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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옷의 원형을 찾아서“ 전시회 소책자 표지
ⓒ 의예사연구소
요즘 역사 드라마들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그 가운데 <황진이>에서 나오는 화려한 한복들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황진이>에서 등장하는 한복들은 조선시대의 옷들이어서 고증에는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등의 옷들은 당시 그렇게 입었을 것이라는 데에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것은 조선 시대엔 충분한 고증자료들이 있지만 부여를 비롯하여 삼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발해 등의 복식에 대한 고증자료도 거의 없고, 연구 실적도 별로이기 때문이다.

@BRI@이에 대해 숙명여대 '의예사연구소'는 몇 년 전부터 채금석 교수와 연구원들이 한국복식의 원형을 찾는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 연구 성과를 모아 지난 11월 23일엔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또 이를 바탕으로 12월 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덕원갤러리 3층에서 '우리 저고리 2006, 우리옷의 원형을 찾아서'란 제목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는 국제심포지엄에서 권형신 경원전문대 겸임교수 외 4명이 공동연구 발표한 '한국복식의 원형을 찾아서 - 그 정체성의 확립'을 토대로 한 작업의 결과이다.

6일 오후 6시 덕원갤러리 전시장에서는 한복 관계자들과 연구원, 학생들이 모여 전시회를 시작하는 행사가 있었다. 맨 먼저 이영희 '(주)매종드 이영희' 대표의 축사가 있었고, 주최자 채금석 교수의 다음과 같은 인사말이 있었다.

▲ 축사를 하는 이영희 매종드 이영희 대표(왼쪽)와 채금석 숙명여대 교수
ⓒ 김영조
"그동안 드라마 영상을 보면서 고대 의복 재현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야 하는데 이 문제는 우리에게 정체성의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고대국가의 의복 원형을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와 연구원들은 몇 년 전부터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가 오늘 전시된 것들이다.

고대국가 옷에는 유물도 없기에 오로지 고고학과 문헌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 결과물에 대한 해석은 분분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연구과정에서 이화여대 박물관장 등 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고, 과정 하나하나를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기록해 놓았다. 이 결과를 보면 우리 고대 국가 옷들은 분명 중국과는 다른 차별화된 옷이었음을 말해준다."


고증 제작된 옷들은 먼저 마한의 모시로 지은 귀족의 일상 옷, 계(瀱: 털 솜으로 짠 옷감)나 명주로 지은 나들이하는 부부 옷이 보인다. 그리고 거친 삼베로 지은 '구슬 꿰는 부부'의 옷도 눈에 띈다. 이어서 부여 귀족의 운문단(雲紋緞 : 구름무늬를 놓은 비단)과 명주로 지은 일상 옷과 모와 돼지가죽으로 지은 무사 옷들이 전시돼 있다.

▲ 고증 재현복식들(왼쪽과 가운데 부여 남성귀족 일상복, 오른쪽 부여 남성 무사옷)
ⓒ 김영조
▲ 명주로 지은 가야의 귀족 부부옷
ⓒ 김영조
▲ 금직비단으로 지은 백제 왕과 왕비옷
ⓒ 김영조
또 가야의 모시나 명주로 만든 귀족 옷들과 모와 돼지가죽의 사냥 옷, 그리고 고구려의 비단사신 옷, 백제의 금직비단 임금과 왕비 옷, 명주로 한 악사 옷, 비단과 명주의 사신 옷들도 있다. 여기까지 일부를 빼고는 보통 오른쪽 섶을 왼쪽 섶 위로 여민 좌임(左袵) 형식이다. 이밖에 소박한 발해 평민들의 옷들도 소개되었다.

이 옷들의 고증 근거는 서포항 부여 유적, 동부여 장춘시 유수현 노하심 허리띠 유물, 라이프치히 박물관 발해 관련 유물들과 양직공도, 왕회도, 고송총 고분벽화와 정효공주묘 벽화, 금동대향로들 그리고 각종 고고학 자료들과 문헌에서 추론해 얻은 것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런 고대국가 옷들의 재현작품과 더불어 현대에 적용해본 옷들도 만들어 소개한다. 고대국가의 복식 형태 중 현대에 통할 수 있는 디자인들을 응용한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채금석 지도교수의 작품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여서 나는 한참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이 밖에도 고름을 응용한 디자인의 저고리, 한글 닿소리(자음)의 형상을 새겨넣은 옷들도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 고대국가 복식을 응용한 현대복식들 (왼쪽에서 두번째 채금석 교수 작품)
ⓒ 김영조
연구자들은 근거자료를 통해 옷감들을 추정해내고, 그에 알맞은 소재를 찾기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해준다. 고운 모시에서 거친 삼베, 또 비단과 명주, 털솜으로 짠 계, 모와 돼지가죽에 금직비단 등 당시에도 다양한 옷감이 쓰인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 전시회는 아직 많이 모자랄지 모른다. 그리고 고증 재현한 작품이 원형과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우리 복식의 원형을 찾는데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또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이러한 시도를 해나가야 함을 고대국가의 우리 조상은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복식, 아름다운 한복과 우리의 정체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 전시회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다음, 대자보, 뉴스프리즘에도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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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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