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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6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자신의 외교·통일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그 동안 경제전문가 이미지 구축에 힘을 기울여온 그로서는 상대적으로 취약 분야인 외교안보 분야에 첫 발을 뗀 셈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은 대북 정책에서 한나라당 노선에 비해 다소 중도적인 색채를 보여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 전 시장은 이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자발적 개방의 길로 나간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북한 주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박 캠프는 그가 밝힌 ▲ 이념이 아닌 실리외교 ▲ 한미 동맹 강화 및 아시아 외교 확대 ▲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위한 '에너지 실크로드' 구축 ▲ 한류를 통한 문화 외교 등의 7가지 과제를 묶어 'MB 독트린'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이른바 'MB 독트린'의 핵심은 북한의 핵 폐기와 개방을 전제로 한 파격적인 경제협력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 시장은 "북핵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남북정상의 만남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 정부의 포용정책은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며 현 정부의 노선과 선을 그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좋은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긍정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는 전 세계가 인정하듯이 '장기독재자'다"라며 북한 최고실권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핵 폐기 및 개방의 대가로 북한에 파격적인 경제 지원을 시사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의원이 북한 핵 포기의 대가로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을 제안한 것에 비해 한국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캠프의 조해진 공보특보는 "북한이 결단을 내리면 단순히 식량·비료 등 소비재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나라가 70년대에 성장한 것처럼 북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게 이 전 시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의 외교안보 정책이 이회창 총재 시절의 '전략적 상호주의'와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외신 기자들이 이날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공격적인 질문들을 던졌지만 이 전 시장이 정권에 대한 비판을 자제한 것도 야당주자로서의 입지를 생각할 때 눈길을 많이 끌었다.

▲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 전 시장은 이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자발적 개방의 길로 나간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북한 주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북핵 이슈 해결 못하면 정상회담 의미 없어"

미국 CBS의 한 기자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이라크 파병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에 오지 않는 상황이 불편한 한미 관계를 반영한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 전 시장의 견해를 물었다.

이 전 시장은 이에 대해 "체니 부통령이 일본에는 오고 한국에 안 온다고 해서 한미관계가 꼭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바빠서 못 올 수도 있고, 한국에 올 일이 없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답했다. 이 전 시장으로서는 체니 부통령 건을 이용해 노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할 기회를 스스로 물리친 셈이다.

이 전 시장은 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도 "현 정권의 경제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말만 하고 더 이상의 논평을 달지 않았다.

한국 내에서 일본 우익의 입장을 대변해온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과는 이런 질문을 주고받았다.

- 노무현 정부의 대일 외교가 너무 과거사에 집착하고 수구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일 외교의 현실과 장래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나?
"물론, 한국과 일본은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21세기에는 가까운 이웃으로서 좋은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일관계가 어려워진 것에 대해 노 대통령에게만 일방적인 책임이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한국 측에서 볼 때는 역사교과서 왜곡,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등등 여러 가지 현안들에 있어서 일본의 책임이 있다."


구로다 지국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를 만나 "(그의 답변에) 만족하지 못했지만 한일관계가 워낙 미묘하기 때문에 그를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차기 주자로서) 노 대통령과 좀더 차별화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명박 캠프의 한 관계자는 "외교안보 분야에서까지 '반대를 위한 반대' 식으로 정부를 거칠게 공격하는 것은 국민들의 눈에도 보기 안 좋다. 이 전 시장은 '여의도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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