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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의 카바레와 카바레티스트들이 소개된 웹페이지. 공연중인 카바레와 앞으로 공연될 카바레 등이 소개된다. 물론 이곳을 통해 카바레 비평도 이루어진다.
한국에서 '카바레'하면 누구나 춤·무도장·제비족·바람난 아줌마 아저씨 정도를 떠올린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에서 카바레는 '지적'인 대중예술로 통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카바레를 '육체'가 만들어내는 예술로 분류하는 전문꾼들이 있다. '싸모님, 예술 한번 밟아보시겠습니까?'라는 표현은 무도장 카바레를 풍자한 것으로 한때 동네 꼬마들 사이에서도 회자될 정도였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카바레는 육체, 혹 무도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프랑스의 카바레인 '물랑루즈'나 '리도쇼'만 해도 우리나라의 카바레와 비슷하게 '춤'과 '밤문화'를 다룬다고 할 수 있겠으나, 오스트리아의 카바레는 전혀 다른 형태의 예술로 자리잡았다.

무도장도 아닌 것이, 코미디도 아닌 것이

▲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카바레티스트 알프레드 도퍼.
ⓒ www.dorfer.at/Peter Rigaud
도대체 오스트리아의 카바레는 무엇일까?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오스트리아 카바레는 미국식 스탠딩코미디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바탕 '웃겨준다'는 의미를 배제하면, 미국식 스탠딩코미디와 오스트리아 카바레 사이에 유사점은 그리 많지 않다. 오스트리아 카바레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카바레(Kabarett)의 어원은 프랑스 단어 'cabaret'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 단어가 오스트리아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술집' '선술집' 등의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그 뒤 카바레는 '작은 무대'를 지칭하는 뜻으로 변했다. 20세기 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극장의 형태를 뜻하거나, 전문 카바레티스트들의 예술행위를 카바레라고 한다.

여러 단편들로 묶여진 컨퍼런스(협의·회담), 노래나 가곡, 패러디, 문학적이거나 비평적인 유희, 정치나 사회적인 상황의 혹평이나 비꼼이 주를 이루는 카바레는 일단은 웃겨야 한다. 그리고 둘째로는 철학적·사회적·정치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물론 코미디와 성찰이라는 두 가지 성질의 통합은 매우 어렵다. 카바레티스트 역시 많이 배우고, 많이 읽고, 많이 사색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잘 비꼬면서 철학적으로 웃기는 걸 아무나 쉽게 할 수는 없다.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카바레티스트는 알프레드 도퍼. 그는 비엔나 국립대학교 연극·영화·미디어학부에서 공부하다가 석사학위를 받기 얼마 전 대학을 떠났다. 그는 학위 대신 카바레를 선택했다.

그는 웃겼고, 사회를 비판하는 능력이 날카로웠다. 그는 젊은 나이의 카바레티스트로 성공했고, 때때로 연극과 영화에 출연하며 국영방송인 ORF의 프라임타임 카바레쇼의 진행자가 되었다.

일단은 웃겨라, 그리고 강한 메시지를

알프레드 도퍼는 지난달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사회당이 보수당을 이기자, 크리스탈재벌인 스와로브스키(Swarovski) 가문에 장가든 대표적인 보수당의 재정부장관 칼 하인즈 그라서부터 비꼬았다. 그것도 국영방송국 ORF의 쇼를 통해서 말이다.

"아, 그동안 말많고 탈많던 재정부의 그라서 장관, 사회당이 집권을 하면 그 정든 장관직을 떠나야 할텐데 뭐 걱정은 안될 겁니다. 아내 피오나 스와로브스키로부터 크리스탈박물관의 가이드 자리는 확실히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뿐이 아니다. 2004년 오스트리아의 작가 엘프레드 옐리넥이 노벨상을 받기 전날에는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작가 옐리넥이 다리가 후들거려 상받다 넘어지지 말라고 응원을 한번 해볼까요"라며 객석의 박수부대까지 동원해 장난기 가득한 카바레를 선보였다.

