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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종철 열사 20주기를 맞이한 14일 오후 대형 걸개그림이 내걸린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에서 유족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종철. 빛나는 그 이름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기념비로 우뚝 서있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절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20주기를 맞아 그 이름을 엉뚱하게 팔아먹는 윤똑똑이들이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15일자 사설 "박종철 20주기에 돌아보는 민주화와 386"에서 "그의 죽음은 중앙일보 보도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고 자랑했습니다. 이어 언죽번죽 '훈계'합니다.

"20주기에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박종철이 원했을 민주화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물론, 그 질문은 저도 묻고 싶습니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물음은 정반대입니다. "민주화를 민족자주나 반미친북이라 맹신"하는 세력이나 "유아기적 떼쓰기로 산업현장을 뒤흔들고"있는 노동운동이 과녁입니다.

심지어 <중앙일보> 사설은 "지금 하늘에서 박종철이 '할 말이 없다'고 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맺었습니다.

박종철을 팔아먹는 신문은 <중앙일보>만이 아닙니다. <동아일보>는 12일자 사설 "민주화 공로, 집권 386 전유물 아니다"에서 "박종철은 한국 민주화의 영원한 불꽃이요, 상징"이라면서 "본보는 6·29 민주화 선언이 나오기까지 6개월 동안 박씨 사건 보도를 주도함으로써 민주화에 기여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썼습니다.

▲ <중앙일보> 1월 15일자 사설
<동아일보>의 '자부심'에 굳이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시 독재정권의 발표를 받아 적던 신문과 방송은 지금 '개혁 언론'으로 불리며 정권의 지원을 받고 있고 본보를 비롯한 주류 언론은 '개혁 대상'으로 몰리고 있다"고 개탄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동아일보> 또한 "순수했던 민주화운동이 친북반미의 잔치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박씨의 희생과 6월 항쟁의 순수성"을 거론하는 데 있습니다.

과연 그래도 좋을까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과연 박종철의 정신과 순수성을 이어받고 있다고 자부해도 좋은가요?

결코 아닙니다. 사회면 구석에 '첫 보도'를 한 <중앙일보>의 자부심에 대해서는 거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동아일보>의 자부심은 짚고 싶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를 대대적으로 부각해나간 <동아일보>가 민주화에 기여한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들이 2005년 3월 광화문 일민미술관(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해직언론인들의 민주화운동인정 및 원상회복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하지만 20년이 지난 오늘의 <동아일보>는 그 "영광"을 스스로 내던졌습니다. 당시 "넥타이 부대"의 가슴에 불을 지른 글은 김중배 논설위원의 명칼럼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동아일보> 경영진은 언론인 김중배를 내쳤습니다. 반면에 전두환 정권 때 청와대에 있었던 김학준씨가 <동아일보>의 사장으로 장수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아류가 된 오늘의 <동아일보>가 '박종철 보도'의 자부심을 진정으로 갖는다면, 지금의 <동아일보>를 바꿔야 옳습니다. 정반대로 그 자부심이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오늘의 지면을 정당화하는 데 있다면, 그것은 박종철을 팔아먹는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두 신문에 있지 않습니다. 수구세력이 박종철의 이름까지 팔아먹기에 이른 오늘의 시국에 있습니다.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구반동 세력의 저 도도한 부활 앞에서 제대로 응전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세력, 진보세력입니다. 민주-진보세력의 대동단결이 절실한 까닭입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물론, 신자유주의의 미친 바람을 막아내고 이 땅에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민주-진보세력이 서로 '뺄셈'할 때가 아닙니다. '덧셈'을 할 때입니다. 저 부라퀴들이 박종철을 팔아먹고 있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 살아남은 자의 의무, 덧셈입니다.

태그:#박종철,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설,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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