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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우석훈 칼럼 <'동지' 386 대신 오세훈에게 표를 던진다>와 관련 전대원 시민기자가 반박하는 기사를 보내왔다. <편집자주>
▲ 8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우석훈 칼럼 '동지 386대신 오세훈에게 표를 던지다'.
ⓒ 오마이뉴스
부동산이 온 나라를 미치게 하더니, 급기야 좌도 우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하기야 원래부터 대한민국은 좌와 우가 구별이 애매한 나라이긴 했다. 그러나 8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우석훈 칼럼'은 애매함을 넘어 당혹감을 안겨준다.

우석훈 교수는 <'동지' 386 대신에 오세훈에게 표를 던진다>라는 칼럼에서 386과 오세훈을 비교했지만, 글의 내용은 정확히 노무현과 오세훈을 비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손을 잡은 노무현에게 적대를, 그리고 건전한 보수 오세훈에게 지지를 던지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폭등한 부동산 가격에 대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고픈 생각은 없다. IMF 이후 양극화 현상의 심화로 인한 현금 자산가의 증가,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부동산에 대한 모든 규제를 풀고 카드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킨 DJ정권의 부채를 고스란히 안고 출발한 현 정부의 억울함에 대해서도 동정의 눈길을 보낼 생각조차 없다.

아파트 가격 폭등을 조장하면서 다시 가격 폭등을 이유로 정부 공격에 앞장서고 있는 수구 언론과 부동산 투기꾼들의 후안무치와 자기모순은 뒤로 하고, 평생 내 집 마련이 꿈인 서민들에게 한숨을 안겨준 일은 천번 만번 잘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이다. 이 말 한마디면 비판 근거로 족하다.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나 이는 피해를 본 서민의 이야기다. 비판을 하고 대안을 제시할 때는 또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내가 느낀 것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서는 귀재이고 전문가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꿈이라는 사람이 청약저축과 예금, 부금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가 5억 정도 되는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세금폭탄이라는 신문 기사에 놀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부동산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의구심이 생기기까지 한다.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설명하자면 일반적으로 집이 없는 세대주는 청약저축을 가입하는 것이 제일 좋고, 소위 세금폭탄이라고 하는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는 주택은 시가가 아닌 공시지가 6억원 이상의 아파트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아파트 원가 공개에 앞장서고, 홍준표 의원이 아파트 반값 법안을 내세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론에 밀려 원가 공개 불가피를 이야기할 때 수구 언론은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고, 종합부동산세의 기준을 낮출 때는 좌파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한나라당 정치인이 내놓는 정책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올해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포퓰리즘도 좌파 정책도 용인할 태세다. 드디어 부동산에 대해서는 좌우 이념통합이 이루어진 것일까?

그러나 우석훈 교수의 핀트는 잘못됐다. 칼럼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다가구주택 2000~3000개를 매입한다고 해서 천만이 넘게 사는 서울시에서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린벨트를 헐면서 새로 비싼 공공임대를 짓고 있는 것보다는 나은, 새로운 유형의 주택정책 흐름을 만들 수는 있다. 그래서 이 흐름은 소중하다."

마치 하늘 아래 새로운 정책이 나오고 노무현 대통령은 생각도 못한 정책을 오세훈이 하고 있는 것처럼 써놓았다. 기자들이 쓰는 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팩트가 틀렸다.

공기업인 대한주택공사는 2004년도에 매입임대주택 시범사업을 실시하였고,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4500호씩 매입하여 임대주택을 늘려갈 예정이다. 이미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정책을 서울시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정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 서울시가 다시 시행한다고 어떻게 소중한 흐름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며칠 전에도 지나가는 버스의 광고판에서도 주택공사가 임대용 다가구 주택을 매입한다는 광고가 실려 있는 것을 보았다.

우석훈 교수는 칼럼 말미에 "서울시의 다가구주택 매입, 그것은 규모는 작아도 새로운 흐름과 새로운 방향에 대한 첫 번째 신호탄이다"라고 한 근거를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다.

국민임대주택 과연 비판만 정책인가

▲ 참여정부가 여러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인근 주공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남소연
말이 나온 김에 우석훈 교수가 비판한 국민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자. 건설이 대안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가치관에 따른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 무조건적인 건설 반대는 환경주의자라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서민의 주거환경을 혁명적인 방식, 즉 있는 사람의 주택을 뺏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면 새로 지을 수밖에 없다.

지금 서민에게는 과거의 우리나라, 혹은 현재 후진국처럼 판자촌을 눈감아주는 방식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단계가 아니다. 오세훈 시장이 내놓은 매입임대주택도 하나의 방안이지만, 이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으며 새롭거나 독창적인 것도 아니다.

나에게는 5년을 넘게 부은 청약저축 통장이 하나 있다. 5년 전 주택마련저축을 가입하면서 저축과 부금, 예금을 구분하는 방법이 내게는 너무 어려워했었다. 국민주택기금이 어떻고, 전용면적이 어떻고... 모든 용어가 생소할 뿐이었다. 신중하게 청약저축을 선택한 끝에 나는 어지간한 지역의 국민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조건을 갖추었다.

지난해 나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32평 아파트에 당첨될 기회가 있었다. 잘 아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느 "무조건 넣으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 아파트 시세는 평당 1200만원이었고, 내가 지역 우선 분양으로 당첨 가능한 아파트는 평당 930만원이었다. 단순한 시세 차익만 평당 300만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깨끗하게 포기했다.

