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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전문가들과 국내 정신보건관련 단체 대표들의 간담회가 6일에 있었다
ⓒ 이은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인권위 설립 제5주년 및 세계 인권선언 제 58주년 관련 행사 중 하나로 ‘정신장애인 인권 관련 해외전문가 초청 국제 세미나’를 7일 국회 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었다.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한 국제적 동향을 파악하고, 국제적 기준에 따라 우리나라 정신장애인 인권의 현실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국제세미나는 국내 관련 전문가들과의 토론의 계기를 마련, 관행적인 인식의 전환과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유도하고, 현 단계에서 법·제도 개선의 방향과 추진일정 등에 관하여 시사점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안경환 인권위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그동안 정신장애자들은 그 특성상 인권을 보호받기 어려웠다.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가족들의 부담으로 인해 정신장애자들은 시설에 손쉽게 격리 수용되어 폭행·강박 등 가혹한 인권침해와 비인간적 대우를 받아왔다. 보건복지서비스가 부족한 가운데 정신보건 10년 역사를 되돌아보며 정신장애인의 인권보호와 권익 보장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사회·국가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현재 한국의 정신보건의 현실을 설명했다.

또 안경환 위원장은 “국제적 기준에 미흡한 한국의 정신보건계의 현실적 문제를 차일피일 미루기보다는 단계적 개선이 필요하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인권문제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만큼 국가적인 노력과 국제적 협력과 함께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계속 사업을 수행해 나갈 것” 이라고 정신장애인 인권문제에 대한 인권위 사업의 전망을 설명했다.

▲ 국회대강당에서 정신장애인 인권 관련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 이은희

이 날 첫 번째 발제자인 미국의 법학박사이며 MDRI대표인 클라렌스 선드램씨는 ‘세계의 인권법과 정신보건 개혁’이라는 주제를 통해 국제적 기준을 참고해서 정신보건 입법과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장애인들이 입법과정에 참여하여 자기의 권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가족들과 관련 전문가, 인권 전문가들도 모두 참여하여 입법과정을 가져야 한다”며 정신보건법 개정과 제도개선이 요구되는 한국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개혁적 대안을 밝혔다.

또 “정신장애자들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인정하고 가능한 한 지역사회 내에서 생활하고 일할 권리가 있는 만큼 제약이나 방해를 최소화 한 가운데 치료와 보호를 받아야 한다. 또한 정신장애에 대해 ‘우리는 걸릴 수 없다’고 오해를 하고 있는데 누구나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정신장애자에 대한 편견을 버릴 것을 지적했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부시대통령 위원회 위원인 다니엘 피셔씨는 ‘역량강화를 통한 정신질환의 회복’에 대한 주제로 발표를 했다.

피셔씨는 자신도 “청년시절 ‘정신분열’로 병원에 입원했었으나 퇴원 후 같은 입장에 있던 사람들과의 신뢰를 쌓는 관계를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회복할 수 있었다”며 정신질환은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는 “정신장애자에 대한 존엄성과 존중을 바탕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주며 신뢰관계를 지속한다면 정신질환은 회복될 수 있다”며 정신장애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꿀 것과 도움을 줄 당사자 조직과 동료들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 세미나를 마치고 난 후 기념 촬영을 하는 해외전문가들
ⓒ 이은희

스코들랜드 보건성 정신보건국장인 지오프 허깅스씨는 ‘스코틀랜드 정신보건법의 특징과 입법과정에서의 쟁점’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스코틀랜드는 1998년 정신보건법에 대한 국가적 검토를 통해 ‘강제 조치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닌 한, 환자들이 지역 공동체 내에서 통합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과 환자들의 인권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체계에 대한 요구’로 대대적인 검토를 하였고 이후 연구결과를 대폭 수용하여 2003년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설명했다.

허깅스씨는 “환자가 자신의 보호 및 치료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참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만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제 조치에 대한 기준과 규정을 명확히 한 가운데 보호책을 제공함으로써 인권을 보호하고 있다며, 강제 치료 명령의 경우 6개월로 규정하여 정신보건 심판위원회의 허가를 통해서 입원이 가능하도록 조치해 의사와 가족들에 의한 부당입원을 원천적으로 막도록 법이 제정되었음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강제치료 명령을 신청하기 위해선 심판위원회에서 심리를 열어 검토를 하게 돼있으며, 이 과정에서 환자는 자신을 변호할 사람을 지정하여 참석시킬 수 있도록 하여 환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깅스씨는 “입원 중심의 방식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로 변화시키는 작업은 제도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모든 사람이 신뢰관계를 구축하여 함께 협력해야만 이뤄낼 수 있다”고 이 날 세미나에 참석한 정신보건 관련 참석자들에게 이해관계를 넘어 서로 협력할 것을 조언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이하 정피모)의 대표 정백향(38)씨는 “국제적 기준을 통해 한국의 정신병원과 정신장애자에 대한 현실을 조명해보며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 매우 뜻 깊었다. 정피모를 결성한지 1년이 채 안되었지만 정신병원 피해자들이 당당히 피해를 밝히고 침해당한 자신의 인권을 찾으려는 요구가 있다. 한국도 피해자들의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정 대표는 “스코틀랜드에서 강제 치료 명령에 대한 법 규정이 엄격하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가족의 요구만 있으면 쉽게 병원에 입원되는 한국의 현실이 너무 마음 아팠다. 우리 모임에 상담해 오는 피해자들의 가장 큰 호소는 가족에 의해 언제 다시 입원 될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한국의 정신보건법의 낙후성을 설명했다.

▲ 해외전문가,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 같이가는길 회원의 저녁식사
ⓒ 이은희

세미나를 마치고 난 후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회원들은 3명의 해외 전문가들을 초빙해 우호를 다지는 편안한 식사시간을 가졌다. 한국의 정신장애자 자조단체인 ‘같이 가는 길’회원도 참석한 가운데 정신보건법과 관련한 궁금증과 국제적 상황 또 국내에서 겪는 정신장애자들의 고충도 나누는 화기애애한 자리였다.

정피모 회원 진모(26)양은 “정신보건법 개정과 제도개선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각 분야의 해외 전문가들과 이렇게 귀한 시간을 갖게 된 것은 우리에겐 큰 기쁨이다”라며 소감을 말했다.

▲ 해외전문가들과 정피모 회원의 기념사진
ⓒ 이은희

모든 일정을 마친 정피모 대표 정백향씨는 “한국의 여건상 많은 어려움은 따르겠지만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한국의 정신병원과 관련한 인권운동에 더 열심히 하겠다. 정신병원이 더 이상 인권유린의 사각지대로 남지 않도록 각계각층에 정신병원 인권유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 또 현재 꾸준히 하고 있는 법 개정과 제도개선을 위한 서명운동도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라며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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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사이 인권이 후퇴하는 사회현실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인권발전이 멈추지 않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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