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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의 피카소, "한 쌍"이라는 자신이 그린 그림앞에서 / ⓒ Succession Pablo Picasso/VBK,Wien,2006
ⓒ Succession
입체주의 화가 피카소의 그림속에 그려진 인물들의 모습은 거의 모두 기형적이다. 눈의 위치가 어긋날 뿐 아니라 왼쪽과 오른쪽의 얼굴선도 틀리다. 한쪽으로는 옆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한쪽은 앞모습을 보여준다.

이목구비와 신체의 기형적인 확대, 왜곡, 언밸런스. 때문에 피카소는 무지한 대중들로부터 "그림을 이해하기는커녕 보는 것도 쉽지 않다"는 핀잔을 듣곤 했다.

콧대 높은 화가라면 무지한 대중의 견해를 무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천재화가 피카소는 그림 볼 줄 모르는 천진난만한 대중들에게 아주 알기 쉬운 지각의 심리학으로 자신의 그림을 설명했다.

"포커스란 언제나 어떤 한 특별한 부분에 존재한다. 당신이 어떤 사람의 눈을 쳐다볼 때, 당신은 그 사람의 발을 볼 수 없다. 당신이 어떤 사람의 발을 볼 때, 당신은 그 사람의 머리를 볼 수 없다. 하나하나의 모든 디테일의 비례는 언제나 진실하다. 때문에 내가 그린 모든 기형적인 모습들은 옳은 것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알베르티나(Albertina) 뮤지움에서는 오는 2007년 1월 7일까지 '피카소 : 시간을 거스르는 그림'을 개최한다.

▲ 초록색 스카프를 두른 의자에 앉아있는 여인 / ⓒ Succession Pablo Picasso/VBK,Wien,2006
ⓒ Succession
이번 전시회는 60여개국에 흩어져 있는 천재 화가 피카소의 노년기 200여 작품이 한 곳에서 전시되는 것으로 피카소 탄생 1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이기도 하다.

유화, 드로잉, 에칭, 조각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양적으로나 구성적으로 매우 풍부한 전시회일뿐 아니라 피카소 노년기 작품들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유럽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전시회 큐레이터부터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작금의 가장 영향력 있는 피카소 연구가로 평가 받을 뿐 아니라, 파리 쌍트레 뽐삐두(Centre Pompidou)의 전 디렉터였던 베르너 스피스는 미술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되고 있는 피카소 노년기 작품들의 재가치, 혹은 재발견을 위해 이 전시회에 헌신했다.

피카소의 노년기 작품들에는 전 작품에서 볼 수 있던 청년적 생명력, 에로틱, 아름다움 대신, 나이를 먹어가는 멜랑콜리와 과거를 회고하는 지각력 등이 숨어있다.

전시되고 있는 200여 작품들의 공통점은 하나, 바로 피카소가 던지는 존재론적 질문이다. 즉, 피카소 노년기의 그림들에는 그의 노후를 함께 했던 젊은 쟈클린 로끄와 자신과의 전기적 삶이 자연스럽게 투영되어 있지만, 45세의 젊은 쟈클린 로끄와의 엄청난 생물학적 나이차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풀밭위에서의 아침식사 / ⓒ Succession Pablo Picasso/VBK,Wien,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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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체의 여인과 나체의 동자, 그리고 수탉 / ⓒ Succession Pablo Picasso/VBK,Wien,2006
ⓒ Succession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수영 등으로 언제나 즐겁게 건강관리를 해왔던 피카소는 강한 체력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통해 다른 화가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셀 수 없는 작품들을 완성시켰다. 그림, 드로잉, 조각 등 다양한 분야뿐 아니라 청년기에서부터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피카소는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왕성한 활동과 많은 수의 작품들 덕분에 피카소의 작품들은 언제나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로 구분되어 전시되어왔고 평가되어 왔다. 때문에 리비도와 생명력이 저하된 노년기의 작품들이 다른 두 시대의 작품들에 비해 저평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점을 잊지 말자.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로 구분되어 평가받는 세기의 화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피카소 노년기의 작품들은 '쟈클린 시대'로 불려지기도 한다. 그만큼 쟈클린으로부터의 정성과 사랑이 화가의 작품에 밑받침되어있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노년기 작품들이 아무리 재평가, 재가치화 된다고 해도 청년기와 중년기 작품들과의 끝없는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 쟈클린, 두상 조각 / ⓒ Succession Pablo Picasso/VBK,Wien,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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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년기에도 지속적으로 계속되었던 피카소만의 표현적인 형상화, 즉 나이와 젊음과 죽음, 추함과 아름다움, 분열과 생명력 등의 테마는 새로운 화가들이 전진적인 화법을 낳게 하는 근원이 되기도 했다. 게오르그 바렐리츠부터 필립 구스통 등의 화가들은 명백히 피카소의 뒤를 잇고 있는 현대의 화가들이다.

피카소가 9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던 1973년 4월 8일, 지중해의 온난한 기후를 자랑하던 남부 프랑스 무젱(Mougins)에는 때 아닌 함박눈이 내렸다. 천재 화가의 삶과 죽음은 하늘이 결정한다는 말을 믿게 만드는 4월의 눈이었다.

비록 청년기와 중년기 때 표현되었던 터질 듯한 생명력은 느낄 수 없지만 피카소의 노년기 작품들 속에는 천재 화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생생한 시각이 여전히 살아있다. 그것은 봄에 내리는 함박눈처럼 우리의 예상을 깨게 하는 피카소만의 마력이다.

"나는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 - 파블로 피카소

덧붙이는 글 | 전시시간 : 매일 –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입장료 : 9 Euro
웹사이트 : www.albertina.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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