내가 가진 자산은 전세금에서 융자를 빼면 약 8천만원이었고, 그 32평 아파트는 싸다고는 하지만 못해도 3억 원 이상은 들고 있어야 했다. 2억 2천만원을 빚지고 집을 산다는 것은 나에겐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되팔면 시세차익이야 얻을 수 있겠지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10년간 전매 제한이다. 혹자는 10년동안 이자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꼬드겼지만, 결국 그런 목적으로 집을 산다면 나 역시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이 된다.

실망하는 아내에게 새롭게 제안한 것이 국민임대아파트였다. 경기도 용인 구성지구의 예를 보니 24평형 정도가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 25만원 정도로, 현재 전세가와 비교해 보니 부담 없이 들어갈 정도가 되었다.

없이 사는 영세민들에게야 이것도 어렵겠지만, 서울 아파트 값의 폭등에 절망하는 나 같은 계층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내 소득이 가구당 평균 소득을 넘지 않는 한 2년 단위로 계약이 자동적으로 갱신되는 것이 주거안정성 측면에서 매력적으로 보였다. 아내가 "나중에 소득이 기준을 넘어서게 되면 어떡하냐"고 해서, "돈 많이 벌까봐 걱정이냐"고 대답하고 서로 껄껄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우석훈 교수는 칼럼에서 이렇게 국민임대주택을 비판했다.

"그러나 너무 비싼 현재의 국민임대주택은 실제 주거권의 보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걸 노 대통령은 중산층 정책으로 이해했는데, 현실적으로는 중산층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서민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주거권 보장이 필요한 극빈자층에게는 정말 아무 도움 안 되는 이상한 정책이 되어버렸다."

실수요자로서 나에겐 매력적인 국민임대주택에 대하여 이상한 정책이라고 평가를 해 놓았는데, 우석훈 교수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적어도 주위에 나와 소득이 비슷하고 실수요자로서 집을 사고자 하는 아파트 전세 입주자들은 나의 계획과 설명을 듣고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불행히도(?) 주요한 국민임대아파트들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08년 첫 입주가 시작이 된다. 참여정부가 입안하고 그 결과는 다음 정부에서 나타나게 되는 셈이다.

실수요자인 나는 괴롭다

▲ 대한주택공사의 판교신도시 임대 및 분양 아파트 청약 접수 현장. 실수요자들에게도 평당 900만원(32평 기준)내외의 분양가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판교나 은평 뉴타운의 고분양가 논란도 실수요자인 나에게 있어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로 들린다. 사실 집 없는 서민에게 관심 있는 아파트는 전용면적 27.5평 이하, 정확히 32평형 이하의 아파트다.

없는척 하기는 했지만, 혹 내 연봉이 3천만원을 훌쩍 넘는데도 38평 정도 되는 아파트는 평당 800만원에서 900만원을 해도 사기가 어렵다. 다시 말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넓은 평형의 아파트 값이 나중에 아무리 오른다고 하더라도 별로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조건이다.

아마 평생에 32평 넘는 아파트에 살 일은 없을 듯 싶다. 최근 분양을 했거나 분양을 앞두고 있는 수도권 택지지구 아파트들을 보면,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27.5평 이하 아파트의 경우 평당 900만원 내외에서 분양을 하고 있다. 이런 아파트들은 고분양가 논란이 아니라 투기 수요에 의한 청약 열풍으로 논란을 겪고 있다.

사실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 문제이면서, 너도 나도 자기가 이익을 취했으면 하는 개발이익에 대하여 우리는 서로 심도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개발 이익을 건설사가 가져갈 것인지, 정부가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로또에 당첨된 입주자가 가져갈 것인지 말이다.

그래서 결론이 서민들은 전매제한을 통해 그대로 눌러 살도록 하고, 공공택지에 건설하는 넓은 평수 아파트는 정부가 회수해 수요를 조절할 수 있도록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넓은 평수 아파트에 채권입찰제를 적용해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가 가장 지지했던 참여정부가 가장 욕을 먹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누구 못지않은 피해를 보고 있으면서도 옹호를 해야 하는 입장이 스스로 딱하기도 하다.

실제 난 부동산 정책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을 변호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러나 '우석훈 칼럼'이 주장하는 내용은 동의할 수 없다. 좌파가 합리적 보수에게 보내는 박수라고 보아 넘기기에는 고민의 지점이 짧고, 서민의 입장과도 맞지 않았다.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가 두루뭉실한 비평기로 넘기기에는 부동산 문제가 실제 우리 생활에 끼치는 파장이 결코 작지 않다.

우석훈 교수는 다음과 같이 도발적인 발언을 했다.

"민주주의 팔아먹으며 표 계산 외에는 할 줄 모르는 '자칭 좌파'들은 좌파의 배신자들이다."

내가 알고 있기론 국회에 있는 '자칭 좌파'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밖에 없다. 나는 열린우리당이 혹은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를 좌파라고 규정한 것을 본 일이 없다.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을 보고 유쾌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기사를 보고 매우 불쾌해졌다. 오세훈 시장의 공약도 홍준표 식 반값 아파트 법안도 나 같은 실수요자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벼운 공기만 가득찬 형형색색의 풍선만이 요란할 뿐이다. 나 같은 실수요자들 편을 들어줄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답답하기만 한다.

태그:#오세훈, #우석훈, #국민임대주택,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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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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