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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반포 560돌, 국경일 제정 후 처음으로 맞는다는 한글날입니다. 꼭 한글날이어서가 아니라 언제부터인가 저는 아파트 이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익숙한 듯 생소한 이름들을 보며 ‘아파트 이름을 왜 저렇게 지었을까’ 늘 의아했습니다.

(1) “온누리, 미리내, 늘푸른, 샛별, 진달래, 무지개, 한숲, 샘머리, 맑은아침, 푸른뫼, 가람, 한마루….”

(2) “나르매, 버드내, 느리울….”

(3) “캐슬오페라, 그린빌, 자이, 아이파크, 타워팰리스, 파라곤, 아너스빌, 캐슬, 에버빌, 래미안, 미소지움, 푸르지오….”


분류가 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1)번은 우리말을 잘 살려 쓴 아파트 이름이고, (2)번은 우리말을 잘 살려 쓰려고 노력했으나 사전에 없는 단어이며, (3)번은 한글 정신에 가장 어긋나는 외국어 일색에 국적불명의 단어들이 모였습니다.

이 가운데 몇 가지 이름을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려 합니다. 부디 이 글이 일부 특정 기업을 애먹게 하려고 아주 나쁜 의도로 씌어진 글이라고 매장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래미안 아파트?

(3)번 항목에 있는 아파트 이름들은 주로 외국어끼리 혼합했거나 외국어와 한글을 섞은 이름인데, 기발한 느낌이 들지만 국적 불명의 이름들이 있습니다.

‘캐슬오페라, 그린빌, 자이, 아이파크, 타워팰리스, 파라곤, 아너스빌, 캐슬, 에버빌…’

번역하면 한없이 좋은 뜻만 가지고 있는 아파트 이름들입니다. 이 이름들이 마치 상류 사회의 표상처럼 쓰이면서 아무런 여과없이 남용되는 것은 깊이 고려해 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외국어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가 ‘시어머니 집 못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라고 우스갯소리도 합니다.

뜻은 아주 좋지만 우리말이 아닌 이름이 있습니다. 그 이름 가운데 하나가 ‘래미안’입니다.

‘래미안’은 한자어 ‘來美安’을 딴 이름인데, ‘아름다움과 편안함이 들어온다’는 뜻을 지닌 것으로 아파트 이름으로서는 아주 걸맞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말 사전 어디에도 없는 단어로서 국적이 불분명합니다.

푸르지오 아파트?

▲ '푸르다'와 'GEO'가 결합했다는 '푸르지오' 아파트
ⓒ 푸르지오 아파트 홈페이지
우리말에 ‘푸르지오’라는 말은 없습니다. 가령 ‘산이 푸르지오’라고 쓸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말 어법에 맞게 쓰려면 ‘산이 푸르지요’가 맞습니다. 왜 사냐고 묻는다면 ‘웃지오’가 아니라, 왜 사냐고 묻는다면 ‘웃지요’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런데 저 ‘푸르지오’라는 이름은 서술어로 쓰일 때, ‘해요체’의 변형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의도로 지어진 이름이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업체가 설명하는 ‘푸르지오’의 의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젊음, 청춘, 깨끗함, 상쾌함’을 지닌 ‘푸르다’와 ‘지구, 대지공간’을 의미하는 ‘GEO'가 결합하여 ‘사람, 자연 그리고 환경이 하나된 차원 높은 문화 공간’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푸르지요’의 잘못으로 ‘푸르지오’라고 표기한 줄 알았더니 우리말 ‘푸르다’와 외국어 ‘GEO'를 결합시켜 업체 입장에서는 아주 독창적으로 아파트 이름을 만들어냈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PRUGIO'라는 영문 표기도 서슴지 않습니다. 우리말일까요?

미소지움 아파트?

제가 본 아파트 이름 가운데 가장 헷갈리는 아파트 이름입니다. ‘아니 저 아파트는 미소를 지우며 살라는 아파트인가?’ ‘미소지움’보다 ‘미소지음’ 아파트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역시 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업체는 ‘미소지움’ 아파트의 의미를 아주 자세하게 풀어놓고 있었습니다.

미소지움 ; ‘미소지움’이란 순 우리말 미소짓다 의 “미소진” 과 공간 , 집, 대형경기장을 의미하는 영문형 어미 -UM 이 합쳐진 ‘00건설 주식회사’의 새로운 브랜드 명입니다. 미소지움의 BI는 기업을 상징하는 청색과 소비자를 생각하는 녹색면이 서로 만나 고객의 행복한 미소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형상화한 미소지움 아파트의 얼굴입니다.

그러면서 “성공한 사람의 여유 있는 미소 그 미소로 만든 아파트, ...중략... 사는 분께 건강한 미소와 행복한 마음을 채워드립니다”라고 덧붙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연 ‘미소지움’ 아파트는 미소를 지우는 아파트일까요, 미소를 짓게 하는 아파트일까요?

우리말과 외국어가 절묘하게 결합하여 그것이 마치 명품 아파트를 대변하는 것인 양 치장되는 동안 우리말의 가치가 왜곡 변질되어 보이지 않게 우리 한글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이름에 지닌 의미 찾기에만 집착하여 우리 한글을 외국어에다 막무가내로 끌어다 붙이는 일은 중단돼야 합니다. 잘못된 아파트의 이름부터 완전한 우리말식으로 바꾸어가는 노력이 한글날 국경일을 기념하는 진정한 시민정신이 아닐까 되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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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서 남 주자!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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