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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선이 있을 뿐 아니라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도 긴박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와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코리아연구원은 '2007 코리아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이 글은 모두 9편의 글 중 6번째로 신동면 경희대학교 교수가 '지속가능한 발전적 사회정책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썼습니다. 원문은 코리아연구원(www.knsi.org)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 신흥 부유층의 상징으로 떠오른 타워팰리스가 포이동 판자촌 지척에 들어서면서 상대적인 빈곤의 그늘이 깊어졌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I. 소득양극화의 위기

오늘날 한국사회가 당면한 사회문제로서 소득양극화를 꼽는 데 대하여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체계에서 소득의 불평등은 피할 수 없지만, 1997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사회에서 소득분배의 불균형과 함께 양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중간소득계층이 감소하며 소득분포가 양 극단으로 쏠리는 소득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BRI@소득양극화는 사회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소득의 양극화는 단기적으로 내수침체의 원인이 된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계층의 소득이 줄고 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계층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소비수요의 감소를 초래한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10분위 계층별 가계수지를 보면, 상위 소득 10분위 계층을 제외하고 전 계층에서 가계수지의 적자를 기록하여 전반적 생활상태가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강두용, 2005 「소비부진의 구조적 원인: 소득 양극화 및 분배구조 변화와 소비성향의 하락」) 최근 한국경제의 장기불황은 일시적인 경기변동이나 정책효과의 결과가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가계수지의 적자와 이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이 초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중ㆍ저위 소득층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분배구조의 개선이 없이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또한, 소득의 양극화는 인적자원을 심각하게 훼손하여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저소득층 아동은 교육비 지출수준이 낮기 때문에 인적자본 형성에서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게 되고,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실제로 2003년 현재 가구소득 최저 1분위 계층의 월평균 교육비는 8만2천원이며, 최고 10분위 계층의 교육비는 42만5000원으로 5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소득양극화는 한 사회의 생산 및 경제회복의 기반을 침식하며,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샬(Marshal)이 지적한 바와 같이, 사회구성원들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사회적 상황 즉, 국민 모두의 사회권(social rights)이 실현되었을 때 국민의 정치권(political rights)이 만개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소득의 불균형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없으며, 안정적 성장을 이룰 수 없는 경제 환경에서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사회적 안착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사회적 통합, 그리고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소득양극화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사회문제이다.

II. 소득양극화에 대처한 정부의 대응

▲ 소득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ER 지수를 보면, 지니계수와 마찬가지로 경제위기 직후 눈에 띄게 증가하였으며, 2000~2002년 사이에 현상을 유지하다 2003년 이후 다시 상승하고 있다.
ⓒ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소득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극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경제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노동시장의 개혁을 통하여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및 근로조건의 격차를 축소하고, 비정규직의 규모를 가능한 줄여야 한다. 그리고 제조업과 서비스업간, 수출산업과 내수산업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경제적 성과의 양극화 경향을 지양하고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금융제도 및 기업지배구조의 개혁을 단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보장제도의 확대 및 발전을 병행해 가야만 한다. 소득양극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저소득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소득보장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심화되어 온 양극화 문제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해 왔다고 보기 어렵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김대중 정부는 경제위기 이후 IMF 의 요구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확립한다는 명목 하에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을 추진하였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독려하였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독려된 기업의 구조조정은 대량해고를 동반하였으며, 그 결과 1998년에만 취업자수가 11만 명(전체 취업자 대비 5.3%)이 줄었다.

김대중 정부는 대량 실업과 빈곤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고 사회보험을 확대 적용함으로써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 하에서 소득의 불균형과 양극화의 문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동반성장을 주장하면서도 성장우선 논리에 휘둘리며 기업지원을 우선시 해왔고, 소득양극화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종합적인 사회ㆍ경제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지 못해 왔다. 그 결과, 2003년 참여정부의 등장이후 현재까지 소득의 불균형과 양극화 경향은 계속해서 심화되어 오고 있다. 소득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지니계수를 보면, 1997년 0.282이었던 것이 경제위기 이후 1999년 0.32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다소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가 2003년부터 다시 상승하여 2005년 0.31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소득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ER 지수를 보면, 지니계수와 마찬가지로 경제위기 직후 눈에 띄게 증가하였으며, 2000~2002년 사이에 현상을 유지하다 2003년 이후 다시 상승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2006 '소득양극화의 현황과 원인'). 특히, 2003년 이후에는 ER 지수가 지니계수보다 더 높게 증가하여 소득불균형 보다 소득양극화 현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음 보여준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회양극화 해소를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공표하였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이 정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좌파적 신자유주의'를 추구하겠다는 대통령의 고백처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정책은 오히려 신자유주의 이념에 휩쓸리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III. 사회정책의 발전 방향: 유연안정성

소득양극화를 해소할 해법은 무엇인가? 경제성장 우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극화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경제성장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소위 적하효과(trickle down effect)에 근거한 것으로 성장이 최선의 분배정책이며, 분배를 강조하는 정책은 성장을 저해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성장이 이루어지면 고용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소득분배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라는 가정에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는 경제성장이라는 목표아래 저소득층을 위한 분배정책을 약화시키고 고소득층이나 기업의 투자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분배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식ㆍ기술집약적 산업구조로의 변화, 노동생산성의 향상 등의 구조적 요인으로 인하여 ‘고용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성장이 고용의 증가와 분배구조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난망하다.

