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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4월 미 해병대가 포로로 잡은 이라크 군들을 끌고 가고 있다.
ⓒ 미 국방부

지난주 이라크에서는 두 가지 중대한 일이 발생했다. 하나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교수형에 처해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의 수가 3000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전시 미군 사망자 수 3000명은 베트남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이다. 1차 걸프전 때 사망자가 382명이었던 것에 견주어보면, 미국인들이 받고 있을 정신적 충격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BRI@더구나 오늘날 많은 미국인들은 왜 이들이 이라크에서 죽어가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던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이나 알-카에다와의 연계설은 부시 행정부의 자작극임이 드러난 지 오래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가 새로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이라크"는 요원하기만 하다. 전쟁 승리는 고사하고 어떻게 하면 체면을 세우면서 철군할 수 있을지가 요즘 미국의 최대 고민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3만명 가량의 미군을 추가로 이라크에 투입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일각에서도 강력히 반발하면서 곧 회기가 시작되는 의회에서의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힐러리와 오바마 선두권

부시의 이라크 정책 실패의 여파로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2008년 대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라크 수렁에 빠진 미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현재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두 그룹에는 자금력과 조직력, 그리고 남편 빌 클린턴의 후원을 업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 변화를 열망하는 미국 국민들의 여론에 강한 호소력을 발휘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배럭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2004년 대선에서 존 케리의 런닝메이트로 출마했던 존 에드워드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에드워즈는 12월말에 이미 출마 선언을 했고, 힐러리와 오바마는 1월 중으로 출마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이들 세 명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리 수 지지율을 보이면서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존 케리, 이번 회기부터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조셉 바이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운동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데니스 구치니치 등도 경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자리 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어, 경선 승리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힐러리와 에드워즈의 '원죄'

▲ 힐러리는 2004년까지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2005년 말부터 '실수'였다며 입장을 바꿨다. 후보 검증이 본격화되면 이 점이 취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힐러리 홈페이지

2008년 대선에서도 이라크 문제가 최대 선거 쟁점이 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내놓을 지도 관심사이다. 그런데 힐러리와 에드워즈는 2002년 10월 이라크 침공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원죄'가 있다.

특히 힐러리는 2004년까지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2005년 말부터 '실수'였다며 입장을 바꿨다. 후보 검증이 본격화되면 이 점이 취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오바마는 상원의원 임기를 2004년부터 시작해 이러한 원죄로부터 자유로운 입장에 서 있다. 특히 오바마는 2002년부터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해왔다며, 다른 경쟁자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군 증파 반대" 한 목소리

▲ 1월 중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민주당의 베럭 오바마 상원의원.

최근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존 에드워즈는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존 메케인을 겨냥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메케인의 미군 증파 요구를 "메케인 독트린"이라고 부르면서, 미군 증파는 사태만 악화시킬 것이라며, "메케인은 나의 친구이지만 이 생각만큼은 지독히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지금은 미군 감축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궁극적으로 이라크의 미래는 이라크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역시 미군 증파에 부정적이다. 그는 12월 28일 미국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어제의 실수를 또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미군 증파는 사태를 악화시키고 미군 피해자만 늘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란, 시리아 등 적대 국가들과의 대화도 불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힐러리 역시 미군 증파에 부정적이다. 더 많은 미군을 보내기 전에 이라크의 유혈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종합적인 계획부터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힐러리는 특히 작년 12월 초순이 발표된 베이커-해밀턴 보고서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대안 내놓을 수 있을까?

이처럼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은 부시 행정부의 미군 증파 계획을 비롯한 이라크 정책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대안을 찾기가 힘든 이유도 있지만, 민주당도 9.11 테러 사건 이후 더욱 견고해진 미국의 국가안보지상주의와 애국주의의 아성에 도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그 이후의 결과가 미국의 잘못된 세계관과 패권주의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그 치유책도 여기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그러나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던 '원죄' 때문인지, 아직 민주당으로부터 신선한 메시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태그:#미국 대선, #민주당, #이라크전, #힐러리,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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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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