임기 중인 장관 및 정치인, 나라를 빛낸 작가와 예술가들을 코미디 소재로 삼거나 뒤틀고 비꼬는 행위는 행위자의 용기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인의 성숙함이 요구되는 것으로, 모든 나라에서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못 된다. 더욱이 이러한 패러디와 코미디가 예술로 받아들여지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같은 언어권인 독일만 해도 카바레는 예술보다는 코미디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유학생인 크리스틴은 "오스트리아에서 카바레가 예술로 인정받고 카바레티스트들이 예술가로 불리는 것에 적잖게 놀랐다"며 "독일에서는 카바레를 코미디로, 카바레티스트를 코미디언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 카바레티스트들은 개인적으로 일을 해도 카바레연합회에 소속되어 카바레티스트인 자신들의 위치를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1백년간 사회·정치 풍자... 나치 탄압 받기도

오스트리아에서 카바레가 예술로 불리며 지적인 코미디로 인정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카바레의 내용이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장난기 짙은 얼굴표정과 지루하게 되풀이되는 유행어로 관객의 주머니를 터는 카바레는 성공하지 못한다. 오스트리아의 카바레는 백년의 기간동안 사회와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하며 그 안에서 대안을 모색해왔기에 여전히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카바레티스트들은 크고 작은 카바레 공식 연합회에 가입되어 있다. 공식적인 집계로 오스트리아에는 148명의 카바레티스트가 있으나 이 중에는 두명이나 세명이 한 팀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 수는 사실상 더 많다. 이들은 배우나 가수들보다 더 유명해서 광고와 CF의 모델로 활약하기도 한다.

카바레티스트들은 전국을 돌며 쇼를 펼친다. 비엔나에만 공식 카바레업소가 54곳이다. 물론 몇몇 업소는 카바레 전용극장이고, 몇몇은 카바레도 같이 하는 극장이다.

꼭 극장이 아니더라도 작은 바나 카페, 주점 등 마이크 설치만 가능하다면 카바레티스트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번듯한 실내공간이 아니라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독설과 유머이다.

때문에 나치정권 하에서 카바레티스트들은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체포 0순위의 예술가들이었다. 1938년부터 2차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카바레티스트들과 카바레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벌을 받거나 이민을 가야했다.

그러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치정권 아래에서도 계속된 카바레는 오늘날 오스트리아 문화와 예술영역을 뛰어넘어 미디어와 필름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터뷰] 카바레티스트 꿈꾸는 대학생 막시밀리안

▲ 카바레티스트가 꿈인 막시밀리안. 벌써 작은 무대에 섰다.
ⓒ 배을선
비엔나 국립대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는 막시밀리안(24)은 카바레티스트로 유명해지는 게 꿈이다. 이미 비엔나 1구의 작은 카바레 업소 '시나리오'에서 4번이나 무대에 섰다.

티롤 출신인 그는 잘 알아들을 수 없는 특유의 사투리로 고향 사람들의 성생활을 떠벌리고, 비엔나국립대학교의 어수선한 시스템을 비판하며, 텔레비전시청료를 내라는 정부의 TV광고를 패러디했다.

카바레티스트가 예술가로 불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카바레티스트가 대본을 직접 쓴다는 점에 있다.

막시밀리안은 카바레대본도 직접 쓰고 평소에 잘 입지 않는 빨간색 벨벳재킷을 입고 무대에 섰다. 물론 청중을 제대로 웃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10년 후, 막시밀리안이 제2의 알프레드 도퍼가 될 수 있을까?

- 카바레티스트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나?
"우선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고 직접 대본을 써봄으로써 카바레를 향한 개인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직접 카바레티스트들의 카바레를 보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유머감각을 키워야 하고, 사회와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왜 카바레가 코미디가 아니라 예술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하나?
"사실 남을 웃기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코미디도 예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웃음). 카바레가 예술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사회 정치적으로 가려운 부분을 일반 시민들을 대신해 시원하게 긁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행위는 용기가 필요하고, 막상 깊은 생각을 하지 못했던 정치인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카바레의 소재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오스트리아의 카바레는 이제 그 형식에 있어서도 뭐든지 가능한 위치에 와있다. 미디어와 필름으로 발전된 카바레가 점점 상업화된다고 생각지는 않나?
"예술은 점점 대중화되어야 한다. 오페라가 비싸서 오지 못하는 사람은 TV나 CD를 통해 오페라를 볼 수 있듯이 카바레도 꼭 극장에서가 아니라 집에서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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