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 서울체신청 제공
설연휴를 열흘 앞둔 8일. 전국 우체국은 비상이다. 특히 올해는 연휴가 짧은 데다 밸런타인데이까지 껴 많게는 평소 3배인 하루 100만 통의 우편물 폭주를 예상하고 있다.

비상근무체계에 들어간 우정사업본부에선 각종 최첨단 IT 기술로 배달시스템을 자동화한다고 하지만 엄청난 명절 우편물 앞엔 속수무책. 한창 바쁠 때는 집배원도 모자라 일반직원까지 직접 배달에 나선다고 한다.

명절 우편물은 대부분 부피가 큰 소포다 보니 분실이나 도난, 파손 등 배달사고가 이 시기에 크게 증가한다고 한다. 그나마 등기우편물이나 택배는 기록이 남아 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보통우편물은 이조차 불가능하다.

우정사업본부 전성무 물류기획팀장은 "보통우편물이 늦게 도착하거나 분실했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지만 근거가 남아있지 않아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등기우편과 달리 보통우편은 보편적 서비스 차원에서 가장 싸게 제공하는 것이지만 최대한 사고가 안 나게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택배업무 증가에 따른 집배원 업무 과중에 대해 전 팀장은 "소포나 등기 비중이 늘다 보면 아무래도 보통우편물은 소홀해질 수 있다"면서 "택배업무는 민간업체 아웃소싱을 늘려나가고 차량 보급과 자동처리 시스템을 늘려 집배원의 업무량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신노조 기원근 홍보국장은 "명절 소포 폭증으로 현재 집배원 인원으로 감당 못해 시간외 근무로도 모자로 대무사역을 임시로 두고 있다"면서 "집배원은 기능직공무원 성격상 인원을 독자적으로 늘리기 어려워 노조로서도 택배업무 외부 위탁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김시연

태그:#배달사고, #택배, #우체국,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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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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