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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씨 만기 출소 수사대상자들을 불법 감금·고문한 혐의로 수감됐던 이근안(68)씨가 7일 새벽 징역 7년의 형기를 마치고 경기도 여주교도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영근
7년의 형기를 마친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는 말로 출소 소감을 밝혔다.

7일 새벽 12시 25분께 회색점퍼 차림으로 경기 여주교도소를 나선 이씨는 이같이 말하고 "당뇨에 고혈압에 안구수술도 해야한다"며 오랜 도피와 수감생활로 건강이 좋지 않음을 밝혔다.

"신앙생활에 매진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 이씨는 '고문의 배후는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배후세력이 어디 있어요!"라며 부인했다. 이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짤막하게 답한 뒤 기다리던 친지들의 승용차를 타고 서둘러 교도소를 떠났다.

'고문기술자'로 불리기도 하는 이씨는 경기도경찰청에서 대공수사 업무를 하면서 80년대 시국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고문해 악명을 떨친 인물. 물고문, 전기고문, 일명 '통닭구이', 손톱고문 등을 직접 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고문기계를 개발해 고문했다는 것이 당시 이씨에게 고문을 당했던 이들의 증언이다.

1985년 김근태 당시 민청련 의장 등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한 이가 경기도경찰청 공안분실장으로 있던 이씨였다는 사실이 1988년 12월 밝혀지면서 수배가 내려졌다. 이 때부터 이씨는 자신과 관련된 고문사건들의 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잠적했다.

그러나 납북어부 김성학씨 고문사건에 대해 1998년 10월 서울고법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이씨의 공소시효는 2013년까지 연장됐다. 이근안은 이듬해 10월 경찰에 자수했고, 도피를 도운 이가 경찰 간부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다시 한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민가협 "'또다른 이근안'들은 공소시효 뒤로 숨었다"

잠적 기간 동안 현상금을 내걸고 공개수배까지 하면서 그를 추적해온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는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 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단체와 함께 이씨의 출소에 맞춰 고문 가해자의 사죄와 고문 피해자 구제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이 경감이 만기출소한 것으로 법적 의무를 다했다고 여길 수는 없다"며 "최근 이근안의 고문사실이 인정돼 재심을 통해 간첩 누명을 벗은 함주명씨의 경우처럼 이근안의 고문에 의해 조작된 사건과 피해자들은 더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피해자들은 아무런 조치없이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삶을 살고 있고, '수사'라는 이름으로 고문을 가한 수많은 '또다른 이근안'들은 공소시효 뒤로 숨어 단 한마디의 참회의 고백이나 사과가 없다"며 "직접 고문을 하고 이를 지시한 이들 뿐 아니라 피해자의 고문 호소를 외면한 채 기소하고 판결했던 이들의 고백과 사과가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민가협 등은 이어 "이근안은 자유의 몸이 되겠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고문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할 숙제를 안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과거 국가권력에 인간의 존엄이 무참히 짖밟혔던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치료, 재활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하며 고문을 통해 조작했던 사건들의 진상규명이 이뤄져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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