따라서 성장우선주의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우선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최근 들어서는 자본을 위한 국제본부라고 일컫는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형평성 혹은 공평한 기회가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적 요소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성장과 분배는 대립하지 않고 양립가능한 문제이며, 분배는 오히려 성장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데 한국의 복지체제는 제도적 형성기에서부터 낮은 노동비용을 통하여 비교우위를 유지하려는 기업가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발전하였다. 사회보장제도의 구성에서 낮은 수준의 기여금과 낮은 수준의 급여를 결합한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소득유지체계를 꾸리게 되었으며,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 부문에서 국가는 매우 제한된 역할만을 수행해 왔다.

그 결과, 사회복지급여 수준이 낮아서 소득보장을 위한 실질적 장치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노령연금액은 14만3259원에 그치고 있으며, 실업자를 위한 구직급여의 평균 급여액은 234만원으로 평균 6개월을 수급한다고 가정할 때 매월 받는 급여액은 40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낮은 급여 수준과 함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배제된 집단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2006년 현재,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는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54.5%에 달하며, 비정규근로자의 70% 정도는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층의 1/3만을 포괄하고 있을 뿐이다.(진보정치연구소·2006 "대안적 복지전략: 사회연대적 복지모델," <위기에서 대안으로>)

사회보장제도의 기본 틀을 재설계함에 있어서 생산체제와 복지체제의 제도적 보완성(institutional complementarity)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생산체제 내 기업의 생산전략의 변화에 부합하는 사회보장제도를 수립하여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효율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기업들은 저임금과 낮은 사회 보험료에 기초한 노동비용의 비교우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면서 생산전략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즉, 노동비용에 기초한 비교우위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이전하고자 하며, 생산시설을 국내에 유지하는 기업들은 고용의 유연화를 추구하고 기술개발을 통한 생산성 및 제품의 품질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이에 따라 사회정책 결정과정에서 기업들은 근로자의 해고를 포함한 고용관계의 유연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사회보장과 관련해서 기업들은 이전과는 달리 사회안전망의 구축에 대하여 우호적 태도를 지닌다. 특히, 기업들은 정규직 근로자의 구조조정 시 요구되는 소득유지를 위해 사회 보험료의 증가에 대하여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증가에 맞추어 공공 보육서비스의 확대와 노동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공적 직업훈련 등에 대하여 높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의 요구가 변화된 상황에서 생산체제와 복지체제의 제도적 보완성을 확보해 가기 위해서 정부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정책기조로 하여 사회정책을 재편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에서는 노동시장의 탈규제가 요구되면서 해고관련 각종 규제와 유기계약, 단시간 근로계약 및 파견근로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였고,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보장체계의 재편을 모색하였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적절히 결합한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은 황금률삼각형(golden triangle) 즉, 고용관계에서 높은 유연성, 완비된 사회안전망체계, 그리고 노동시장의 활성화(activation)와 학습복지(learnfare)를 추구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사업이 경제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IV. '지속가능한 발전적 사회정책'의 설계

▲ 참여정부는 서민생활 안정과 양극화 문제 해결 등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서민들의 삶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ㆍ경제적 양극화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국가발전 전략이 요청되며, 이를 위하여 유연안정성을 새로운 정책아이디어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회정책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 유연안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기에서는 유연안정성의 정책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정책의 설계방향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적 사회정책(sustainable developmental social policy)'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적 사회정책'은 무엇보다도 사회정책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정책이 지속가능한 발전적 사회정책으로 재편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요구된다.

첫째, 사회안전망(social safety-net) 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뒤처진 사회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인 국가재정규모와 사회부문 지출 비중을 시급히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한국의 경제발전 수준인 1인당 GDP 1만5000달러 시대에 OECD 국가들의 평균 공적사회지출비중이 GDP 대비 20.95%이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현재 한국의 공적사회지출 수준인 GDP 대비 6.9% 는 낮아도 너무 낮다.

둘째, 직업훈련제도와 평생학습체계를 통하여 양질의 인적자본을 육성함으로써 생산성을 제고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여 한다. 교육-고용-복지가 밀접하게 연결된 학습복지를 강화하여 근로자들의 전 생애 동안에 걸쳐 고용가능성을 높여줌으로써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기피심리나 저항심리를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지식기반 경제에서 대부분의 괜찮은 일자리들은 지식과 기술을 갖춘 노동인력을 요구한다.

셋째, 노동시장에 개입하여 노동력의 원활한 수급을 이루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노동력 재생산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정책은 노동력의 안정적 공급을 통하여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특히,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경제는 머지않아 노동력의 부족에 따라 잠재적 성장률의 저하가 예견된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우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보육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가능성을 높이는 가족정책의 확대가 요구된다.

넷째, 정부주도의 사회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은 선진 국가들과 비교하여 산업구조에서 사회서비스업의 비중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사회서비스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인력과 재원이 필요한데, 민간서비스 중심의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이 아니라 국가주도의 사회서비스 확대를 도모함으로써 양질의 공공 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요컨대, 유연안정성의 정책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적 사회정책'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며, 적극적 노동시장사업을 통하여 인적자원의 질을 높여 노동생산성을 제고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여 노동력의 원활한 공급을 유지하며, 사회서비스를 확대함으로써 사회정책은 지식기반시대 경쟁력의 제고와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코리아연구원(www.knsi.org)은 연구자, 정책전문가, NGO 활동가 등을 기반으로한 '네트워크형 민간 싱크탱크'로 외교안보 및 양극화 관련 정책대안 및 국가전략 제시를 목적으로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태그:#양극화, #유연안정성, #서민, #경제살리기, #소득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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